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사규정과 근로기준법 제7조
이상도 변호사
1. 들어가며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회사의 경우,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서 '퇴직은 최소 2개월 전에 신청해야 한다', '인수인계가 완료되기 전에는 퇴직할 수 없다', '퇴직은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등으로 규정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퇴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내용의 인사규정 등이 근로기준법 제7조가 정하고 있는 '강제 근로의 금지'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는바, 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 근로기준법 제7조의 입법 취지
근로기준법 제7조는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용자가 그 힘의 우위를 이용해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극복하고 근로자의 인격 존중과 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규정입니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 2문 후단에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강제노역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근로관계에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입법 취지만을 놓고 보면, 근로자의 퇴직에 일정한 요건을 부여해 그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퇴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위와 같은 인사규정의 내용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서 근로를 계속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7조에 위반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근로자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무런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퇴직하는 경우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내용의 인사규정을 둬야 할 필요성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는 점에 비춰보면 근로제공의 중단을 의미하는 퇴직에 관해 사용자에게 사전에 보고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근로계약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신의칙상 의무 혹은 부수적인 의무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바, 위와 같은 규정을 둔 것 자체가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이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을 이용해 강제 근로를 시키는 경우만을 금지하고 있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실정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3.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수단 및 관련 쟁점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수단은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고, 근로기준법 제107조에서는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폭행, 협박, 감금'은 형법상의 그것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문제 되는 것은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할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107조에서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이상, 위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가급적 명확하게 해석돼야 할 것인바, 결국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란 폭행, 협박, 감금에 준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근로자가 도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생활용품 등을 보관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인사규정 등에 단순히 위와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사용자가 위와 같은 인사규정의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떠한 수단을 사용했는지 혹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을 추가적으로 인사규정 등에 정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 근로기준법 제7조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관해서 문제 될 수 있는 것이, 사용자가 인수인계 업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퇴직했음을 이유로 퇴직한 근로자를 상대로 인수인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인사규정 등에서 위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는 손해배상청구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근로를 계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는 근로자의 근로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급심은 근로자의 인수인계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고 있고(울산지방법원 2013. 11. 20. 선고 2013나1211 판결), 재판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가 퇴직 전에 사용자에게 퇴직 사실을 알리는 것이나, 인수인계를 다하고 퇴직하는 것은 근로계약 자체에 내재돼 있는 신의칙 혹은 부수적인 의무로 평가할 수도 있고, 실무적으로도 퇴직 당일에 퇴직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 다음날부터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바, 사용자가 인수인계 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했거나 그와 같은 취지의 인사규정 등을 두고 있다고 해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사용자는 위 나항과 같이 인수인계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구체적인 손해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규정 등 자체에서 '인수인계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는 얼마를 배상한다'는 취지로 정해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위 규정의 의미에 관해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사용자에게 발생한 구체적인 손해 액수와는 상관없이 약정 위반 사실이 발생하기만 하면 일정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돼 효력이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인수인계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는 얼마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인사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해 효력이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위와 같은 내용의 인사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폭행, 협박, 감금이나 이에 준해서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해 퇴직을 제한했다는 구체적인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내용의 인사규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4. 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사규정에 대한 통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원활한 회사 운영 등을 위해 위와 같은 내용의 인사규정 등을 둠으로써 근로자의 이직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내용의 인사규정은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사실상 강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일정한 통제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7조를 통해 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사규정의 제정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생각건대 근로기준법 제4조 및 제96조 제2항을 통해 위와 같은 인사규정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일응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해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입니다(인천지방법원 2021. 6. 1. 선고 2020나67899 판결).
근로기준법은 제4조에서 의미하는 '근로조건'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법원은 '근로조건이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등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조건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는바(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누9177 판결 등), (광의의) 근로조건에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일체의 사항, 채용이나 해고 등 근로관계의 발생과 소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자유로운 퇴직'도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그렇다면 인사규정 등에서 근로자의 자유로운 퇴직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4조를 위반해 '자유로운 퇴직'이라는 근로조건에 관한 근로자들의 의사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96조 제2항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근거해서 이직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인사규정에 대한 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4조 위반에 관해서는 행정적 감독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어,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한 시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정을 요구해 볼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