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계약 무효에 따른 보험금 반환 청구권에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

-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판결



강동호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보험회사로 보험계약자인 피고 등을 상대로 보험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는데, 피고 중 1인인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그것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인정되는 경우, 보험회사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민법 규정에 따라 10년으로 정할 것인지 아니면 상사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상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5년으로 정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인인 원고 보험회사의 기본적 상행위라 할 것이고(상법 제46조 제17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상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한 급부가 이루어짐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는 점과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하여는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원고는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하여 민법 규정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1

1피고들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민법 제103조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보험계약의 무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하였습니다.


(1) 계약으로 인한 채권이든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든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민법 제162조 제1항). 다만 상법은 상행위인 계약으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다(상법 제64조). 상사 소멸시효기간을 단기로 정한 이유는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을 감안하여 민사 계약관계에 비해 상사 계약관계를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22742 판결 참조). 그러나 상법은 위와 같이 상행위인 계약으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민법과 달리 정하면서도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에 관하여는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2) 판례는 상행위에서 직접 생긴 채권뿐만 아니라 이에 준하는 채권에도 상법 제64조가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과 예외를 인정한다.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규정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정하는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 64964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다248803, 248810 판결 참조).

(3)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그것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보험자의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i)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보험자가 반환을 구하는 것은 기본적 상행위인 보험계약(상법 제46조 제17호)에 기초하여 그에 따른 의무 이행으로 지급된 보험금인바, 이러한 반환청구권은 보험계약의 이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그 이행청구권에 대응하는 것인 점

(ii)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보험자가 상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전형적인 무효사유의 하나로, 사안의 특성상 여러 보험자가 각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게 되거나 하나의 보험자가 여러 개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법률관계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원인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는 점

(iii) 보험계약자가 보험료의 반환을 청구하려면 상법 제648조에 따라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가 모두 선의이고 중과실이 없어야 하고,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청구권이나 보험료 반환채권에는 상법 제662조에 따라 3년의 단기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나, 상법 제648조나 제662조는 그 문언상 보험자의 보험금반환청구권에는 적용되지 않음이 명백하고, 위 규정들이 보험계약 무효의 특수성 등을 감안한 입법정책적 결단인 이상 이를 보험자가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까지 확장하거나 유추하여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이는 보험금의 신속한 지급 필요성과 함께 위와 같은 보험계약 무효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법정책적 결단인 점

(iv)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이행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보험계약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반환채권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험계약의 무효로 인한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음을 전제로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는바,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보험금 반환청구권에 대하여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보험계약 당사자인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의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 점

5. 이 판결의 의의

기존에 대법원은 ‘공제회사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공제계약에 기초하여 지급한 공제금의 반환을 구하는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10년이라판시한바 있는데(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233596 판결), 본 판결을 통해 견해를 변경하였는바, 본 판결은 계약자 등의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료 반환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상법에 따라 3년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반해, 보험회사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됨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