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
-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8544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및 원심의 판단
甲은 1988. 8. 24. A로부터 매수한 안양시 토지(지목은 ‘대’)에 건물을 신축한 후 분양∙사용하기 위해 위 토지를 이 사건 토지 등 4필지로 분할하였고,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도로’로 변경하였습니다.
이 사건 토지를 제외하고 분할된 위 3필지에 1989. 4.경 및 1989. 5.경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이 준공되었고, 甲은 그 무렵 이 사건 토지 지하에 오수관을 설치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사건 토지는 위 3필지에서 북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한 유일한 통로였는데,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장방형의 막다른 골목 형태로, 북쪽 간선도로에서 이 사건 토지로 진입할 떼 왼쪽은 다른 토지 위에 설치된 담장으로 막혀 있었으며 오른쪽과 정면은 모두 다른 토지로 둘러싸인 채 그 지상에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이 있었습니다.
甲은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이 신축된 1989. 4.경부터 그 각 건물이 철거된 2018. 12.경까지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의 소유자는 물론 그 부지 소유자들에게 이 사건 토지의 사용료를 요구한 적이 없었습니다.
乙은 2018. 12.경 이 사건 기존 건물들 및 그 각 부지를 모두 매수한 후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을 철거하였고, 그 각 부지와 인근의 2필지를 하나의 필지로 병합한 후 그 지상에 다세대주택 2개동을 건축하여 2020. 9.경까지 27세대를 분양하였으며, 1세대를 소유하였습니다.
위 다세대주택 2개동의 건축 과정에서 위와 같이 인근의 2필지까지 병합됨으로써, 종전과 달리 위 2필지를 통하여 남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인근 주민들은 이 사건 토지를 거쳐 남∙북쪽 간선도로 사이를 도보로 왕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 다세대주택의 소유자∙거주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 역시 이 사건 토지를 도보로 통행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제한을 받고 있지 아니하였습니다.
乙은 위 다세대주택 A동 부지와 이 사건 토지 사이에 경계석을 설치하여 토지 경계를 표시하되, A동 건물과 이 사건 토지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둠으로써 이 사건 토지 및 A동 일부 부지를 통하여 북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는 물론 종전과 달리 차량 통행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 토지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북쪽 간선도로에서 위 다세대주택 B동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통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이 사건 토지에는 기존의 오수관 외에 우수관의 맨홀까지 추가로 설치되었고, 이 사건 토지의 형태를 아무런 변화가 없어 북쪽 간선도로에서 이 사건 토지로 진입할 때 왼쪽은 다른 토지 위에 설치된 담장으로 여전히 막혀 있으며 오른쪽과 정면은 모두 다른 토지로 둘러싸인 채 그 지상에는 위 다세대주택 2개동이 건축되어 있었습니다.
乙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甲을 상대로 통행권존재확인등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수원고등법원 2022. 3. 17. 선고 2020나26023 판결)은 甲이 이 사건 토지를 일반 공중에 무상으로 도로로 제공하는 데 동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토지가 현재 위 다세대주택의 주민만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고 보아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다세대주택의 건축주 겸 주민인 乙이 甲에 대하여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토지의 소유자가 스스로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에 무상통행권을 부여하거나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유자가 당해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토지의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편익의 유무,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한 경위와 규모, 도로로 사용되는 당해 토지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와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가지 사정과 아울러 인근의 다른 토지의 효과적인 사용∙수익을 위하여 당해 토지의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토지 소유권의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 비교형량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8802 판결,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의사에 부합하는 토지이용상태가 형성되어 그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더라도, 토지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소유자가 일반 공중의 사용을 위하여 토지를 제공할 당시 이러한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사용∙수익권 행사가 계속하여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는 이러한 사정변경이 있은 때부터는 다시 사용∙수익 권능을 포함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변경이 있는지 여부는 해당 토지의 위치와 물리적 형태,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게 된 동기∙경위, 해당 토지와 인근 다른 토지와의 관계, 토지이용상태가 바뀐 경위와 종전 이용상태와의 동일성 여부 및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허용함으로써 일반 공중의 신뢰가 침해될 가능성 등 전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대법원은, 위 관련 법리 및 아래 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토지 소유권의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 비교형량을 하더라도, 甲은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이 준공된 1989. 4.경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甲은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을 신축하여 분양∙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스스로 이 사건 토지의 지목까지 변경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도로’로 제공하였고, ‘오수관’까지 설치한 다음 그로부터 약 30년 동안 인근 주민을 포함한 이 사건 토지의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청구하는 등 완전한 소유권 행사와 관련된 별다른 언동을 한 적이 없는 점,
이 사건 토지는 그 위치∙형태∙지목에 비추어 독자적인 활용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점,
인근 주민들은 북쪽 간선도로에서 이 사건 기존 건물들까지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사용하는 편익을 얻었던 점,
