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2인 조합 종료와 청산인 직무대행자 선임 가부
- 대법원 2020. 4. 24. 자 2019마6918 결정
김민구 변호사
1. 민법상 조합 종료 및 청산관계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조합계약이라고 합니다(민법 제703조 제1항). 실무상 주로 접할 수 있는 사례는 개발사업에서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과거 시공사와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하였던 지역주택조합이나 주택건설촉진법상의 재건축조합 등), 도급계약시 시공사들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경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민법상 조합체의 경우 일방 조합원의 고의과실(횡령 등 불법행위 내지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일방 조합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궁극적으로 다른 조합원의 손해로 귀결되는데, 일방 조합원의 불법행위 내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는 조합체의 손해이므로 조합관계를 벗어나 개인의 지위에서 다른 조합원이 일방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법리입니다.
다만, 해당 조합체가 해산 등으로 조합관계가 종료되었을 경우, 청산절차가 완료되었거나 청산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잔여재산분배 외에는 더 이상의 잔무가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다른 조합원이 불법행위 내지 채무불이행을 한 일방 조합원을 상대로 잔여재산분배로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됩니다(실무상 잔여재산분배로서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청산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이유로 기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와 같이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자연재산분배’를 청구하기 위하여는 해당 조합체의 “청산절차(채권추심 및 채무변제)”가 완료될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청산절차”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민법상 조합은 특별히 조합원 상호간 합의 내지 조합 계약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는 한 총 조합원이 공동으로 청산인이 되어 청산사무를 집행하여야 하고(민법 제721조 제1항), 청산인이 수인인 때에는 과반수로써 업무집행을 하여야 하며(민법 제722조 및 제706조 제2항 후단), 청산인을 해임시키기 위하여는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 하여야 합니다(민법 제723조, 제708조). 따라서 2인 조합일 경우 일방 조합원이 청산사무를 해태하거나 2인 조합원 상호간 의사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청산사무를 종결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일방 청산인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거나 직무대행자 선임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발생하는데, 과거 대법원은 이러한 쟁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나 방론으로 “일부 청산인들이 청산절차에 협력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청산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상대로 청산인으로서의 직무를 집행하지 못하도록 함과 아울러 그 직무를 대행할 자를 선임하여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하는 등 청산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청산절차가 종결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바로 잔여재산의 분배나 정산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2620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2인 조합에서 일방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을 상대로 ① 청산인으로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② 청산인 해임 및 선임 청구를 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2개의 청구 모두 “각하”하였습니다.
2. 청산인 해임 및 선임청구 가부
의정부지방법원 2019. 3. 15. 자 2018비합10023 결정(각하)
(진행경과: 서울고등법원 2019. 7. 25. 자 2019라20380 결정 항고기각, 대법원 2019. 11. 15. 자 2019마6200 결정 재항고기각)
○ 위 사건에서 신청인은 민법상 조합에 관한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조합 청산의 경우에도 법인의 청산에 관한 민법 제83조, 제84조 규정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거나 비송사건절차법 제120조, 제84조 제1항 등에 따라 비송절차에 의하여 청산인의 직무를 대행할 자를 선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 “이 사건 동업계약에 기초한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조합관계라 할 것이다. 민법 제721조 제1항은 조합의 청산인에 관하여 ‘조합이 해산할 때에는 청산은 총 조합원 공동으로 또는 그들이 선임한 자가 그 사무를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법 제724조 제1항에서는 조합의 청산인의 직무 및 권한에 관하여 제87조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민법상 법인에 관하여 법원에 의한 청산인의 선임 및 해임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83조, 제84조는 준용하고 있지 않다. 한편, 비송사건절차법 제120조, 제84조 제1항은 상법상 회사에 관한 규정이다. 위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동업계약에 기한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조합관계 해산에 관한 청산은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공동으로 그 사무를 집행하여야 하고, 그에 관하여 민법상 법인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83조, 제84조나 상법상 회사에 관한 규정인 비송사건 절차법 제120조, 제84조 제1항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에 이 사건 동업계약으로 인한 조합관계의 청산에 관하여 민법상 법인이나 상법상 회사에 관한 청산인 선임 및 해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약정하지 않은 이상, 그에 관하여 위 법률 규정이 당연히 적용되거나 준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상 법인이나 상법상 회사에 관한 청산인 선임 및 해임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청구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3.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가부
