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링크의 저작권 침해 방조를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황예영 변호사
1. 링크를 모아 제공하는 ‘다시보기’ 사이트는 저작권 침해일까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를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이하 이런 게시물을 ‘침해 게시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눈에 띄는 것은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모아 제공하는 ‘다시보기’ 사이트들입니다(이하 ‘링크 사이트’라고 합니다). 침해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경우 저작권 중 공중송신권[1]을 침해하는 정범이 됩니다. 문제는 침해 게시물을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해외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링크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공중송신권 침해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종래 대법원은 이들을 공중송신권 침해의 정범은 물론, 방조범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해 링크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2. 기존 판례의 논리
종전 판례는 링크 행위 자체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 등의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해, 공중송신권 등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등). 링크는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활성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기존 판례에는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링크까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3. 기존 판례를 변경하여 링크 행위의 저작권 침해 방조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
가. 사실관계 및 소송경과
정범들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드라마, 영화 등 영상저작물을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업로드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다시보기’ 링크 사이트에, 정범들이 해외 사이트에 업로드한 영상저작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총 450회에 걸쳐 게시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종전 판례와 같은 입장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피고인의 링크 행위가 저작권 침해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와 무관하게 단순히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해 이를 방조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다수의견)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링크 행위자가 1)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2)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를 살펴 보겠습니다.
정범이 침해 게시물을 서버에 업로드하면, 실제로 공중에게 침해 게시물을 송신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공중송신권 침해가 성립합니다. 다수의견은 정범이 침해 게시물을 서버에서 삭제할 때까지는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공중송신권 침해의 범죄행위가 계속되고, 따라서 정범의 범죄행위는 방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고의와 관련하여, ‘다시보기’ 링크 사이트와 같이 링크 대상이 침해 게시물임을 알면서 그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자는, 정범의 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해 공중송신권 침해를 강화∙증대할 의사로 링크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링크와 정범의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와 관련해서는, 링크 사이트의 링크가 없었다면 정범의 침해 게시물을 발견할 수 없었던 사람들까지 그 링크를 통해 원하는 시간·장소에 쉽게 침해 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됐으므로, 링크 행위로 인해 정범의 실행행위가 용이하게 되고 공중송신권의 침해가 강화∙증대됐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링크 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링크가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해, 엄격한 요건을 구비해야만 방조범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방조범 성립의 제한 법리를 명시했습니다. 즉,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링크까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검사는 링크를 한 행위자가 링크 대상인 게시물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로서 불법성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을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링크 행위가 정범의 공중송신권 침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법익침해를 강화∙증대하는 등 현실적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라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다. 반대의견
3명의 반대의견은 링크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정범의 행위는 침해 게시물을 업로드함으로써 종료되므로, 그 이후의 피고인의 링크 행위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다수의견이 피고인의 링크 행위를 처벌하고자 방조의 개념, 링크 행위의 의미,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확장 해석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링크 사이트의 영리적∙계속적 링크의 폐해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4. 판결의 의의
‘다시보기’ 사이트의 경우 인터넷 이용자들의 접근이 쉽고, 그로 인해 저작권자들의 피해도 큰 편입니다. 기존 판례는 ‘다시보기’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저작권자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저작권법 전면 개정 법률안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개정안 통과 이전에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여, 링크 행위자가 정범의 공중송신권 침해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해 공중이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경우, 방조범 성립이 가능하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링크를 통한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막지 않기 위해, 방조범 성립을 위한 고의와 인과관계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링크 행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고민이 엿보이는 판결입니다.
[1] ‘공중송신’은 저작물 등을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중송신은 저작권법상 방송, 전송, 디지털음성송신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