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용자가 사업을 폐지하면서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는 경우 해고의 정당성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박준상 변호사




Ⅰ. 사건 개요

원고는 이 사건 보조참가인인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회사로, 원고는 경영상 이유로 여러 개의 사업 중 통신사업부를 폐지하면서 그 사업 부분에 속한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하였습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해고에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서 구제신청 인용하였습니다.(단, 노동위원회에서 통상해고의 적법성은 다투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Ⅱ. 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1. 노동위원회에서 주장하지 아니한 사유라도 행정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는지(적극)

원고는 노동위원회에서 주장하지 아니한 ‘통상해고’ 대해 이 사건 소를 통해 다투었고,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가 통상해고로서 적법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해고라는 사실관계에 대한 규범적 판단에 해당할 뿐 재심판정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통상해고로서 적법한 것인지 여부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주장 및 판단되지 않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소송에서 이 사건 해고가 통상해고라는 주장을 할 수 있고, 법원으로서도 그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점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이 사건 해고의 ‘통상 해고’ 정당성 인정 여부 (소극)

가. 원심의 판단 (적극)

사용자가 사업을 폐지하면서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정리해고에 해당하지 않고 그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한 유효하고, 사용자가 사업 중 일부만 폐지하였더라도 폐지한 사업과 존속하는 사업을 별개의 독립한 사업체로 볼 수 있어 폐업한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 이는 단순한 사업축소가 아니라 독자적 사업부문 전체의 폐지에 해당하므로 사업체 전부 폐업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원고의 통신사업부, 전선사업부, 재료사업부, 중전기사업부는 각각 독립한 별개의 사업체로서 원고가 이 중 통신사업부를 폐지한 것은 독자적 사업부문 전체를 폐지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통신사업부의 폐지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는 통상해고의 요건을 갖추고 그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적법하다.

나. 상고심의 판단 (소극)

사용자가 일부 사업 부문을 폐지하고 그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하였는데 그와 같은 해고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지만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로서 예외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가 사업 전체의 폐지와 같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각 사업부는 생산하는 제품이 다르기는 하나 본사가 경영을 총괄하여 경영주체가 동일하므로, 원고의 통신사업부가 다른 사업부와 인적·물적 조직으로 분리되어 있고, 재무·회계가 독립되어 있으며, 각 사업부 사이에 업무종사의 호환성이 없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의 통신사업부는 존속하는 다른 사업부와 독립한 별개의 사업체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3. 이 사건 해고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정당성 인정 여부 (소극)

가. 원심의 판단 (적극)

설령 이 사건 해고가 통상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통신사업부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원고 회사 전체의 경영상황까지 악화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에게 통신사업부를 축소 내지 폐지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한 해고를 피하기 위하여 충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원고는 이 사건 해고를 실시함에 있어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 또한 모두 충족하여 정당하다.

나. 상고심의 판단(소극)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무렵 경영상황이 양호하였으므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희망퇴직 및 전환배치 과정에서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기능한 전환배치 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무효에 해당한다.

Ⅲ. 본 판결의 의의

1. 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해 주장하지 않은 사유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행정법, 민사소송법에 비추어 볼 때 별개의 소송물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고, 법률적 평가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동일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에 따른 판단기준은 처분권주의에 반하지 않고, 국민의 권익구제를 확보하기 위한 행정소송의 목적과 취지 및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고려할 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2. 또한,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예외로서 해당 사업체를 별개의 독립된 사업체로 보아 그 폐지를 폐업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과 같이 합병을 통해 여러 사업체가 별개의 조직을 이루고 있다하더라도, 경영주체가 동일하고 해고 근로자들의 업무 종사의 호환성이 인정되며, 인적, 물적 명확한 분리가 없다면 경영상 해고의 예외로서 통상 해고는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3. 한편, 본 판결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와 관련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좁게 해석하여 ‘경영상 이유에 의한 사업부의 폐지 자체만으로 경영의 악화를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경영 실적 지표가 악화되지 않았고, 해고 근로자의 전환가능성도 충분하다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합니다. 경영상의 해고는 통상해고와는 달리 기업 경영의 자유를 위해 ‘정당한 이유’의 요건이 없더라도 해고할 수 있도록 완화하여 넓게 해고를 허용합니다. 이에 대법원은 위 법리를 인정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므로, 단순히 한 사업부문의 폐지로 사업이 악화될 우려만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고 사료됩니다.

