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행정] 민간사업제안 수용 후 행정청이 이를 뒤집어도 되는가?

-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34732 판결

 

전성우 변호사

 

1. 이 사건의 요지

 

  • 이 사건 공원부지는 1985. 5. 8.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됨.

     

  • 피고 대전광역시장(이하 피고’)2015. 9. 4.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에 따라 이 사건 공원부지에 공원조성계획을 결정∙고시함.

     

  •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상의 소위 일몰제규정에 따라 이 사건 공원사업은 2020. 7. 2.까지 시행되지 않으면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실효될 예정이었음.

     

  • 원고는 2015. 12. 29. 피고에게 도시공원을 설치하여 기부채납하되 공원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건축∙분양하여 도시공원 설치비용을 회수하고 일정 이윤을 취득하는 소위 민간특례사업계획(공원녹지법 제21조의2)을 제출하고, 피고는 심사절차를 거쳐 2016. 2. 29. 이 제안을 받아들임.

     

  • 피고는 후속절차로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입안∙결정하기 위한 심사절차를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는 수차례 사업계획을 수정하다가 2018. 3. 16. 공원조성계획변경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19. 6. 10. 그 신청을 거부하고(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 나아가 기존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수용 결정 자체를 취소함(이하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

     

  •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거부처분 및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함.

     

    2. 이 사건의 쟁점

     

    원심과 대법원은, 이 사건 거부처분에 대해서는 이익형량 사항을 누락하지 않았고 이익형략의 결과가 정당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았으며, 그 외 이 사건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사유가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주목할 만한 쟁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에 대해서는 과연 원고의 기득권과 신뢰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고, 원심은 이를 부정하여 원고 손을 들어 주었는데, 대법원은 이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3. 기준 법리

     

    대법원이 기준으로 삼은 법리는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철회하거나 중지시키는 경우에는 이미 부여된 국민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비록 취소 등의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권 등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를 상대방이 받은 불이익과 비교∙교량하여 볼 때 공익상의 필요 등이 상대방이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41190 판결 참조)는 기존 판례상의 일관된 법리였습니다.

     

    4. 원심(대전고등법원)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이 원고의 기득권과 신뢰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원고는 민간특례사업을 제안한 이래 3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단계의 심사절차에서 제기된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사업계획을 수정하느라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였고 그에 귀책사유가 없다.

     

  2. 피고는 원고의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원고에게 일정한 기대를 부여하였으므로 원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3. 원고의 마지막 계획안에 대해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더라도, 일몰제에 따른 실효시한이 1년 정도 남았으므로 원고는 보완책을 강구하여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3. 대법원의 판단 - 원심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크게 2가지 이유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에는 원고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한 충분한 공익상의 필요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1) 원고의 신뢰가 확고하다고 할 수 없음.

     

  • 공원녹지법상 민간공원추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다음에도 행정청은 주민 의견청취 절차, 지방의회 의견청취 절차, 관계 행정기관의 협의절차 등의 후속 심사절차를 통해 여러 공익과 사익 요소를 형량하여 공원조성계획의 내용을 형성해야 한다.

     

  • 이 사건에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절차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적합한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결국 피고 스스로 도시공원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원고로서는 이러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의 필요성이 큼.

     

  • 이 사건 공원사업에 대한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시한이 다가오는데도 민간특례사업 방안을 확정할 수 없어 그 시행이 불확실했으므로 피고 스스로 이 사건 공원사업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 특히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특례사업 내용을 모두 확정하여 실시계획 인가까지 마쳐야 하는데, 기존 경과에 비추어 보면 1년 안에 그 절차가 모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 실제로 피고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는 데에도 2020. 4. 10.에야 실시계획 고시를 마칠 수 있었다.

     

  • 피고가 직접 사업 시행하는 방안과 원고에게 대안 제시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비교형량하여 볼 때, 원고에게 대안 제시 기회를 부여하기 않고 그 시점에서 기존의 제안 수용을 취소한 피고의 조치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4. 이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기존 대법원 판례 상의 일관된 법리, 즉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철회하거나 중지시키는 경우 그 적법성 여부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라는 법리를 확인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이 민간의 사업계획 제안을 받아들인 후에도 그 제안수용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점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