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전직 경찰관 심장마비 사망사건

(업무상 과로사로 인정받은 산재사건)

 

박상융 변호사

 

장시간 근로로 인한 만성과로는 근로자가 뇌경색,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주요원인이 된다. 이렇게 과로가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경우에는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산재를 신청한다 해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법원이 업무와 질병과의 관계를 더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경찰 퇴직후 경비근로자(실제 많다)로 재취업하여 휴무일에 개인활동을 하던 중 발생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그 판단기준과 시사점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I. 사건개요

 

재해자는 경찰공무원을 정년 퇴임한 후, 2018226일 양천구의 재활용선별장에서 야간경비 근로자로 입사하여 일하던 중 6개월이 지난 동년 822일 휴무일에 등산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하였다.

 

이에 배우자는 재해자가 업무로 쌓인 과로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공단에 산재신청(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처분)을 하였으나 공단은 20192, 재해자의 사망과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기각처분 하였다.

 

이에, 배우자는 사건을 의뢰하였고 필자와 지인노무사는 합동으로 협력하여 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본인은 재해자의 사망 내역을 조사한 후 공단 본부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공단 본부는 20208, 공단 자문의사의 의견을 인용하여 본 사망사건은 과로로 인정할 근로시간이 부족하고, 교대근무의 가중요인 있더라도 단순 감시 경비업무이기에 근로자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재심사위원회에 노동부의 과로사 판단지침에 따라 재해자의 근무는 단순 경비가 아닌 매1시간 단위의 야간순찰업무라는 사실과 사업장의 유해 및 위험한 작업환경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추가하여 재심사를 청구하였다.

 

다행히도 재심사위원회 심사위원들은 202154일 기존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참고로, 공무원의 경우 재해발생 후 3년 내 인사혁신처 업무상재해 신청, 기각시 2차로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 통보일로부터 90일 내 심사청구, 3차로 재심 기각결정 90일 내 행정법원 소송제기를 할 수 있다.

 

II. 원심결정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본 경비원의 사망사건에 대해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경비원의 근로시간이 노동부지침의 만성과로 기준 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교대제라는 과중요인이 있었지만, 단순 감시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할 수 없다고 보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고인은 2018 2 26일부터 약 6개월간 양천구청 재활용 선별장 경비원으로 근무하였고, 순찰일지 등을 근거로 업무시간을 산정한 결과, 사망 전 1주간의 업무시간은 46시간, 사망 전 4주간의 주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 15, 사망 전 12주간의 주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 57분으로 확인되었다.

 

고인은 사망 당시 업무에 의한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고인의 업무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나 격일제 근무여건 등을 감안하면 업무와 고인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소수 의견이 있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사망 전 12주와 1주의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 57분으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하는 만성과로 기준에 미달하고 교대제 근무 이외 별다른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망에 이를 만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와 고인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판단의 기준이 된 노동부 지침은 아래의 내용과 같다.

 

과로인정 기준 고용노동부 고시 (2020-155, 2020.12.29)

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 (중략)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경우

. (중략) 발병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한 경우

. (중략)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는 다음을 기준으로 한다.

1)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간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2)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업무부담 가중요인)

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 교대제 업무, ③ 휴일이 부족한 업무, ④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⑦ 정신적으로 긴장이 큰 업무

3)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2항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III. 재심 (심사청구) 이유

 

1. 사건 수임과 조사 내용

 

양천구청은 201811월에, 재해자가가 업무상 과로사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공단 관할 지사에 산재신청을 하였다.

 

공단 관할지사는 사업장을 방문하여 구체적인 사실조사 없이 양천구청에서 제출된 근로계약, 업무일지, 근로자의 건강상태 등을 조사한 기초자료를 질병판정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질병판정위원회는 본 유족급여 청구사건을 업무상 과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각하였다.

 

이와 관련 자문노무사를 통해 재해자와 관련하여 공단 관할지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사업장인 양천구청에도 정보공개청구와 당시 업무조건과 작업환경에 대해 질의서를 만들어 요청하여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양천구 재활용선별장을 방문하여 경비초소, 경비경로, 작업장 환경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였다.(필자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 변호사와 노무사는 이러한 현장방문실사면담을 통상 잘 하지 않는다)

 

특히, 당시 맞교대로 근무하였던 직장동료와 당시 상황에 대해 대면조사를 하였다.

