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계약내용에 포함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실효되는지 여부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292736(본소), 2019292743(반소)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공연기획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고는 티켓, 그 밖의 종합상품 판매업과 콘텐츠 제작, 유통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피고와 2018. 2. 14.자로 티켓 판매에 관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원고는 피고에게 티켓을 1장당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피고는 1회당 1,200석의 티켓을 합계 9,240만원, 25회 공연의 티켓을 합계 22억원으로 구매한다. 피고는 티켓의 판매금액을 자율로 정할 수 있다(3).

 

(2)   원고는 자신이 주최하는 이 사건 공연(공연기간: 2018. 7. 12. ~ 2018. 10. 3., 25)에 대하여 원고가 제작배포하는 홍보물에 피고의 로고와 함께 ‘www.kstarpay.com’(. 피고의 홈페이지) 표기를 하여 피고에서 예매되고 있음을 명시하여야 한다(7). 원고는 케이스타그룹 스타페이를 통해 공연티켓이 효율적으로 판매되도록 해당 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고, 티켓 또는 이에 상응하는 권리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체나 개인에게 피고가 케이스타그룹 스타페이를 통하여 판매하는 가격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제공할 경우, 피고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8).

 

(3)   당사자가 계약의 각 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서면으로 그 시정을 최고하고, 영업일 기준 7일 이내에 시정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9조 제1항 제1).

 

(4)   계약을 위반하여 상대방에 손해를 끼친 경우, 위반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의 범위 내에서 배상하여야 한다(10조 제1). 공연이 취소된 경우, 원고는 피고에게 판매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며, 피고의 귀책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제3조 제3항의 구매대금은 반환하지 않는다(10조 제2, 이하 이 사건 조항’).

 

나.   피고는 원고에게 티켓 구매대금으로 2018. 2. 14.부터 2018. 5. 9.까지 합계 154,000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다.   원고는 피고와 사전 협의 없이, 악천후를 이유로 2018. 7. 21.부터 2018. 7. 14.까지 예정된 1~5회 공연을 취소하였고, 공연장 시설 하자를 이유로 2018. 7. 15.2018. 7. 28.에 예정된 6, 25회 공연을 취소하였습니다. 피고는 그때마다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공연취소의 시정을 요구하였지만,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라.   원고는 피고의 사전 동의 없이 주식회사 이엔티아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이 사건 공연의 초대권 2,418매를 무료로 배포하였습니다. 피고는 2018. 7. 23.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초대권 무료 배포의 시정을 요구하였지만,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마.   원고는 원고의 홍보물에 피고의 홈페이지 주소를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2018. 7. 2. 원고에게 원고의 홍보물에 피고의 홈페이지 주소를 표기하여 피고에서 예매되고 있음을 명시할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시정을 요구하였지만,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바.   피고는 2018. 10. 10.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제7, 8조에서 정한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해제를 통보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반소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하였고, 2018. 10. 12. 이 사건 반소장 부본이 원고에게 송달되었습니다.

 

사.   원고는 본소로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구매 잔대금의 지급을 청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하게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여부

 

원심(서울고등법원 2021. 10. 27. 선고 20212007724 판결), (i)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1항은 해지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약정해제권에 관한 규정이고, (ii)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제7, 8조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는 이 사건 계약 제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계약해제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계약은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피고의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에 따라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위 원심 판결에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292736(본소), 2019292743(반소) 판결].

 

3.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는 이 사건 공연 7회분의 취소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7회분 구매대금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지만, 이 사건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으로부터 발생하였던 법률효과는 해제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소멸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이 소급적으로 소멸된 이 사건 조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해제된 계약에 포함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조항(이 사건 조항)은 해제로 인하여 소멸하므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의 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3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이러한 규정의 문언, 내용과 계약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계약당사자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전보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실효되지 않고, 전보배상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따라 그 배상액을 정해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계약의 유지를 전제로 정해진 약정이라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도 실효될 수 있다. 이 때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실효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약정 내용,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이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약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조항의 내용과 당사자들이 이 사건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이 사건 공연의 원활한 진행을 확보하고 이 사건 공연이 취소될 경우를 대비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연 티켓을 1장당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뒤에 그 판매금액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한 이 사건 계약 제3조의 내용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 전단은 이 사건 공연이 피고의 귀책사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취소된 경우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통해 피고에게 이 사건 공연티켓의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그대로 보전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목적은 피고가 미리 이 사건 공연의 티켓을 일괄 구매하여 자신의 책임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 사건 공연의 정상적인 진행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내용이고, 계약상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공연이 취소될 경우 이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될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사건 공연이 취소될 경우를 대비하여 둔 이 사건 조항이 계약의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의 의미와 법적 성질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된 이상 그 소급효로 말미암아 이 사건 조항도 함께 실효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액 예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부대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판결의 의의

 

계약내용에 손해배상의 예정(위약금)을 정한 경우가 다수 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조항은 실효되지 않고 계속하여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다만, 계약이 해제될 경우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약정도 함께 해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약정이 계약의 유지를 전제로 정해진 약정에 해당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합니다. 그와 같이 계약이 해제될 경우 손해배상의 예정도 함께 실효된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약정의 내용이나 동기, 경위, 목적, 거래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