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조정기일에서 작성된 합의서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일방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경우 합의의 효력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91323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기초적인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부동산 중개와 관련한 용역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진행된 조정기일에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고, 원고와 피고들은 조정위원 앞에서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600만 원을 2회 분할하여 지급하고,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라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다음 각자 서명ㆍ날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합의서는 조정실에 비치된 양식에 따라 작성되었는데, 그 합의서의 주의사항란에 “합의내용대로 법원으로부터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당사자에게 송달되며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이의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생깁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또한 ‘당사자는 아래 합의내용대로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그 합의내용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이의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원ㆍ피고들에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이라고 함)을 송달하였고, 피고들은 위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 기간 내에 이의하였습니다.
2. 1심 및 제2심의 판단
위와 같은 합의내용에 따라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0.11.13. 2019가단28278) 및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9.30. 2020나85384)은 모두 피고들이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더라도 이 사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피고들의 이의신청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같은 제1심 및 항소심을 파기하고 환송하면서, 위 합의에 따른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에 대한 이의가 효력이 있다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조정기일에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음에도 조정을 주관하는 법원의 관여 하에 당사자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그 합의서에 ‘합의 내용대로 법원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것이고 이에 대해 당사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명시하고 이후 당사자 일방이 합의 내용에 따른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 경우라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법원의 조정 권유 노력에 대한 존중 하에 조정을 결렬시키지 않고 일단 합의서를 작성하되, 이의신청 기간 중에는 그 합의 내용의 최종적인 수용 여부에 대한 이의신청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합의에 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합의서 내용 중 그 결정에 대하여 이의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의신청권을 부정하는 취지의 기재가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조정절차를 주관한 법원이 서로 모순되는 이의신청권 유보에 관한 기재를 삭제하거나 그 기재가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한 바 없는 이상 당사자가 그 이의신청권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피고들이 여전히 이 사건 강제조정에 대하여 이의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4. 시사점
소송과정에서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당사자의 여러 사정 등으로 조정일 당일에 바로 조정합의를 하는 경우(임의조정)보다는 보통 강제조정의 형식을 빌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 건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사실상 임의조정으로 합의를 하기는 하였고, 다만 강제조정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조정시 기재되어 있는 이의신청권 유보조항을 삭제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의유보조항은 효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향후 분쟁을 조정으로 해결하는 경우 사실상 합의가 끝났고 다만 그 형식을 강제조정으로 하는 경우일지라도 강제조정결정문에 기재되어 있는 이의유보권이 삭제되어 있지 않은 한 여전히 분쟁은 종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점에 유의하여 조정에 임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