 

이 대면조사에서 근무시간 30분 전에 출근하여 업무인수인계를 하여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야간시간에 단순경비가 아니라 매 1시간당 순찰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운반 출입차량 70여대에 대해 지원업무 등을 하였다는 사실과, 2개조 맞교대 근무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추가 근무인원 투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재해자가 사망한 후 2개월 후에 1명을 추가로 증원하여 3개조 업무로 전환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2. 재심주장 내용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관계를 추가하여 재심을 신청을 하였다. 우선, 재해자가 매일 30분 먼저 출근하여 업무인수인계를 하였기 때문에 30분을 근무시간으로 추가하였다.

 

둘째, 사용자는 근로시간에서 휴게시간을 일방적으로 공제하였다. 재해자의 야간 근무 시간 중 1시간 30분을 휴게시간으로 공제하였으나, 재해자의 휴게시간은 일정하지 않았고, 작업장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휴게시간이 아니라 대기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관련 판례를 인용하여 주장하였다.[2]

 

셋째, 근로환경에 있어 악취가 많이 나고, 대형 차량이 출입하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쓰레기가 다량 적재되어 있는 위해한 사업장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2017년 현 사업장을 보도한 MBC 뉴스 자료를 인용하였다.

 

3. 재심 거부 내용

 

공단 본부는 업무인수인계를 위한 30분 미리 출근한 사실만 인정하고,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았다.

 

유족측이 주장한 야간 휴게시간 1시간 30분은 재해자가 단순 경비에 해당되므로 대기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교대제근무의 가중요인에 대해서도 근로자가 단순 감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청구인의 심사청구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근로복지공단 본부 자문의사의 공통된 의학적 소견은, 통상적인 수준의 범위를 넘어서는 연장근로로 과로를 초래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항이 없다. 아울러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정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없으며, 급격한 작업 환경의 변화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도 없다.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돌발적인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병 전 1주일 동안의 근무시간은 47시간 00분으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가 30% 이상 증가한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발병 전 4주와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53시간 30분과 54시간 12분이었으며, 단순 감시작업으로 24시간을 근무할 때에 3시간의 휴게시간이 제공되었다. 이는 단기 및 만성적인 과중 부담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며, 가중요인으로 교대제 가중요인은 인정되나 경비원으로 단순 감시업무에 해당하므로 업무관련성이 낮다. 따라서, 고인이 수행한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IV. 재심사청구 이유와 관련 입증자료 확보

 

1. 재심사청구 이유

 

20208,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위원회도 사건의 구체적인 조사 없이 원처분기관의 조사내용과 공단 자문의사의 의견을 가지고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판단지침에 따라 객관적으로 입증된 자료에 근거하여 아래의 사항을 반영하여 재심사를 신청하였다.

 

(1) 가중요인 미반영

 

근로복지공단 심사위원회에서 발병 전 12주의 1주 평균 근무시간을 54시간 12분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재해자는 평일 야간 근무만 하는 22교대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 고시(2020-155)가 정한 가중요인의 내용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발병 전 12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업무가중요인 7개 중에 1개 이상 해당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있다. 그러므로 교대제 근무는 업무 가중요인에 직접 관련이 있다.

 

(2) 야간업무시간 30% 할증 미반영

 

본 사건의 재해자는 야간 경비근무를 주 목적으로 채용되었다. 재해자는 야간근무 중 매1시간 단위로 순찰하고, 야간 출입 차량 70여대의 재활용품 중량 측정을 지원하는 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하였다. 따라서 단순 감시업무가 아닌 매 1시간당 순찰을 하고 부가적 업무도 수행하였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항의 감시단속적 근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업무이다. 따라서 노동부고시(2020-155)에 따른 야간 업무시간 근로에 따른 할증 30%를 가산해야 한다.

