[민사]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처분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


-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기초적인 사실관계

가. 갑, A 및 B간의 부동산매매계약 체결과 명의신탁

甲(원고)과 A(피고 2)는 이 사건 부동산을 A의 처인 B(피고 1)에게 2억 7,500만 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2012. 3. 20.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B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습니다. 그런데 A는 2012. 10. 30. 이 사건 부동산을 B 명의로 소외인에게 3억 원에 매도하였고,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구체적으로 甲과 A 간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甲 소유의 부동산을 A의 아내인 B 명의로 보관하던 중(A는 신용불량자) A가 B의 인감증명서 등을 사용하여 위 부동산을 소외인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甲은 이 사건 부동산은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는 것을 전제로 A 및 B를 상대로 민사 소송 및 형사 고소를 진행하였습니다.

나. 형사소송의 진행내용

甲은 2013년 8월 무렵 A, B가 甲의 이 사건 부동산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처분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A, B를 형사고소하였습니다. 검사는 B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으나, A에 대하여는 울산지방법원 2014고단2066호로 기소하였습니다. A는 2015. 7. 23. 횡령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같은 법원 2015노946호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되었으나,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4. 1. 선고 2017도3997 판결).

2. 원심 판결의 내용 - 원고 승소

한편 甲은 A 및 B에 대하여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고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하면서 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A가 甲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아 B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甲을 위하여 보관하던 중 임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소외인에게 매도함으로써 甲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횡령하여 甲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은 B가 A의 횡령행위에 가담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방조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甲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것에 대하여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바,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써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및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고 하였습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것에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지 명의신탁관계에서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위 판결의 의의

위 판결은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참조)는 기존 대법원 입장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즉 형사상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아니며 양자는 별개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무죄로(98도4347),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 역시 무죄로(2003도6994) 판단하였고,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도 횡령죄 및 배임죄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2011도7361). 이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관하여 횡령죄를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2014도6992).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99도3170판결 이래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를 횡령죄로 처벌하였으나 최근 그 입장을 변경하여 이 경우에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이상과 같이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대법원은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 유의하여 이에 관하여 대응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