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하도급법상 재신고시 조사시효, 검사결과 통지의무의 발생요건 등
- 대법원 2023. 3. 13. 선고 2022두57893, 2022두57909(병합)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2. 8. 25. 선고 2021누48443, 2021누58372(병합) 판결
박영동 변호사
1. 들어가며
대상 판결은 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대리한 사건의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로,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한 12가지 쟁점에 대하여 판단을 하였습니다. 고등법원에서는 11가지 쟁점에 대하여 원고 패소, 1가지 쟁점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한 1가지 쟁점에 대해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12가지 쟁점 모두에 대하여 피고가 승소하였습니다.
지면 관계상 3가지 쟁점, ① 원신고 후 동일한 내용으로 재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원신고와 재신고 중 어느 신고를 기준으로 하도급법상 조사시효 도과 여부를 판단하는지, ② 하도급대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민사소송에서 다투어지고 있는 경우 공정위가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지, ③ 목적물 수령 후 10일 이내 검사결과통지를 하지 않은 일체의 경우 검사결과 서면통지 의무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이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사실관계 요지
원고는 2014. 6월경 수급사업자와 가구 부품 및 금형 제조를 위탁하는 하도급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위탁할 때마다 별도의 금형발주계약을 체결하고 발주서를 교부하였습니다. 하도급거래는 원고가 금형을 발주하여 납품받으면 다시 수급사업자에게 금형을 임대하여 가구부품 제조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수급사업자는 2018. 9. 7. 원고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부당감액 등의 행위를 신고하였습니다(이하 ‘원신고’). 피고 공정위는 2020. 6. 4. 일부 행위에 대해 경고, 심사절차종료 처리를 하고, 2021. 5. 18. 일부 행위에 대하여 하도급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 처분을 하였습니다(이하 ‘제1처분’). 수급사업자는 2020. 8. 10. 피고가 심사절차종료한 행위에 대하여 다시 신고를 하였고(이하 ‘재신고’), 피고는 2021. 8. 4. 재신고 내용 중 일부가 하도급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시정명령 등 추가 처분을 하였습니다(이하 ‘제2처분’). 원고는 제1, 2처분 각각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두 사건은 병합되어 심리되었습니다.
3. 주요쟁점 및 판결 요지
가. 재신고시 하도급법상 조사시효 판단 기준
원고는 하도급법은 피고의 조사개시 대상이 되는 하도급 거래는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것으로 한정하고(제23조 제1항 본문),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 이내에 신고된 경우에는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난 경우에도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제23조 제1항 단서),[1] 단서의 ‘신고’에는 ‘재신고’가 포함되고, 조사개시 대상 거래의 범위는 각각의 신고일을 기준으로 확정해야 하므로, 재신고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하도급거래는 피고의 조사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재신고에 따른 조사의 개시는 원신고로 인해 개시된 조사의 '재개'일 뿐이지 종전과 구분되는 새로운 조사의 '개시'라 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심사관의 '심사종결'과 '재신고에 따른 사건심사 착수'가 있었던 사건에서 구 하도급법 제2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조사개시' 란 원신고로 인해 개시된 조사를, 같은 항 단서에서 말하는 '신고'란 원신고를 각각 의미한다고 해석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나. 민사소송 진행 중 공정위 시정명령의 적법성
원고는 지급명령은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을 강제 하는 것이고, 민사판결과 별도로 지급명령이 이루어지는 경우 법률관계가 불명확해지고 중복지급 문제가 발생하며, 특히 이 사건 각 처분의 지급명령 합계액은 민사소송의 제1심에서 인용된 금액을 훨씬 상회하여 원고는 지급명령에 의하여 민사상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할 것이 강제되는 불합리가 초래되므로, 동일한 행위사실에 대한 민사소송이 제기되어 제1심 판결이 조만간 선고될 예정이거나 선고 된 이후에는,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존부와 범위가 가려져 이행되면 충분하므로 피고가 지급명령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이 사건 제1처분은 관련 민사사건의 제1심 변론 종결 후에, 이 사건 제2처 분은 제1심판결 선고 후 항소심 계속 중에 있었는데, ① 민사상 다툼이 있다거나 민사 소송이 제기된 상태라는 사정만으로 하도급법의 지급명령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원사업자의 법위반 상태를 신속히 제거하여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려는 지급명령 제도의 취지가 몰각되는 점, ② 관련 민사사건은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을 뿐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화진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존부 및 범위가 민사 상으로 확정된 상태가 아닌 점, ③ 관련 민사사건에서 문제된 하도급거래 및 행위사실과 이 사건 각 처분의 사유가 된 하도급거래 및 행위사실이 완전히 동일한지도 분명하지 않은 점, ④ 관련 민사사건 제1심 판결의 인용 금액과 이 사건의 지급명령 금액의 차이는 주로 제3행위(프로젝트 네고 명목 감액행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민사판결은 원고가 프로젝트 네고를 한 것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도급대금의 '결정'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감액'에 해당 하는 점(원고 스스로도 하도급대금의 감액임을 인정하고 있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와 화진 간에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데도 지급명령을 하였다는 점이나 지급명령의 금액이 민사소송의 제1심판결의 인용금액보다 크다는 점은, 이 사건 각 처분의 지급명령의 위법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다. 검사결과 통지의무 발생요건 및 시정명령의 적법성
원고는 하도급법 제9조 제2항은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등을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며, 이 기간 내에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 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통지기간이 도과한 경우 검사 합격 통지를 받은 것과 동일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여 수급사업자에게는 미통지로 인한 불이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으므로 시정명령을 통해 검사결과를 통지할 것을 강제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피고가 이에 대하여 시정명령은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① 미통지로 인하여 수급사업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하자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합격 처리가 되어 오히려 유리한 점, ② 검사를 마치고 서면에 의한 통지까지 하기에는 10일이 매우 짧은 기간인 점을 고려하면 원사업자로 하여금 불합격 통지를 할 경우에 한하여 통지기간 내에 서면 통지를 할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점, ③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검사 합격 간주의 불이익을 받을 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검사와 서면통지를 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하고, 시정조치를 받을 경우 벌점이 가산되는 등의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 등을 이유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 미통지는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의 시정조치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도급법 제9조 제2항 본문, 제25조 제1항의 규정 내용 및 취지, 특히 원사업자가 통지기간 내에 검사 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면 설령 하도급법 제9조 제2항 본문 후단에 따라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하더라도 원사업자가 추후 미통지의 정당한 사유 등을 주장함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불안정한 지 위에 놓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통지기간 내에 검사 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였다면, 별도로 불합격 통지를 하였는지에 관계없이 하도급법 제9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되고,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원심 판단에는 하도급법 제9조 제2항 본문, 제25조 제1항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4. 이 사건의 의미