 

(3) 차량소음, 악취 등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쓰레기 재활용장은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스티로폼을 녹이면서 뿜어내는 쾌쾌한 냄새, 야간 차량 70여대의 통행으로 야기되는 소음발생, 순찰시 마스크, 안전모, 안전화를 착용하여 순찰을 하여야 하는 위해 위험한 사업장이었다. 특히, 재해자가 사망 후 맞교대를 하는 직장동료는 본인도 열악한 근무로 인한 과로로 죽기 싫다고 상급자에게 강하게 추가근무인원 확보를 건의하였다. 이에 양천구청은 재해 사업장에 대하여 재해자의 사망 후 2개월 지난 시점인 201811월에 야간 22개조를 33개조로 변경하였다.

 

2. 재심 관련 증거수집 활동

 

이번 과로사 산재사건에 있어 공식적인 정보공개요청과 사실관계 질의서를 통해서 입증자료를 획득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사업장을 방문하여 실제로 재해자의 근무에 대해 체험 조사를 한 것이 업무상 산재로 입증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1) 정보공개 신청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와 본부에 정보공개요구를 해서 산재불승인에 대한 사건 일체를 요청하여 받았다. 그리고 재해자의 근무지인 서울시 양천구청에 관련 사업장의 작업환경 내용과 근무교대조를 증원한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의형식으로 자료를 요청하여 받았다.

 

(2) 현장 사업장 확인과 직장동료 면담

 

본 노무사는 재해자의 사업장인 양천구청 재활용선별장에 직접 찾아가 근무장소, 순찰경로, 작업장 환경점검 및 직장 동료들에게 대면질문 형식으로 현황을 파악하였다. 특히, 재해자의 근무 교대자인 직장동료를 만나 당시 근무자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청취하였다. 맞교대 였던 근무자가 상급자에게 강하게 인원 충원을 요구해 기존의 야간 2교대조를 3교대조로 변경하였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3) 근무지 실상 입증자료

 

또한 인터넷을 통해 재해자가 근무하던 당시 양천구청 재활용선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각종 민원을 보도한 MBC 영상자료를 제출하여 유해한 근무지 실상을 입증하는데 도움을 얻었다.   

 

V. 재심 결정과 교훈

 

202154일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재심사위원회에서 본 사건에 대해 심판회의가 있었다.

 

여기서 위원들은 원처분 기관에서도 12주 평균 52시간 이상 근로하였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쟁점은 업무가중요인인 교대제근무를 반영할 여지가 있는지에 있었다. 여기서 원처분기관은 본 재해자의 업무가 단순 경비였다는 전제하에 노동부고시의 가중요인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은 유해 사업장으로 보도한 MBC 영상자료, 재해자가 사망한 후 업무 강도가 높아 2교대에서 3교대로 변경한 사실, 야간 근무중 1시간 단위로 순찰하였다는 내용, 야간 근무시간 중 차량 70여대의 재활용품 운반 차량에 대한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단순 경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가중요인을 인정하였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노무사가 주장했던 야간근무에 대해서는 재해자가 야간 감시업무를 하는 경비원이었으므로 야간근무 30%할증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 과로사 산재사건을 수행하면서 해당 사업장인 양천구청의 정보공개 내용과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한 자료들이 산업재해로 입증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사실조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었다.

 

과로사 산재사건에 있어 아직 민간 기업들은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은 이상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해줄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산재처리에 입증자료 획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주를 상대로 사실관계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사망원인이 과로사에 있다는 입증을 위한 기본자료로서 부검신청을 통한 사망원인규명은 필수적이다.

 

경찰관의 유족은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서 매월 158만원(자녀가 모두 25세 이상으로 수급자격은 1명만 해당)씩 배우자인 유족이 사망시까지 매월 수령이 가능하면, 매년 평균임금이 2.6% 인상되어 관련 월 수급금액도 많아지게 된다.

 



[1] 업무상 질병판정서, 2019판정 제2571, 2020.2.6.

[2] 대법원 2017.12.13. 선고 2016243078 판결: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 내의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 내의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피고의 지시로 시행된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종합하며 보면, 경비원들의 야간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근로복지공단, 심사1-G0006399 (2020.8.26)

[4] 산재보험 재심사위원회 재결서, 2020 재결 제4601, 202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