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과 관리회사 사이에

개별적 관리위탁계약이 체결된 경우의 관리비용 부담관계

-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295304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1. 포항시에 위치한 A복합상가(이하 이 사건 건물’)은 준공 이후에도 관리규약이 없고, 관리단이 제대로 조직되지 않았으며, 관리인도 선임되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2.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건물의 일부 구분소유자(이하 원고 등’)2008. 4.경 피고와 ‘A복합상가 공동관리비 부과기준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피고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계약에 다라 한국전력공사, 맑은물사업본부와 전기수도공급 계약을, 승강기 유지보수업체 등과 승강기무빙워크 유지보수 계약 등을 각 체결하고, 그에 따라 전기수도요금, 유지보수비용 등을 지급해 왔습니다.

     

  3.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하던 중 전기수도요금과 유지보수비용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단전단수와 승강기무빙워크 운영중단 사태 등에 이르게 되자, 원고는 점포의 정상운영을 위해 체납된 전기수도요금과 승강기무빙워크 유지보수 비용 등을 직접 지급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2018. 5. 27.2018. 8. 28.에 원고가 지출한 비용에 관하여 그 부담의무자와 정산방법 등을 정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4. 원고는 이 사건 계약과 이 사건 합의를 근거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지출한 전기수도요금과 승강기무빙워크 유지보수 비용 등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원심(대전지방법원 2020. 11. 19. 선고 2019114476 판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1.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17조는 각 공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해당 규정에 따르면 집합건물의 각 구분소유자는 각자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

     

  2.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은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용에 관하여 부담의무자인 구분소유자에게 청구하여 수령하고 이를 관리하는 행위를 할 뿐 관리인 자신이 관리비용에 대한 부담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닌데, 피고는 사실상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 또는 관리인으로부터 관리업무를 위임받은 자로서 피고의 권한과 의무의 범위가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의 권한과 의무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계약과 합의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관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295304 판결).

     

  1. 관리규약이나 관리단, 관리인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건물관리를 위탁한 경우, 구분소유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법상 관리단 또는 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집합건물법 제17조는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의무가 귀속된다는 원칙을 규정한 것일 뿐, 구분소유자가 제3자와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관리방식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부담과 정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

     

  3.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자신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여 관리용역을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지출한 비용에 관하여 그 부담의무자와 정산방법 등을 정해 놓고 있는바, 체납된 전기수도요금과 승강기무빙워크 유지보수비용 등을 부담해야 할 당사자는 집합건물법 규정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과 합의 내용의 해석을 통해 밝혀야 할 문제이다.

     

    4. 판결의 의의

     

    집합건물법 제23조 제1항은 건물에 대하여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건물과 그 대지 및 부속시설의 관리에 관한 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이 설립된다.’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일관하여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어떠한 조직행위를 거쳐야 비로소 성립되는 단체가 아니라 구분소유관계가 성립하는 건물이 있는 경우 당연히 그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성립되는 단체이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245284 판결 등 참조), 관리단의 당연설립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합건물법 제24조 제1항은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일 때에는 관리단을 대표하고 관리단의 사무를 집행할 관리인을 선임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인 집합건물의 경우 관리인의 선임 역시 필수적의무적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다수의 집합건물에서 당연설립성립된 관리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고,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인 집합건물임에도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존재합니다. 최근 집합건물법의 개정시행으로 임시관리인의 선임청구에 관한 제도가 도입되었지만(집합건물법 제24조의2), 이 역시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와 같이 관리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아니하고, 관리인이 선임되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경우, 구분소유자들이 직접 공용부분의 관리업무 등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대단히 어려우므로, 구분소유자들 중 일부(주로 집합건물에서 상대적으로 큰 면적을 소유하여 운영하는 자)가 관리용역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자 등과 계약을 체결하여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 중 일부와 계약을 체결한 관리업무 수탁자는 집합건물법 상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관리인이 아니고, 집합건물법 상의 적법한 집회결의(집합건물법 제16조 제1, 29조 제1항 등)를 거쳐 선정된 자도 아니므로, 그 법률상 지위 내지 적법한 관리권한에 관한 의문이 있어 왔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관리인의 선임해임을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의해서만 하도록 정하고 있는 집합건물법 제24조 제3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945320 판결), 관리단 규약의 설정변경 및 폐지시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4 이상의 찬성을 얻어 행하도록 하고 있는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61561 판결) 등과 맞물려, 더욱 혼선을 빚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관리규약이나 관리단, 관리인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건물관리를 위탁한 경우, 구분소유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법상 관리단 또는 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집합건물법에 근거를 두지 아니한 관리위탁계약도 유효함을 전제로, 해당 계약을 통하여 구분소유자와 관리업무 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규율됨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