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일용직 근로자, 근로관계 계속된다면 연차휴가 쓸 수 있어야

 

박준상 변호사

 

1. 들어가며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는 근로자(일용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에 관한 규정은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만약 일용 근로자가 한 달 동안 소정근로일을 개근한다면 사후적으로 연차수당이 지급돼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용 근로자들의 인식도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연차수당의 미지급을 이유로 한 일용 근로자의 고용노동청 진정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일용 근로자의 경우에도 사전에 연차휴가를 신청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례가 존재하지 않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용 근로자의 개념적 속성상 고용이 계속 보장되지 않아 일용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신청할 권리를 상정하기는 일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용직의 형태로 일하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이 사실상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사용자와 1일 단위의 계약을 맺고 매일 아침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만 실상은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사용자에게 고용돼 상용 근로자와 구분 없이 장기간 근로합니다.

 

특히, 이러한 근로 형태는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짧으면 수개월, 길면 몇 년 이상 일용 근로자들과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건설 현장에서 쉽게 확인됩니다. 이처럼 상용 근로자와 유사한 형태로 근로하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사전에 특정일을 지정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는 형평에 반하는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일용 근로자가 사전에 연차휴가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만약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일용 근로자 중 어떠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인정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일용근로자가 사전에 특정일을 지정하여 연차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지

 

. 계속 근로한 일용 근로자의 지위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일정 기간 근로를 계속한 일용 근로자가 상용 근로자와 같이 사전적인 연차휴가 청구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일용 근로자의 경우에도 상근성ㆍ계속성 등이 인정된다면 상용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동일 사용자에게 고용돼 장기간 근로를 계속한 일용 근로자의 퇴직금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형식적으로는 일용 근로자라 하더라도 근로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돼 온 경우에는 상용 근로자로 봐야 하고 사용자로서는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 상의 직원에 준하여 일용관계가 계속된 기간을 계속 근로 년수로 계산해 그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반드시 월 25일 이상 근무해야만 근로자의 상근성, 계속성ㆍ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대법원 1995. 7. 11. 선고 9326168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설시했습니다.

 

, 대법원의 입장은 일용 근로자의 경우에도, 상근성, 계속성, 종속성이 인정될 수 있으며, 형식에 상관없이 일용 근로자가 일정 기간을 계속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한다면 사용자로서는 해당 근로자에게 상용 근로자에 상응하는 처우(위 사례에서는 퇴직금의 지급)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일용 근로자라 하더라도 근로관계가 계속된다면 연차휴가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 있어 일용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상용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연차유급휴가의 성격에 대한 근로기준법 규정 및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의 규정을 보면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청구가 있는 시기에, 발생한 휴가일수 안에서 청구한 만큼' 줘야 합니다. , 근로자의 휴가를 사용할 권리에는 휴가권뿐만 아니라 시기지정권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에 명시된 '사업 운영의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규정에 비춰 볼 때, 만약 계속적 근로가 예정되어 있는 일용 근로자에게 사전에 장래의 특정한 날을 지정해 연차휴가를 신청하지 못하게 하고 사후적으로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만을 지급한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부여된 휴가권 및 시기지정권의 행사를 저지하는 셈이 돼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의 위반에 해당할 것입니다.

 

또 연차유급휴가의 성격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필요성에 기초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상당 기간 계속되는 근로 의무의 이행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직전 연도의 근속과 출근에 대한 근로 보상적인 성격(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86246 판결)"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차휴가 제도의 성격에 비춰 볼 때 일용 근로자라 하더라도 한 달 소정근로일을 개근하는 등 상당 기간 근로를 이행한다면 휴식을 통한 신체적ㆍ정신적 피로 회복이 보장돼야 하고, 이에 따라 근로 보상의 성격인 연차휴가는 온전히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상용 근로자와 달리 구분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나아가 일용 근로자 연차휴가 청구권이 보장되지 않아, 사후적으로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만 받은 채 쉬고 싶은 날 임의로 쉬게 된다면, 해당 휴식일은 출근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므로, 그 다음의 연차휴가 요건을 갖추는 데도 상용 근로자에 비해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 소결

 

결국, 일용근로자라 하더라도 사용자와 근로관계가 계속될 것이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는 경우 사전적으로 장래의 특정한 날을 지정해 연차휴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3. 일용 근로자의 계속적 근로가 인정되는 기준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을 통해 일용 근로자의 근로가 계속될 것이 예정돼 있다고 보아 사전적 연차휴가 청구권을 인정해야 할까요. 다원화된 현대 사회의 복잡한 고용 형태와 앞으로 추가될 고용의 형태를 비춰 볼 때 이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개별적인 근로의 형태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근로가 이뤄지는 영역의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계속적 근로를 개별적 근로 형태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ⅰ) 과거 해당 업무를 담당하였던 일용 근로자들의 근무기간, ⅱ) 일용 근로자가 맡고 있는 업무의 연속성, ⅲ) 상용 근로와의 유사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ⅰ) 과거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일용 근로자들이 장기간 근무했고, ⅱ) 사업 분야를 고려할 때 해당 일용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업무 상당한 동안의 연속성을 요하며, ⅲ) 출근일마다 1일 단위로 작성하는 전자근로계약서는 형식적인 행위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일용 근로자에게 다음날 또는 그 이후의 업무 지시까지 이뤄지는 등 상용 근로자와 유사한 정도의 근로가 예정돼 있었다면 해당 사업장의 일용 근로자들에게는 사전적 연차휴가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나가며

 

일용 근로자는 말 그대로 사용자와 1일 단위의 계약을 맺은 자이므로,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다음날의 근로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용 근로자에게 사전적 연차휴가 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유연한 인력의 활용을 위해 일용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실질적으로는 이들을 상용 근로자처럼 근로하게 하는 사용자에게도 이러한 계약상 원칙이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용 근로자에게 사전적 연차휴가 청구권 보장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실무상 문제들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계속 근로가 예정된 일용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신청한 경우 사용자가 해당 일용 근로자의 연차휴가일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노무공급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지침 등을 통한 고용당국의 세심한 기준 설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 일용 근로자들도 연차휴가를 내고 마음 놓고 쉬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