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최근 압수수색 참여 단상

 

박상융 변호사

 

기업체를 운영하는 의뢰인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것이다.

 

기업경영주는 제일 걱정하는 것이 자신의 휴대폰, pc 압수이다. 휴대폰과 pc를 압수당하면 당장 기업경영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업 관련 고객의 연락처, 미팅 일정이 휴대폰과 pc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 카톡 등 sns 메시지도 모두 경찰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생활도 경찰이 다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과 무관한 자료를 경찰이 다 보고 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절대로 휴대폰, pc 자료의 삭제, 교체를 하지 말라고 했다. 경찰은 압수와 관련 증거인멸 여부부터 살펴보기 때문이다. 휴대폰, pc를 교체하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삭제한 흔적이 있으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압수에 대비해 서류를 파쇄하거나 은닉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앉아서 압수를 당하라는 말이냐고 반문을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압수수색이 나오면 변호사 참여 하에 조력을 받아 응하겠다고 답변하라고 했다.

 

압수수색 당일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갔다. 직원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여러 명의 수사관들이 영장과 관련 서류를 제시하면서 나가 있으라고 하니 겁이 많이 든 것 같았다. 사장도 급히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오는 중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팀장을 만나 변호사신분증을 제시한 후 영장을 보자고 했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내용과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와 압수수색 대상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압수수색 대상자의 신분을 확인했다.

 

피내사자라는 것이다. 어떤 혐의의 피내사자인지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과연 피내사자 신분에서 압수수색을 당하여야 하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압수수색은 체포, 구속 못지 않게 당하는 기업체나 경영주, 사람의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른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관이 영장을 제시하면서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 아침, 출근을 앞두고 가족들이 있는 앞에서 들어와서 안방에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 압수수색 박스에 서류와 pc등을 모두 담았다. 그러다 보니 압수수색이 닥치면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나아가 압수수색 사실이 tv 등에 방영되면 영업수주도 중단된다. 기업체의 평판도 나빠진다.

 

납세일 관련 자료를 준비하지 못해 체납까지 하게 된다. 심지어 압수해간 자료는 잘 돌려주지도 않는다. 압수목록도 교부하지만 대충대충 기재해서 교부한다. 최근 들어 휴대폰이 필수적으로 압수수색 대상이 된다.

 

휴대폰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개인의 사적인 내용도 많이 들어 있다. 이러한 휴대폰을 가져가게 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수사관들이 사건과 무관한 사적인 내용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그래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내용에 국한해서 압수하는 선별압수를 하라고 주장했다. 되도록이면 현장에서 선별압수를 원칙으로 하고 현장에서 선별압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 후 압수물 원본을 가져가라고 했다.

 

휴대폰의 경우 유심칩을 빼고 압수를 한 후 빠른 시간 내에 포렌식을 거친 후 반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심칩을 현장에서 교부시 유심칩으로 임시 휴대폰을 임대해서 사용하라고 했다.

 

문제는 압수된 휴대폰에 저장된 스케줄 등 일정표는 유심칩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컨대 이러한 것들은 수사관이 설명을 해준 후 현장에서 사건과 무관한 스케줄 등 사항은 확인해서 카메라를 통해 촬영해주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 포렌식 분석절차에 참여여부를 물어 참여하겠다고 했다. 얼굴을 보니 당사자와 변호인이 포렌식 분석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휴대폰 원본을 이미징 또는 카피복제한 후 이를 대상으로 포렌식을 통해 혐의사실과 관련된 내용만 선별하고 나머지는 삭제하여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포렌식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왜나햐면 디지털증거의 경우 무결성, 즉 수집, 운반, 분석과정에서 오염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사기관에서 혐의사실과 무관한 내용까지 압수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당사자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미징복사와 서버연계분석 과정에 장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과정에서 수사관은 참여자가 스스로 포기하도록 사실상 권유를 한다.

이제 휴대폰은 사이버범죄 수사뿐 아니라 일반범죄 수사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휴대폰에는 범죄와 관련된 많은 단서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휴대폰은 소유자에게는 필수품이다. 빨리 분석, 범죄관련 여부만 확인해 선별적 압수를 한 후 빨리 당사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분석인력과 장비의 부족으로 압수와 반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분석결과 어떠한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내사종결을 할 경우 그 과정에서 회사나 경영주 당사자가 입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무척 크다.

 

그래서 압수수색 영장은 무분별하게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와 관련된 혐의사실에 국한하여 신속하게 선별분석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검찰을 퇴직한 변호사가 한 말이다. 압수수색 영장도 체포, 구속영장 실질심사처럼 실질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 선 임의제출후 제출한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 한해 수사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압수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분석도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분석후 수사와 관련된 내용만 압수한 후 신속히 반환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범위 등도 등사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구속영장 신청서류도 당사자에게 교부하는데 왜 압수수색 영장만 교부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수사의 기밀성, 밀행성을 이유로 한다고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방어권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더욱이 압수수색 영장은 구속영장 사유보다는 그 신청요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압수수색 관련 당사자가 무조건 증거를 은닉, 삭제했다는 이유로 증거인멸 우려라는 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거인멸 우려는 수사관이 구속을 하는 경우에 거의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후 분석, 그리고 다시 관련자 출석조사를 앞두고 당사자들은 불안해 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그 직원들도 불안해 한다. 기업체의 경우 업계에 알려져서 수주도 안 되고 이미 수주했던 사업도 취소된다.

 

강제수사는 경찰, 검찰이 수사의 무기라고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당하는 상대방은 사형선고와 같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