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육아휴직 중인 장교가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제압, 공사 직원에게 인계했다. 제압당한 사람이 112로 자신을 제압한 장교가 자신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관할 경찰서 형사팀은 군인 신분임을 확인, 군부대로 이첩했다.
필자는 장교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무료변론을 해주었다.
지하철 객차 내외 cctv를 확보하도록 했다. 문제는 장교에게 cctv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수사 중이라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억울한 점을 소명하려면 당시 촬영한 cctv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할 수 없이 장교의 진술을 근거로 당시 지하철 내 상황을 재현하도록 했다. AI 달리 프로그램을 활용,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객차 내에서 큰소리로 욕설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무서워서 공포에 떠는 승객들을 위해 장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진정을 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등을 잡았다. 그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장교가 폭행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란을 피우자 장교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힘만 가지고 어려울 것 같아 교통공사 직원에게 연락, 도움을 요청했다. 교통공사 직원의 도착이 늦어지자 장교는 할 수 없이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소란을 계속 피우면 승객도 불안하고 당신도 객차 내에서 쓰러질 수 있고 객차가 정차하면 역 구내와 객차 사이의 틈에 발이 빠질 수도 있어 위험해서 등을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객차가 정차한 후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던 교통공사 직원에게 인계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오히려 112로 경찰에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이 위와 같은 사정을 자세히 조사했으면 굳이 군부대 수사관에게 사건을 이첩하지 않고 종결해도 되었을 것이다. 현장 CCTV를 확인하고 출동 공사 직원의 진술을 청취하고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목격진술을 확인만 해도 충분히 사건을 자체종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서는 오히려 장교를 폭행으로 소속 군부대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첩을 하더라도 당시 경찰이 이첩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조사가 가능한 만큼이라도 조사하여 이첩했어야 하지 않을까. CCTV 사진, 교통공사 직원, 목격자 진술 등을 확인하고 수사보고서로 작성, 기재하여 이첩하여야 하지 않을까.
필자의 생각은 이첩하지 않더라도 무혐의 자체종결도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군부대로 사건을 이첩했다. 군부대 이첩 관련 경찰의 보고서는 단지 112 신고내용만 있을 뿐이다.
요즘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채상병 사건도 마찬가지다. 채상병의 사망원인과 관련하여 군수사기관은 사망의 원인(?)이 불분명하여 경찰로 이첩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이첩하기 전까지 가능한 조사결과 관련 의견을 개진하여 이첩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사망 등 변사사건의 경우 현장보존이 중요하다. 현장보존 관련 현장출동 수사관의 초동수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군사법원법의 개정으로 사망의 원인이 불분명한 사건으로 인지한 경우 경찰로 수사를 이첩한다. 그러다 보니 초동수사가 미흡하고 이첩을 받은 경찰 또한 미흡한 초동수사로 인해 제대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필자는 군사법제도 개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군, 경 간의 합동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첩 과정에서 책임 떠넘기기 부실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으니 군, 경 합동출동 공조수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아울러 군경 합동공조 수사팀의 상설화도 역설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경찰과 군 간의 책임 떠넘기기 수사가 이루어지고 이첩 시 이첩하는 기관에서 어느 정도까지 수사를 하고 (이첩 관련 인지보고서, 수사보고서) 인계하여야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어렵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군수사기관도 조사인력의 부족으로 사건처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군검찰 또한 송치 후 보강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경찰과 같이 무혐의, 불송치 결정 제도가 없어 신속한 사건처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군검찰, 경찰, 군법원에 재직중인 사람들이 경력자가 많지 않아 어렵다고 한다. 군사경찰의 경우 자체 승진제도와 처우개선이 뒤따라주지 않아 어렵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사건으로 AI를 활용한 현장재현 프로그램을 통해 사건 재현도 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현장 시뮬레이션을 많이 활용하면 사건 해결이나 수사(특히 공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