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쌍방의 채무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할 경우
소멸시효 중단 여부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다271732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주문형 제품생산업체로서, 피고에게 알루미늄 가공 제품 등을 공급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을 가공하여 원고에게 납품하면서 그 가공비를 원고 물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속적 거래를 해 왔습니다.
나. 원고는 2015. 4. 30.까지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하였고, 당시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은 76,194,036원이었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2015. 7. 15. 660,000원, 2015. 8. 31. 1,856,8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그에 대한 각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2015. 11. 30. 4,505,6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서 피고의 가공비 채권을 공제한 물품대금채권 잔액은 69,171,636원이 되었습니다.
다. 원고가 피고와의 거래내역을 정리한 ‘업체별 원장’에는 위 거래내역이 기재된 외에도, 2015. 12.
30. 피고로부터 620,4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 잔액이 위 금액만큼 증액된 69,792,036원이 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라. 원고는 2018. 8. 30. 피고를 상대로 물품대금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물품대금 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원고가 최종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2015. 4. 30.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는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였습니다.
마.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그 이후인 2015. 11. 30.까지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여 그 가공비가 동액 상당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에서 상계되어 일부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나머지 채무 승인을 한 것이다’는 취지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을 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수원지방법원 2021. 8. 10. 선고 2019나91817 판결)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인 다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공제는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판단하면서도
위와 같은 공제가 ‘당사자 사이의 사전 합의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을 들어, 피고가 물품대금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 재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있어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고(대법원 1980.
5. 13. 선고 78다1790 판결,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9854 판결 등 참조),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상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구하는 물품대금 채권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채무 승인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다271732 판결).
(i) 원고와 피고는 모두 서로간의 거래대금을 상계하는 방법으로 계속적 거래 및 정산을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ii) 피고가 원고에게 2015. 8. 31. 1,856,800원 상당의 부품가공 용역을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은 묵시적으로나마 위 가공비 채권을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이는 물품대금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물품대금 채무 전부에 대하여 발생하는 점,
(iii) 원고의 2015. 12. 30.자 업체별 원장 기재는 원고와 피고가 2015. 12. 30.경 계속적 거래관계를 종료하면서 상호간 채권, 채무액을 정산한 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점,
(iv)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를 통해 행사하는 것이므로(대물변제예약 완결권에 관한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23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위 공제를 상계예약에 의한 예약완결권의 행사라고 본 것은 피고가 원고에게 상계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고의 가공비 채권과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동시에 ‘당사자 사이의 사전 합의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상호 모순되는 점 등입니다.
4. 판결의 의의
계속적
거래관계를 통하여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금전채권∙채무관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상계를 통하여 계속적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한 방식의 정산 내지 거래유지가 거래관계를 간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이 계속적으로 상계가 이루어지는 거래관계의 경우, 최종적인 상계가 이루어진 시점에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의 ‘채무 승인’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았는바, 당사자의 의사 및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판결이라고 판단됩니다.
유의할
것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 승인’은 일부에 대하여 이루어져도 채무 전부에 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단기소멸시효(3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부
상계를 통한 정산이 이루어질 경우, 나머지 채무 전부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