재신고시 조사시효 관련 판단 기준을 정립
하도급법은 공정위의 조사개시 대상이 되는 하도급거래를 그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실무상 ‘조사시효’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도급법 위반행위 종료 후 3년 이내 신고가 있고 이에 대해 공정위가 사실관계 확인곤란 등의 이유로 심사절차종료를 하는 경우, 신고인이 동일한 내용에 대해 자료를 보완하여 재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심사절차종료를 결정하는 동안 3년의 기간이 지나고 그 후 재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원신고와 재신고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하여 조사시효를 판단하여야 할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재신고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조사시효가 도과되어 공정위는 더 이상 조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대상판결은 재신고는 원신고와 동일한 위반사실에 대한 신고이므로 새로운 조사의 ‘개시’가 아니라 원신고로 개시된 조사의 ‘재개’일 뿐이므로 조사시효의 기준을 ‘원신고’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따라서 하도급법 위반행위 종료 후 3년 이내 원신고가 있고, 이에 대해 공정위가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여 법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아 심사절차종료를 하자, 원신고를 보완한 동일한 내용의 재신고가 위반행위 종료 후 3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진 경우에도, 원신고를 기준으로 위반행위 종료 후 3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공정위가 하도급법 위반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 진행 중 공정위 시정명령의 적법성 확인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감액 당하는 등의 경우 수급사업자는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이와 함께 하도급대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원사업자 측에서는 민사소송 결과를 기다려 판단하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민사소송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 곧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공정위가 민사소송 결과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정위 처분이 나올 즈음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공정위 처분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나 신속한 피해자 구제와 하도급법상 처분시효(신고일로부터 3년, 직권조사개시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공정위가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2]를 고려하여 마냥 민사소송 판결을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처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일관되게 “원사업자가 지급기일이 도과하였음에도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도 원사업자와 수급업자 사이에 하도급대금 지급 범위 등에 관하여 민사상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하도급법 제13조 위반을 이유로 하는 지급명령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하도급법에서 원사업자의 대금지급 지연을 금지하고 그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가 몰각된다.”라고 하면서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이 계속 중인 상황에서 피고가 한 하도급대금 지급명령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5. 13 선고 2019누34045 판결 등). 대상판결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민사판결의 인용금액과 공정위 지급명령 금액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하도급대금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민사소송에서 다투어지고 있더라도 이와 별개로 공정위가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을 할 수 있고, 민사판결에서의 인용금액과 달리 지급명령을 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위법하지는 않습니다.
검사결과 통지의무 발생요건 및 시정명령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 확인
하도급법 제9조 제2항은 원사업자가 목적물등을 수령한 후 10일 이내에 검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검사결과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원사업자가 목적물등을 수령하면 무조건 검사결과를 통지할 의무가 발생하는지 불합격통지를 할 경우에만 통지의무가 발생하는지, 검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은 일체의 경우에 공정위가 재발방지명령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다루어진 사안입니다.
고등법원은 원사업자가 불합격 통지를 하는 경우에만 통지의무가 있고 이에 대해 재발방지명령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하도급법 규정에 없는 ‘불합격 통지를 하는 경우’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하도급법 규정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원사업자가 불합격통지를 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목적물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으면 통지의무 위반이고 이에 대해 공정위가 재발방지명령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검사결과 통지의무의 발생 요건 및 시정명령의 적법성에 대해 최초로 다루어져, 대법원이 하도급법 제9조 제2항 및 제25조 제1항의 적용범위에 대하여 명시적 해석을 한 최초의 사례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1] 하도급법 제23조(조사대상 거래의 제한) ①제22조제2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개시 대상이 되는 하도급거래(제13조제11항이 적용되는 거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그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제12조의3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 끝난 날부터 7년으로 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지나지 아니한 것으로 한정한다. 다만,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 이내에 제22조제1항 전단에 따라 신고되거나 제24조의4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의 분쟁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한 하도급거래의 경우에는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난 경우에도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2] 제22조(위반행위의 신고 등)④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25조제1항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제25조의3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로서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1항 전단에 따른 신고를 받고 제2항에 따라 조사를 개시한 경우: 신고일부터 3년
2. 제1호 외의 경우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제2항에 따라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개시일부터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