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4. 6. 선고 2020나40717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들어가며
현행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는 연차휴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기간제 근로자가 만 1년을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는 며칠의 연차휴가를 받게 되는 것일까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제2항이 모두 적용된다고 보면 해당 근로자는 26일의 연차휴가를 갖게 될 것이고, 근로기준법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보면 해당 근로자는 11일의 연차휴가를 갖게 될 것입니다.
대상 판결은 이와 같은 경우 해당 근로가자가 갖는 연차일수에 관한 판결인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연차휴가일수를 정함에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의정부시에서 ‘○○요양원’이라는 상호로 노인요양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자이고, 피고 A는 2017.8.1.부터 2018.7.31.까지 만 1년간 원고 운영의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면서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18.5. ‘1년 미만 근로자 등에 대한 연차휴가 보장 확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이하 ‘이 사건 설명자료’라 합니다)‘를 제작하여 반포하였는데, 위 자료에는 판례에 따라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 기간제 근로자의 1년간 출근율이 80% 이상이면 계약기간 만료시 15일 분의 연차휴가보상청구권이 발생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1년차 때 1개월 개근시 1일씩 발생하는 유급휴가도 별도로 인정되므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1년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 분의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피고 A는 2018.8.16.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원고로부터 11일분의 연차유급휴가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원고는 2018.11.13. 피고 A에게 11일분 연차유급휴가수당으로 717,150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근로자의 연차휴가청구구권은 전년도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하므로, 그 전에 퇴직하면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는바, 원고는 피고 A를 상대로 지급된 11일분 상당의 연차휴가수당 717,150원을 반환하라는 부당이득반환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1심의 판단
1심은 ‘비록 대법원 판결(2018.6.28. 선고 2016다48297 판결)이 연차휴가 사용할 권리가 전년도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하므로, 그 전에 퇴직하면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지만 이는 상용직 근로자가 정년퇴직하는 경우 정년이 되는 해의 연차휴가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에 관한 이 사건과는 다르다’고 전제한 후, ‘대법원 판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1년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언제나 연차휴가 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결과인데 이는 유급휴가 보장을 확대하는 방향의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즉, 1심은 피고 A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15일의 연차휴가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따른 11일의 연차휴가 합계 26일의 연차휴가를 갖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나. 2심의 판단
그러나, 2심은 위와 같이 판단한 1심을 취소하였습니다.
즉, 2심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다면 전년도 1년간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하는바, 근로기간이 만 1년인 A의 경우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고,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만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며, 그 근거로 1심에서 제시한 대법원 판결(2018.6.28. 선고 2016다48297 판결)을 동일하게 들었습니다.
결국, 피고 A가 2017. 8. 1.부터 2018. 7. 31.까지 만 1년간 일한 이상, 만 1년이 되는 다음 날에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15일의 연차휴가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고, 연차휴가 및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에 관한 대법원의 견해를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나아가, 2심은 ‘근로기준법 제60조제1항 및 관련 법리가 계약기간에 따른 기간제 근로자 및 상용직 근로자를 구별하고 있지 않은 점, 위 조항은 계약상 근로기간이 아니라 실제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면서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그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갱신 또는 반복된 계약기간을 합산하여 계속 근로 여부와 계속 근로 연수를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1년간의 기간제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수당을 회피하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에게 1년 단위로 일정 기간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고, 근로자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필요성은 상당기간 근로가 계속 제공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점(헌법재판소 2015.5.28. 선고 2013헌마619 결정 참조)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A가 기간제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결론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라졌던 것은 대법원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연차휴가는 1년의 근로를 다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이 사건 설명자료 등을 통해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15일 외에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의 11일도 함께 적용된다는 취지로 설명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위 사건은 현재 상고심 계속 중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하겠지만,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및 제2항의 문언상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를 구별하고 있지 않은 점, 기간제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실제 근속연수가 1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정규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제1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점, 근로기간이 1년에 불과함에도 다른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26일의 연차휴가일을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보면, 2심의 판단은 수긍이가고 대법원 역시 동일하게 판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위 항소심 판결 선고 이후에도 종전과 동일한 지침을 유지하고 있어 실무상 이에 관한 분쟁이 계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바, 실무에서는 위 2심 판단의 법리를 전제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