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1. 경찰청장, 서장, 순경 중 가장 힘이 센 사람은?

대부분 사람들은 경찰청장이 힘(?)이 제일 센 줄 안다. 왜일까? 인사권(승진, 속칭 꽃보직자리 임명 권리)과 징계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국민(민원인) 입장에서는 경찰청장, 서장을 볼 일이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오히려 현장(파출소, 경찰서 수사, 형사)에서 근무하면서 사건을 처리하는 순경(현재는 경장, 경사)이 가장 권한이 세다. 입건(전과자)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기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도 있고, 심지어 구속할 수도 불구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칼등을 대야 할 때 칼날을 대면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힘(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2. 조서를 꾸민다고 한다

경찰, 검찰에 가거나 법원에 재판을 하면 조서를 작성한다. 수사관, 검사, 법관과 오고 간 말과 내용이 기재된다. 문제는 오고 간 내용과 말이 제대로 사실 그대로 기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조사받고 읽어보고 사실 그대로 되어 있으면 서명날인하라고 한다. 조사를 받는 사람의 말이나 의도가 제대로 기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고 푸념을 한다. 수사관, 검사, 판사가 묻는 말에만 답변하라고 한다.

수사보고서나 질문지를 주고 답변을 작성하라고 하면 어떨까. 인터넷 화상조사, 줌을 통한 영상조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18시간, 야간심야조사 받는 날이 사라졌으면 한다.

3. 노량진 학원으로 몰리는 경찰 지원생

경찰관을 하려면 왜 노량진 학원에 가야 되는가. 학원비도 비싸다. 경찰학원 유명강사도 경찰대생, 변호사이다. 시험문제도 너무 어렵다. 고시합격생도 풀지 못한다.

다음 중 맞는 대법원 판례는 몇 개인가. 이런 문제보다는 정직성, 평판 조사를 보면 어떨까. 지리감, 관찰력,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실제 현장적응 시험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대한민국 경찰관을 선발하는데 영어시험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영어는 AI 휴대폰으로 대체하면 된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경위 계급을 주는 것도 문제다. 순경부터 출발해도 늦지 않다. 국어,영어, 수학 시험과 경찰 능력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4. 구치소 면회 10분

변호사는 접견시간에 제한이 없지만 재소자 가족들은 시간에 제한이 많다. 어머니가 아들 손을 잡지도 못하고 마이크로 10분도 채 안 되게 면회만 한다. 공휴일, 야간에는 면회가 되지 않는다.

구치소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어야 되지 않을까. 더욱이 구치소 한 방에 6명까지 수감된다고 한다.

5. 구치소에 가면 판사, 검사 성향까지 다 안다

구치소에 접견을 가면 판사, 검사, 변호사 성향까지 다 안다. 구치소 내에서 범죄 학습이 된다. 문제다.

6. 유치장 없는 경찰서

유치장은 경찰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데 유치인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유치장이 없는 경찰서가 많다. 유치인 면회, 접견을 위해 유치장이 있는 경찰서까지 가야 한다.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인권경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주취소란자 등 수감해야 할 사람을 유치장이 있는 경찰서가 멀어서 수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경찰이 공권력 집행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닐까.

7. 내 동네에 전자발찌 부착자 어디에 살까?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가 있다. 전자발찌 부착명령 제도도 있다. 문제는 거주지 관련 주민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가니 거주지 거리 근처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니 조심하라는 표지가 있다. 경찰서 상황실에 거주자 실시간 주거지도 표시된다.

보호관찰소 중앙관제센터와 경찰서 상황실 간 연계가 필요하다. 더불어 범죄피해자 신변보호 관련 신변보호자의 위치도 표시하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8. 서류만 보고 수사하고 재판한다

현장에 사건의 실마리가 있다. 그런데 경찰도 검사도 법관도 모두 수사서류만 보고 수사와 재판을 한다. 사건현장에 가보지 않는다. 현장검증은 강력사건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서류 꾸미기에만 급급하다. 공판검사는 수사검사가 기소한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가지 않는다. 변사, 부검 현장에도 가지 않는다. 현장검증을 신청하면 판사도 검사도 외면한다.

