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담보목적의 전세권 설정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하여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40235(본소), 201840242(반소) 판결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268538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들어가며

 

전세권은 민법상 정해져 있는 물권으로(흔히 부동산거래에서 말하는 전세계약은 민법에서 정하는 전세권과는 다른 이른바 채권적 전세-보증금만 있고 차임이 없는 임대차계약-입니다) 담보물권적 성격과 용익물권적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채권담보목적으로 설정된 전세권에 대하여 그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전세권 설정등기가 유효한지 여부를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2. 사실관계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40235(본소), 201840242(반소) 판결의 사실관계

 

식당의 소유자인 피고는 식당건물에 대하여 식당을 운영하는 소외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전세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와 소외인은 실제로는 이 사건 식당에 대하여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피고 소유의 식당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이 사건 식당에 전세권을 설정한 것입니다.

 

한편 피고는 소외인의 연대보증하에 원고와 금전대여계약을 체결하였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소외인이 가지고 있는 위 전세권에 관한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이후 피고가 대여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원고는 판결을 통하여 소외인의 전세권을 원고로 이전하는 부기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식당을 사용수익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으나 1심에서 기각되었고 이에 항고,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식당의 전세권자로서 피고가 식당에서 퇴거하고 피고에게 식당을 인도할 것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가 무효라는 이유로 그 말소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268538 판결의 사실관계

 

원고는 2014. 5. 소외인과 상가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인 앞으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외인은 2014. 11.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침과 동시에 피고에게 이 사건 전세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한편 원고는 2015. 9. 소외인을 상대로 소외인의 차임 연체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상가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계속 중인 2015. 12. 소외인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6. 2.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전세금반환채권 1억 원에 대하여 물상대위에 의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원고는 2016. 5.경 소외인의 파산관재인과,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를 말소하고, 이 사건 상가는 원고에게 인도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고, 소외인의 파산관재인은 2016. 6. 위 합의에 대하여 파산법원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동일한 쟁점으로 보일 수 있는 위 각 사안에 대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전세권설정등기가 무효라고 본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전세권설정등기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시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40235(본소), 201840242(반소) 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민법 제185조는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정하여 물권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 전세권 설정의 동기와 경위, 전세권 설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채권의 발생 원인과 목적물의 관계, 전세권자의 사용수익 여부와 그 가능성,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에 비추어 전세권설정계약의 당사자가 전세권의 핵심인 사용수익 권능을 배제하고 채권 담보만을 위해 전세권을 설정하였다면, 법률이 정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의 전세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고 이러한 전세권설정등기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268538 판결의 내용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합의에 따라 임차인 명의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그 전세금의 지급은 이미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신한 것이고,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 전세권설정등기는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위와 같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기 위하여 전세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돈을 전세금으로 하는 것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치된 의사라고 볼 수 있으나 그 전세권설정계약은 외관상으로는 그 내용에 차임지급 약정이 존재하지 않고 이에 따라 전세금이 연체차임으로 공제되지 않는 등 임대인과 임차인의 진의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고 따라서 그러한 전세권설정계약은 위와 같이 임대차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범위에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러한 전세권설정계약에 의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새로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에 대하여는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만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와 소외인이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치기 위하여 체결한 전세권설정계약(이하이 사건 전세권설정계약이라고 한다)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고,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 이 사건 전세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는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전세권설정계약은 임대차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범위에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나,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A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마쳐진 것으로서 유효하고, 피고가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담보 목적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연체차임 등의 공제 주장으로 대항할 수 있을 뿐이며, 따라서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는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중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 나머지를 담보하는 범위에서 여전히 유효하므로, 피고는 원고로부터 그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 사건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저지할 이익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4. 시사점

 

실무상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전세권설정등기가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명확한 대법원 판결이 없었으나, 대법원읜 위 두 판결을 통하여 이와 같은 형태의 전세권설정등기가 유효한지 여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습니다.

 

즉 채권 담보만을 위해 전세권을 설정하였다면(특히 위 대상판결에서는 담보를 목적으로 임대차계약과 무관한 점포에 전세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전세권설정등기는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판단한 반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증금의 담보를 위하여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임대차계약과 양립할 수 없는 범위에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나, 실제 사용수익을 하고 있다면 전세권설정등기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마쳐진 것으로서 유효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일견 보기에는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한 것처럼 보이나 대법원은 전세권의 특징인 담보물권적 성격과 용익물권적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비록 임대차계약에 기한 전세권설정등기라도 일부는 유효하다고 보았고, 용익물권적 성격을 결한 경우에는 그 전세권설정등기는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보면 향후 실무상 임대차보증금을 담보하기 위하여 전세권을 설정하는 경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세권설정등기 대상부동산을 사용수익하여야 그 등기가 유효하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실무상 흔히 사용되고 있는 전세권설정등기에 대하여 그 유효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쾌하게 제시하였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