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직원이 징계에 회부된 사실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한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2021. 8. 26. 대법원 20216416 판결

 

박준상 변호사

 

. 기초사실

 

피고인은 소외 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의 인사과 직원으로, 이 사건 회사 A직원이 징계절차에 회부된 사실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이하 ‘이 사건 게시행위’)하였다는 이유로 형법 제307조 제1항 명예훼손죄로 벌금 30만원에 약식 기소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이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 법원의 판단 - 1심 유죄, 항소심 무죄, 상고심 유죄 (파기환송)

 

1. 항소심 판단 - 무죄

 

① 징계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공소외 회사의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며, 공적 관심의 대상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게다가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징계 회부 절차를 담당한 직원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이었다는 점, ② 통상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은 그 특정인의 성적 지향, 병력 등 존재의 일부에 관한 사항이거나, 그 특정인이 행한 구체적인 행위에 관한 사실인 경우가 많고, 그 특정인이 행한 구체적인 행위에 관하여 사회 내 공적인 절차를 통해 사실을 확정하고 그에 대한 불이익한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건은 그러한 ‘공적인 절차’ 중 하나인 징계절차에 관한 것이며, 특정인이 이러한 절차의 대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 자체로도 그 특정인에 대한 사회적 가치 등을 저하시킬 수 있으나, 명예훼손의 측면에서 볼 때 이처럼 절차에 관한 사항은 그 절차의 사유가 되는 특정인의 구체적인 행위에 관한 사실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한 법익 침해의 정도 역시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이 이 사건 문서를 개별통지가 아닌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한 것에 특별한 근거가 없고 절차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의 공적인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문서의 내용은 이 사건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상고심 판단 - 유죄 (파기 환송)

 

회사 징계절차가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도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일응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단계에서의 공개로 원심이 밝힌 공익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이유 등으로 원심의 판단에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일응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 이 사건 문서에는 피해자가 징계절차에 회부된 사실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로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고,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하였으며,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하였고, 상급자의 업무와 관련된 훈계에 대하여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등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징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므로 그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여 업무상 절차나 징계절차를 숙지하고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한다.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이 있기 전에 단지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에게 일응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다.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이 공지됨으로써 원심이 밝힌 것과 같이 ‘이 사건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익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 설령, 그와 같은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의결이 이루어진 후에 그와 같은 사실을 공지하더라도 공익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인다.

     

  5. 한편, 이 사건 문서는 근무현장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에 게시되었는데, 그곳은 이 사건 회사의 구성원 외에 협력업체의 직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의 왕래가 빈번하게 있는 장소이다. ‘이 사건 회사 내부’의 공익을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그 공개방식이나 게시 장소가 적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본 판결의 의의 및 평가

     

  1. 원심은 이 사건 게시행위에 대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인사과 직원으로서 공적인 절차에 따라 행한 것이었고,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일의 도모라는 업무 운영상의 공공의 이익으로 보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습니다. 원심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 행위가 이 사건 회사의 내부적 절차를 거친 공적인 일이었으므로, 개인에게 그 죄를 전가시키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① 징계절차의 회부단계부터 낱낱이 그 과정을 직원들이 알 수 있게 게시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처리로 볼 수 없고, ② 대부분의 기업이 징계 회부 사실에 대해 해당 직원의 인권을 고려하여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사건 게시 행위는 일반상식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우며, ③ 이 사건 직원은 인사과 직원으로서 직원들의 개인정보나 인사정보를 다루는 입장에서 좀 더 높은 수준의 감수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원심판결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2. 근로환경에서 인권보호가 강조되고, 이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법제화까지 된 현실을 고려할 때, 상고심의 판단과 같이 이 사건 게시행위의 의미는 무겁게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께서도 징계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직원들의 범위에 한해 그 사실을 알리고, 해당 사실이 전파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