미국은 현장재현 시뮬레이션이 법정, 수사에서 활용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사건의 최종설명은 현장검증을 통해 확인하여야 한다. 현장을 외면하고 어떻게 수사서류로만 유, 무죄 심증을 형성할 수 있을까.

9. 묻는 말에만 답해라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한다. 수사, 공판의 현실이다. 질문이 길고 어려워 알지 못하는데도 답변하라고 한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기억을 환기시킨다. 왜 기억이 안 나느냐고 다그친다. 시간이 오래 되고 사람마다 기억력이 다르니 안 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자술서, 질문지를 통한 신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조사를 받다 보면 마지막 질문이 “더 할 말 있나요?”인데, 장시간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 “없습니다”라고 맺는다.

10. 잘못된 수사, 재판 사죄하지 않는 경찰, 검찰, 법원

입건, 기소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입건, 기소하고 사죄하지 않는다. 억울한 사람에게 유죄형을 선고하고도 사죄도 없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특진,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

칼,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건서류 작성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11. 존경받는 경찰, 검사, 판사가 없는 나라

필자는 경찰 생활을 오래 하고서도 존경받는 경찰이 누구냐고 물으면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검사, 판사도 마찬가지다. 사도법관 김홍섭, 조영래 변호사만 생각이 난다. 모두 옛날 사람이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김앤장, 태평양 등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들이 존경받을까. 그들이 과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변론을 많이 해줄까. 기부를 많이 할까. 그렇지 않다. 재력과 인품은 비례하지 않는다.

12. 높은 사람 잘 챙겨주면 승진하는 나라

승진하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고 한다. 높은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고 한다. 높은 사람은 권력자 주변에 있다.

검찰도 경찰사건 수사하는 형사부 보다 특수부, 금융조사부, 기획부서에 근무하여야 한다고 한다. 경찰도 일선 수사형사 부서보다는 경찰청, 지방청 등 기획부서에 근무하여야 한다. 출세하려면 말이다. 보고서 잘 쓰면 수사, 형사 현장 잘 뛰지 않아도 승진을 빨리 한다.

경찰, 검찰이 왜 존재하는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 가까이 있는 부서에 근무하여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비록 높은 사람 눈에 잘 안 띄여도 말이다. 경찰은 액션현장부서이지 정책기획부서가 아니다.

13. 취임사 단골 주제 “우문현답, 공정인사”

경찰청장, 지방청장 취임사 단골 매뉴가 우문현답, 빽(?) 쓰지 말라는 공정인사다. 빽 쓰면 폐가망신시킨다는 청장도 있었다. 직원들은 믿지 않는다.

성공한 빽은 통하고 실패한 빽은 불이익 받는다. 성공한 빽은 인사권자에게 도움이 되고 움직이는 빽이다. 빽 쓰지 않고 승진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마련하여야 되는데도 말이다.

대기업 인사는 면접만 10번 본다고 한다. 심층면접이다. 경찰 인사에는 면접이 없다. 오히려 출신, 지역 안배다. 높은 계급으로 갈수록 승진 소요연수도 짧아진다. 1년에 두 번 승진하는 계급도 있다.

이런 것들이 달라져야 되지 않을까. 현장근무자들이 우대받도록 인사평정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 현장근무자들은 인사권자인 높은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14. 현장인력 부족한데 상급부서는 인력 넘친다

파출소 인력은 부족한데 지방청 광역수사대, 통합수사대, 기동수사대 인력은 늘어난다. 파출소 인력을 빼내 지방청으로 보충한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파출소, 지구대 등 현장부서에 근무하여야 되는데 근무를 기피한다.

현장부서에 근무해보았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경사에서 승진한 사람이 수사부서에 배치되어 40여건이 넘는 배당사건에 스트레스를 받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수사부서에 배치하려면 교육과 훈련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조장, 팀장으로 묶어 사건조사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없이 바로 배치하자마자 사건이 배당되니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일선 근무자들은 잘 아는데 지휘관들은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