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계열사간 전출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99393 판결
이상도 변호사
1. 들어가며
서울고등법원 2019. 11. 12. 선고 2019나2001310 판결은 ‘계열사간 전출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업(業)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는바,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2.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정보통신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였는데, 피고의 플랫폼 사업 부문이 분할되어 A사와 B사가 설립되었고, 피고는 A사 주식의 98.1%를 B사 주식의 100%를 갖고 있었습니다. A사와 B사는 2년 6개월에 걸쳐 다수의 근로자를 피고가 진행하는 ‘○○○ 사업’으로 전출 보냈습니다.
이에 A사 및 B사 소속 근로자들(원고들)은 자신들이 전출된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고, 자신들(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파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 파견은, 근로자파견을 ‘업(業)으로 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계열사 간 전출이라는 이유로 파견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계열사 간 전출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사안에서의 계열사 간 전출은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⓵ 원고용주가 근로자파견으로 인한 대가나 수수료 혹은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는 근로자파견행위의 영업성을 인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A사 등은 전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후 피고와의 비용정산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 받았을 뿐, 근로자 전출과 관련한 별도의 대가나 수수료는 취득하지 않았고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⓶ B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피고에게 의존한다는 사정은 피고가 B사 지분을 100% 보유한 특수한 관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위 매출을 근로자 전출의 대가로 평가할 수 없다.
⓷ 원심이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전출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 비하여 초과근로수당 등을 적게 지급하는 이익을 얻었다는 사정을 들어 A사 등에게 전출 행위의 영업성을 인정한 것은 원고용주가 아닌 전출 후 기업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잘못이다.
⓸ A사 및 B사의 주된 영업 분야, 자산 규모와 운영조직 등을 감안하면, 원고용주인 A사 및 B사의 사업목적 등은 근로자파견과 무관하다.
⓹ 원고 1의 입사 및 전적 시점과 ○○○ 조직으로의 전출 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1에 대한 근로계약 체결 목적은 근로자파견과 무관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2를 비롯한 일부 근로자들이 A사 등에 입사한 후 바로 ○○○ 조직으로 전출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피고와 A사 등이 각 회사의 주된 사업 분야와 ○○○ 사업의 내용 및 특성, 신규 채용 인력의 향후 활용가능성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여기에 ○○○ 조직으로 전출된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원 소속 부서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고 실제 ○○○ 사업 종료 후 원고들을 비롯한 전출 근로자들이 A사 등으로 복귀하여 근무하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 2 등에 대한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또한 근로자파견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
⓺ 파견법이 규정한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는바(대법원 2022.1.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 조직으로의 전출과 담당 업무, 복귀 경위와 그 이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내지 고용불안 등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대법원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는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근로자파견의 경우에 적용되고, 근로자파견의 영업성 유무는 원고용주(파견사업주)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위 ⓵ 내지 ⓸의 사정에 비춰보면, A사 및 B사가 피고로부터 근로자파견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등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원고들이 A사 및 B사에 입사한 시기와 전출된 시기 간의 차이, ○○○ 사업 완료 후 A사 및 B사로 복귀되어 근무하고 있는 사정, A사 및 B사가 근로자 파견과는 구분되는 별도의 전문화된 영업분야 및 조직을 갖고 있는 점, 파견법은 파견 근로자의 고용안정 등을 위해 입법된 것인데, 원고들의 전출 전후 사정에 비춰보면 원고들이 고용 불안정 등에 처해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볼 때, A사 및 B사는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4. 시사점
계열사 간 전출은 실무에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업 및 조직 운영상 그러한 전출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계열사 간 전출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정을 설시하고 있는바, 향후 계열사 간 전출을 행함에 있어 위와 대법원 판결이 설시하고 있는 사정 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 불법파견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