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순직유족급여부지급결정 취소청구
: 부지급결정취소 및 재처분 취지의 조정권고
김호철, 곽소현 변호사
1. 사건 개요 및 결과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약 25년 간 봉직해온 어느 소방관(이하 ‘망인’이라고 합니다)이, 심신 건강한 상태로 임용되었으나, 재직 후 외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뇌전증(의증) 증세와 더불어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가
자살하였습니다.
유족들은 관할 행정청에 순직유족급여지급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은 망인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 뇌전증은 공무와 상관없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평소에
망인이 업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정황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공무’와 망인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하며, 이러한
망인의 사망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되지 않아 공무원재해보상법
제36조 및 제37조를 근거로 유족들의 순직유족급여청구에
대한 “부지급결정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위 “부지급결정처분”에 관하여 공무원재해보상법 제51조에 따라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
역시 관할 행정청과 유사한 사유를 들며 위 “부지급결정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 한결은 위 유족들을 대리하여 관할 행정청을 상대로 순직유족급여부지급결정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감정을 통하여 망인이 공무로
인하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및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 망인이 설령 뇌전증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뇌전증은 사망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 1심에서 “관할 행정청은 순직유족급여부지급결정처분을 취소하고
재처분을 하라는 취지”의 조정권고안을 이끌어 내어, 사실상 전부 승소하였습니다.
2. 주된 쟁점
관할 행정청은 특히 망인이 평소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혹은 우울증 등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병원의 명시적인 진단을 받은
바 없고, 간헐적으로 수면 중 발작이 있어 일회성 진료를 받은 진료기록이 존재하는데 이 진료기록상 망인은
뇌전증을 앓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며, 망인의 사망 원인도 뇌전증이라는 이유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무법인(유) 한결은, 망인에게 평소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및 심각한 우울증이
발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 사망 당시 망인의 증세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및 심각한 우울증의 증세로서, 뇌전증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 망인이 명시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및 심각한 우울증에 대한 진단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재판부 판단을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유사하게 서울행정법원 2016. 5. 26. 선고 2014구합73098 판결에서도, 세월호 사고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고
시신을 수습하며, 침몰 현장에 나가 관련 정보를 입수하여 보고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던 경찰관이 자살한
경우 그 경찰관이 직접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없기는 하지만, 그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여
우울증의 발병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망인은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사고
장소에 출동하여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으며, 이후에도 인양된 희생자의 시신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인계하는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수많은 시신을 접하였을 뿐 아니라, 가족의 사망·실종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감을 안고 있는 희생자·실종자의 유가족들을
직접 대면하고 면담하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위와 같이 망인이 대형 재난을 수습하는 최전선에서
공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죽음과 슬픔·상실감에 직접적·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받은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수준을 양적·질적으로 훨씬 초과하는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봄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보다 스트레스 요인에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에 있는
경찰공무원으로서도 통상적으로는 겪기가 어려운 이례적인 스트레스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망인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극심하고 이례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3. 의의
이와 같은 최근 재판부의 태도는, 향후 관련 행정청의 처분에 있어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없더라도 그 이유로 망인의
정신적 고통을 부정할 수 없는 주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계기는 소방관, 경찰관, 의료인
등 외상과 재난에 노출된 채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재난업무종사자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그들의 정신적 고통을 공감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