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이별범죄 살인 잇따라
박상융 변호사
‘이별범죄 살인 잇따라, 경찰 스토킹 강력조치해야’라는 보도를 접한 후
연인이 헤어지자고 하거나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연인이나 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속칭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별살인 징후를 일선 경찰관들이 선제적으로 판단, 연인간 분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전문가들의 말대로 일선 현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스토킹 사건 관련 신고가 발생한 경우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스토킹 사건 관련 발생신고만으로 현장에서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피해자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스토커를 경찰에서 체포, 구속하거나 해서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출동하면 스토커를 현행범으로 체포, 구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하지만 이 또한 경찰서 청문감사관실, 형사팀 등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 심사를 통해 신변보호 대상자를 결정한다. 대상자로 결정이 되어도 대상자에게 속칭 경찰서 자동연락 스마트워치만이 지급된다.
처음에는 자주 경찰이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의 집,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가해자의 접근여부를 확인하지만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슨해진다. 신변보호 대상자의 범위 역시 피해당사자 본인 외에는 다른 사람을 신청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부모, 가족들은 신변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에 송파서 관내에서 문제가 되었던 스토커의 경우에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된 당사자 본인 외에 가해자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에 경찰에서 뒤늦게 경찰청 훈령을 개정 신변안전조치 항목에 피해자 가족의 신변보호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뒤늦은 조치다.
아니 그렇게 해도 현장에서 문제는 신변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경찰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부모, 가족에게 가해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피해자를 신고후 일정기간 밀착보호해줄 수 있는 경찰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찰서의 어느 기능에서 담당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경찰관서별로 피해자지원팀이 있다고 하지만 피해자지원팀은 신변보호조치까지 책임지는 곳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는 해당 수사팀 또는 지구대, 파출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팀과 지구대, 파출소는 신고사건 출동처리와 수사만 할 뿐 피해자 신변보호까지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등 상급기관에서는 사건징후를 일선 경찰관들이 선제적으로 판단, 연인간 분리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도록 요구한다.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 인력여건상 업무상 도저히 경찰청의 조치를 이행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들이 하기가 어려운 일까지 매뉴얼에 기재하는 등 함으로써 압박을 한다. 그러다 신변보호 대상자 또는 피해자의 가족이 살해되는 경우에는 매뉴얼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현장 경찰관을 징계하거나 심지어 수사까지 한다.
경찰전문가라는 모 대학교수는 집착이 심한 범죄자들은 생각 이상으로 집요하고 보복심이 강한데 경찰이 현장판단 실패로 목전에서 놓치고 있다고 하면서 현장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장의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하는 지적이다. 지구대, 파출소의 인력구조상 신변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경찰서 특히 지구대, 파출소의 인력보강을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신고가 들어오면 일정기간 피해자 측근에서 밀착 신변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울러 가해자에 대한 무조건적 일정시간(예컨대 72시간)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키되 실질적인 격리를 위해 구금시설에 구금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9조상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한달 간 가둘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이렇게 과감하게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송파서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가해자는 귀가후 피해자집을 방문, 미리 준비한 흉기로 어머니와 동생에게 휘둘러 피해를 입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스토킹 신고를 112로 하면 출동경찰관이 경찰서에 협박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에 가해자는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보복을 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늘 지원팀, 지원센터, 태스크포스팀, 대책팀 구성을 한다. 그들의 인력 또한 일선 지구대, 파출소, 현장 직원들로 채워진다. 더 나아가 현장근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선 직원들이 할 수 없는 조치사항을 매뉴얼에 담아 직원들을 옭아매기도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늘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인력의 현장중심 재배치를 말해왔다. 집회시위도 없거나 적은데 왜 지방청 상설기동대가 필요할까. 지방청, 경찰청은 왜 이리 보고,지시받는 인력을 많이 만들어 놓았을까.
경찰인력을 현장에 재배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고가 발생하면 경찰서 형사, 강력팀 등이 함께 출동하여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격리조치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쉽게 개정하여야 한다.
피해자 중심의 신변보호조치에서 벗어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해자를 일정장소(구금시설)에 격리시키고 감시하여야 한다. 격리기간이 끝난 후에도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자발찌 등을 부착하여 동선을 감시하여야 한다.
피해자가 실질적인 신변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시민단체, 지자체, 나아가 검찰청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 밀착보호 활동을 해야 한다. 관련 수사와 재판도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밤거리를 안심하고 거닐 수 있는 사회, 그러한 나라를 만들려면 지금이라도 현장에 경찰인력을 증원하고, 피해자 신변보호조치가 확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