甲은 이 사건 토지를 인근 주민 및 일반 공중의 이용에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건축허가를 취득할 수 있었음을 물론 이를 통해 건물의 신축 및 분양∙사용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등 결과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4필지 모두의 객관적∙경제적 효용가치가 모두 상승된 점 등입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위 관련 법리 및 아래 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이 철거된 후 다세대주택 2개동이 신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의 이용 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 甲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다거나, 甲이 일반 공중의 사용을 위하여 토지를 제공할 당시 이러한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용∙수익권 행사가 계속하여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오히려 이 사건 토지를 둘러싼 객관적 사정의 변경은, 甲이 당초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고 인근 주민 등의 통행을 위한 이용에 무상으로 제공한 이 사건 토지의 공로로서의 존재 및 그에 대한 인근 주민 등의 계속적 이용을 전제로, 그 이용의 편의성 강화를 위해 인근 주민 일부의 추가적 출연 내지 부담의 결과로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토지를 통행로로 이용하는 인근 주민 등의 계속적 이용의 이익 내지 기대권의 보호가능성이 없어진 경우라거나, 甲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회복을 인정할 정당한 이익이 새로 발생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세대주택 신축 이후에도 이 사건 토지의 위치∙형태∙지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북쪽 간선도로에서 이 사건 토지로 진입할 때 왼쪽∙오른쪽∙정면 모두 다른 토지에 둘러싸인 채 그 지상에 다세대주택 2개동이 건축되어 있음으로 인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다세대주택 신축 이전과 이후의 객관적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다세대주택 신축 이후에 종전과 달리 북쪽 간선도로에서 이 사건 토지를 거쳐 남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는 乙이 이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의 각 부지와 인근 2필지를 하나의 필지로 합병한 후 그 지상에 다세대주택 2개동을 건축함으로써 그 부지는 물론 이 사건 토지의 객관적∙경제적 효용가치를 상승시켰기 때문이고, 다세대주택 신축 이후에는 그 건물에서부터 이 사건 토지를 통하지 않고도 다세대주택의 일부 부지를 통해 북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통행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는 乙이 이 사건 기존 건물들에 비해 이 사건 토지로부터 상당한 간격을 두고 다세대주택을 건축하였기 때문인 점,
다세대주택 신축 이후에 종전과 달리 북쪽 간선도로에서 이 사건 토지와 다세대주택의 일부 부지까지 포함하여 차량 진입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이 역시 乙이 이 사건 기존 건물들과 달리 다세대주택 건물을 이 사건 토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상당한 간격을 두고 건축하여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진입로를 확장시킴으로써 다세대주택 부지는 물론 이 사건 토지의 객관적∙경제적 효용가치를 상승시켰기 때문인 점,
甲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1989. 4.경에도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이 이 사건 토지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건축되었거나 그 이후에 철거되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개∙재축된다면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진입로의 간격이 넓어져서 차량의 진입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도 큰 점,
다세대주택 소유자∙거주자들은 인근 주민들이 이 사건 토지를 이용하여 남쪽 또는 북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왕래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이는 이 사건 토지가 여전히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고 있을 뿐 다세대주택의 건물부지로 사실상 사용되는 등 다세대주택의 소유자∙거주자들만을 위한 용도로 제공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다세대주택 신축 이전에도 이 사건 토지가 막다른 골목이어서 인근 주민에 비해 이 사건 기존 건물들의 소유자∙거주자의 사용 빈도가 훨씬 높았던 점과 비교할 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甲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인근 주민들은 북쪽 간선도로에서 다세대주택으로 진입하거나 이를 거쳐 남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이동함에 현재보다는 상당한 제약이 생기게 되고, 북쪽 간선도로에서 차량을 이용하여 다세대주택 건물로 진입하는 것에는 막대한 제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乙이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면서 종전에 비해 건물 면적을 축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차량 진입로가 마련되었고, 이로 인해 이 사건 토지는 물론 다세대주택 부지의 객관적∙경제적 효용가치까지 모두 상승된 상황까지 더하여 보면, 甲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계속 제한된다고 보더라도 甲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는 반면, 甲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완전한 소유권의 행사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이 사건 토지의 이용에 관하여 차량 이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매우 불합리한 의사를 내포한 것이어서 일반 공중의 신뢰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점 등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甲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사용∙수익권을 포함한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여전히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이상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8544 판결).
3.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민법이 정한 물권법정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유지가 일반 공중의 교통을 위한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토지의 일부를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대세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토지 소유자가 도로 부지로 무상 제공받은 사람들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양해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1528, 211535 판결), 소유자의 사용∙수익권의 대세적∙영구적∙절대적 포기는 인정하지 않는 반면, 소유자의 사용∙수익권의 채권적∙일시적∙상대적 포기는 인정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는 소유자의 사용∙수익권의 채권적∙일시적∙상대적 포기를 인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 및 토지 소유권의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이라는 요건을 재차 확인한 판례이면서, 소유자의 사용∙수익권의 채권적∙일시적∙상대적 포기가 가능하다고 하면 다시 그 포기를 철회하고 소유권의 내용인 사용∙수익권을 회복하는 것 역시 가능하여야 할 것인바, 그 요건 및 해당 여부가 문제되었던 사안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대법원 판례에서 문제되었던 구체적 사안을 통하여 향후 소유권자의 사용∙수익권의 채권적∙일시적∙상대적 포기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소유권자의 사용∙수익권의 채권적∙일시적∙상대적 포기가 인정되는 사안에서는 해당 물건(주로 토지)에 관하여 일정한 자들에게 무상의 사용∙수익권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해당 소유권자의 사용∙수익권 회복이 인정되는 시점부터는 무상의 사용∙수익권을 소멸하게 된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