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용자가 사업을 폐지하면서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는 경우 해고의 정당성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박준상 변호사




Ⅰ. 들어가며

건설업에 종사하는 건설 근로자들은 하수급인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해당 회사가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보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건설 근로자를 고용한 회사는 건설업에 등록되어 있지 않고 자금력도 담보되지 않는 하수급인일 경우도 적지 않으며, 심지어 직상수급인(하수급인의 바로 윗 단계의 수급인)이 별도의 하수급인 회사를 설립하여 건설 근로자를 고용함으로서 임금 지급의 부담을 면하려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건설 근로자의 임금 체불의 위험을 고려하여, 근로기준법은 건설근로자들을 위한 특례를 두고 있는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은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법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규정이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직상수급인의 임금수령권한을 하수급인에게 위임한다면 유효한지가 문제되었습니다.

Ⅱ. 기초사실

피고는 석공사업, 토목공사업 등을 하는 회사인데, 하도급을 받은 건물 신축공사 중 석조공사를 A에게 재하도급을 주었습니다. 원고는 A에게 고용되어 2018. 11. 20.경부터 2019. 1. 31.경까지 공사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였으나, 2018. 12. 부터 2019. 1.까지의 임금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근거하여 하수급인인 A와 직상수급인인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한 임금을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한편, 피고는 B로부터 원고가 B에게 임금 수령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수령하였으며, B에게 인부들의 임금을 포함한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Ⅲ. 법원의 판단

이 사건 1심에서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하수급인 소외인과 연대하여 근로자인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은 전부 승소하였으며, 이에 대해 피고는 항소,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 (적극)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대하여 재판부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입법취지를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직상 수급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입법 취지, 규정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며 강행규정성을 인정하였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에 반하여 근로자가 하수급인에게 임금수령권한을 위임한 경우의 효력 (소극)

나아가 원심 재판부는‘’근로자인 원고가 B에게 직상 수급인인 피고로부터 임금을 수령할 권한을 위임하였으므로 피고가 소외인에게 원고의 임금을 포함한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이를 허용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므로 임금수령권한을 위임하는 행위는 강행규정 위반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상판결에서도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상고 기각하였습니다.

Ⅳ. 결론 및 대상판결의 의의

근로기준법상 건설 근로자의 체불임금 위험성에 대한 고려로 별도의 건설의 부문에 있어서 특례를 두면서도, 이를 강행규정으로 삼지 않는다면 근기법 제44조의2는 실익이 없는 규정이 될 것입니다. 또한,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가 하수급인에게 직상수급인으로부터 임금을 수령할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주장하나, 근로자가 하수급인과 근로계약을 맺고 종속적 지위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근기법 제44조의2가 강행규정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 사건과 같이 동 규정상의 임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 진행되는 근로자와 직상수급인, 하수급인들의 임의적 합의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