대법원 2020. 4. 24. 자 2019마6918 결정
서울고등법원 2019. 11. 22. 자 2019라20671 결정(각하 결정으로 변경)
의정부지방법원 2019카합5131(기각)
○ 위와 같이 청산임 해임 및 선임청구가 ‘각하’ 되자, 신청인은 대법원 92다42620 판결에 기초하여 다른 조합원을 상대로 피보전권리를 잔여재산분배청구권 또는 해임청구권으로 하여 청산인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신청을 하였습니다(신청인 측은 피보전권리를 구성하기 어려워 앞서 본 청산인 해임 및 선임 청구를 먼저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피보전권리를 인정할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원심의 ‘각하’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조합 해산에 따른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은 그 성질상 금전의 지급을 구하거나 특정물에 관한 이행을 구하는 청구권이다. 그런데 금전채권 또는 특정물에 관한 이행청구권은 예외적으로 현재의 위험, 손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된다고 할 것인데, 그 경우에도 금전의 지급이나 특정물의 인도단행 등 그 채권의 목적에 따른 잠정적 이행을 구하는 만족적 가처분이 허용되는 것일 뿐, 그 피보전권리에 내포되어 있지 않은 권리를 전제로 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 조합 해산에 따른 잔여재산분배청구권에 조합의 청산인이 해임을 구하는 등 그 지위를 다투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청산인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또한 허용될 수 없다.
법률관계의 변경,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는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단체의 대표자 등에 대하여 해임을 청구하는 소송은 형성의 소에 해당하는데, 이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그러한 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은 허용될 수 없다(97마2269결정, 2000다45020 판결 등). 그런데 조합의 청산인의 경우, 민법 제723조에서 조합원인 청산인의 해임과 관련하여 민법 제708조를 준용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가 아니면 해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청산인 해임의 소에 관한 규정을 두거나 사단법인 또는 주식회사의 청산인 등에 대한 해임의 소를 인정하는 규정(민법 제84조, 상법 제539조 제2항 등)을 준용하고 있지 아니하다. 채권자는, 민법상 2인 조합의 경우 청산인 1인이 청산절차에 협력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머지 청산인 1인으로서는 법원에 청산인의 해임 및 그 직무대행자의 선임을 청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점, 민법이 조합에 관하여 법인의 청산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점, 민법상 조합의 청산에 관한 규정이 임의규정인 점 등에 비추어, 조합의 청산인에 대해서도 해임의 소를 본안으로 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724조 제1항에서 청산인의 직무 및 권한에 관하여 사단법인의 청산인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87조를 준용하는 외에 법원에 의한 청산인의 해임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84조를 준용하고 있지는 아니하고, 그 밖에 채권자가 내세우는 사정만으로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민법상 조합의 청산인에 대한 해임의 소가 가능하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
4. 정리
실무상, 조합계약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 경우 조합관계가 해산(탈퇴의 경우에는 지분계산으로정산하면 되므로 청산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으로 종료되더라도 잔여재산을 배분받거나 책임이 있는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산업무’가 필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합원 상호간 분쟁이 발생하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청산업무를 완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조합원이 3인 이상일 경우에는 과반수 의결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로 2인 조합일 경우에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이나, 조합사업의 진행 중 조합원 1인의 탈퇴(공동수급체의 경우 부도로 인하여 탈퇴, 제명이 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등으로 해산시점에 2인 조합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반드시 조합계약 체결당시 조합원이 2인인 경우에만 발생 가능성이 많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조합원이 2인인(또는 당초 3인 이상이었으나 청산 당시 2인 조합원으로 잔존하게 된 경우) 조합체의 청산업무 집행 과정에서 조합원 상호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청산사무를 종결하기 어렵게 될 수 있고, 현재로서는 대법원 판결과 같이 마땅한 해결 방안도 찾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향후 분쟁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하여 가능한 사전에 조합계약에서 청산인을 미리 지정하거나, 일방 청산인이 업무를 해태 방임할 경우의 해임절차 등에 대하여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