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의 통신사업부는 다른 사업 부문과 인적·물적·장소적으로 분리·독립되어 있지 않고, 재무 및 회계가 분리되어 있지도 않다. 원고의 통신사업부만을 분리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해고 당시 원고 법인의 전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전반적인 경영 상태는 양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같은 기간 원고의 매출은 전체적으로 감소세에 있었으나, 원고의 내부 관리 및 분석 자료상 통신사업부의 매출이 원고 전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다. 2014년 원고의 전체 매출액은 7,856억 원이고 통신사업부의 매출액은 그중 약 2.4%인 194.4억 원으로, 통신사업부의 부진이 기업 전체의 존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

(4) 원고는 2013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직원들의 기본급을 인상하였고, 2014년의 경우 인상률이 9.5%에 이른다.

(5) 이 사건 해고 무렵 원고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 실적과 원고의 전체 인건비 규모에서 이 사건 해고 근로자 6명이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6) 설령 통신사업부의 매출 부진 등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로서 이 사건 해고 당시 원고의 통신사업부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 전체의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인원을 감축하여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원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무렵인 2014년에 직원들의 기본급을 9.5% 인상하였다. 이러한 기본급 인상이 노사간 임금협상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인상 조치를 한 것은 정리해고를 피하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음을 추단케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원고의 비상경영안 수용 여부에 대해 협의하면서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교대조 편성 등에 관한 다양한 방법 및 현재 근무형태를 유지하면서 임금을 자진 반납하는 방안을 제시받았음에도, 비상경영안을 관철하려고만 하였다.

(3) 원고는 통신사업부 소속 근로자를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을 상대로 3개월분 임금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장기 근속한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으로 최소한 1년분 임금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희망퇴직은 그 자체만으로 주된 해고 회피 조치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퇴직에 따르는 적절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에 관한 성실한 노사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원고의 조치만으로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해고대상자 및 전환배치대상자 선정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여부

(1)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 중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정당한 해고대상자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4.7.10. 선고 2014다1843 판결 참조).

(2)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전환배치대상자나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가) 원고는 이 사건 해고에 앞서 통신사업부 생산직 근로자 7명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배치하였고, 그때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고 전환배치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은 참가인들을 최종 해고하였다. 원고의 전환배치대상자 선정기준은 실질적으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으로 기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원고는 통신사업부 근로자 전환배치 기준에 관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노사협의회 회의록 등에서는 당초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전환배치 기준에 포함되어 있는 항목 중 연령 기준에 대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의제기를 하였다는 사정을 엿볼 수 있을 뿐, 노사 간 협의 내지 합의를 거쳐 전환배치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

다) 원고가 정한 전환배치자 선정기준은 업무적합성, 임금, 근태, 회사공헌도(근속연수)를 평가항목으로 하고, 전체 평가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40%, 30%, 20%, 10%로 하여, 회사공헌도(근속연수)를 제외하고는 원고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요소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이의제기에 따라 당초 연령 기준을 삭제하고 회사공헌도(근속연수) 기준을 추가한 것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은 원고의 선정기준은 장기 근속자들로서 연령대와 임금 수준이 대체로 높은 반면 타부서 업무경험이 없는 근로자들을 전환배치대상자에 포함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라) 원고는 전환배치자 선정기준에 근로자의 건강상태, 부양가족의 유무, 재취업 가능성, 생계유지능력 등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재취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상당기간 가족을 부양해야 할 사정이 있어 사회적·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근로자마저 일률적으로 해고대상자에 포함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마) 결국 원고의 전환배치대상자 선정기준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기준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그러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 참가인들이 해고대상자에 선정된 것이 실질적으로 공정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