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2021. 5. 27. 선고 2019누60174 판결
박영동 변호사
1. 들어가며
이 판결은 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 합니다)를 대리한 사건으로, 원고가 추가로 1순위 자진신고한 B 공동행위 사건에 대한 공정위 의결 전에 A 공동행위 사건에 대해 추가감면 없이 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 기준을 내린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합니다)입니다.
(1. 대상판결은 원고의 상고 포기로 확정되었습니다. 2. 동일한 원고가 제기한 동일한 쟁점의 사건이 각각 다른 부에 배당되었는데, 뒤에 소제기된 2019누60983 사건에 대해 대상판결보다 먼저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결론은 동일합니다.)
2. 사실관계 요지
원고는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가 발주한 전신주, 변압기 등의 물자수송 용역입찰에서 낙찰사, 들러리사 및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합니다),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원고의 주장 및 법원의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 외의 다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자진신고를 하였고, 그중 일부 공동행위의 경우에는 1순위 자진신고의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제1항,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추가감면, 이른바 엠네스티 플러스(Amnesty Plus) 제도의 대상이 되었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시에는 다수의 부당한 공동행위 혐의에 대하여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심사보고서가 제출되어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거나 심의 진행 후 최종 의결을 내리기 위한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다른 공동행위를 자진신고할 당시 1순위 자진신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피고는 심의를 함께 진행하거나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심의 내지 처분을 보류함으로써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하여 다시 과징금을 감면하는 등 엠네스티 플러스 제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와 다른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 규모를 비교하는 절차를 거쳐 과징금을 추가감면하지 아니하였는데, 이는 자기구속의 원칙 내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면서 원고의 추가감면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i) 1순위 자진신고자 또는 1순위 조사협조자(이하 자진신고와 조사협조를 구별하지 않고 ‘자진신고’라고 합니다)의 요건을 정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1호, 제2호는 요건의 하나로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된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였을 것’을 들고 있으며,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 제5조 제1항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라 함은 ‘위원회 심의가 끝날 때까지’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ii) 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를 고려하면, 다른 공동행위에 대한 자진신고를 이유로 과징금을 추가감면 받기 위해서는 1순위 자진신고자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당해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산정 당시 다른 공동행위에 대한 자진신고가 ‘위원회 심의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였을 것’이라는 시간적 요건까지 충족되어야 한다. iii) 다른 공동행위에 대한 위원회 심의가 끝나지 아니하여 자진신고 또는 조사협조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당해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산정 시 1순위 자진신고자임을 전제로 한 추가감면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이 경우 당해 공동행위와 감면신청 대상인 다른 공동행위에 대한 심의를 함께 진행하거나 이 사건 처분을 감면신청 대상인 다른 공동행위에 대한 심의 내지 처분 이후로 보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이 사건의 의미
공정거래법 제22조의2는 자진신고자 감면을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4호는 공동행위를 한 자가 자기가 한 다른 공동행위에 대해 1순위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 당해 공동행위에 대해 추가로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추가감면 제도란, A 공동행위(당해 공동행위)에 대해 1순위 자진신고를 하지 않아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의 대상이 된 자가 자신이 관련된 B 공동행위(다른 공동행위)에 대하여 1순위 자진신고를 한 경우에, B 공동행위에 대하여 1순위 자진신고를 하였으므로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면제하고, 그에 더하여 A 공동행위에 대해 부과될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도 추가로 감면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는 추가감면의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공동행위에 대한 자진신고를 유도하여 추가적인 적발을 통해 공동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A 공동행위에 대하여 처분을 할 당시 B 공동행위가 1순위 자진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공정위 의결이 이미 있는 경우에는 A 공동행위에 대하여 추가감면을 하면 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B 공동행위에 대하여 아직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심사보고서가 작성된 후 의결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와 같이, 아직 공정위가 의결을 하지 않은 경우에 A 공동행위에 대하여 추가감면 없이 의결을 할 수 있는지, B 공동행위에 대한 의결을 기다려 추가감면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판례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이 사건과 같이 A 공동행위와 B 공동행위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인 경우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A 공동행위 또는 B 공동행위가 각각 여러 개인 경우에는 A 공동행위 규모의 합과 B 공동행위 규모의 합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추가감면의 정도를 정합니다(감면고시 제13조 제2항 참고).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공정위 처분시 B공동행위가 수개이고 조사 단계가 제 각각인 경우에 추가감면의 정도를 결정하기 위하여 B 공동행위 전부에 대한 의결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만약 B 공동행위 전부에 대한 의결을 기다려야 한다면, 공정위의 사건처리절차가 한 없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처분시효가 도과되어 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조사를 받는 사업자가 사건처리 지연을 노리고 다른 여러 공동행위에 대한 자진신고를 쪼개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공정위는 실무상 B 공동행위에 대한 의결이 있기 전에 A 공동행위에 대해 의결한 경우, 나중에 B 공동행위에 대하여 1순위 자진신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A 공동행위에 대하여 사후에 직권으로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감면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는 A 공동행위에 대해 먼저 의결해서는 안 되고, B 공동행위에 대한 심의를 함께 진행하거나 A 공동행위 전부에 대한 심의 내지 처분을 보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산정 당시(처분 당시를 의미)에 B 공동행위에 대한 자진신고가 1순위 자진신고자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B 공동행위에 대한 심의를 함께 진행하거나 A 공동행위에 대한 처분을 B 공동행위에 대한 심의 내지 처분 이후로 보류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추가감면을 하지 않고 A 공동행위에 대해 처분을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