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재직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1. 선고 2019가합574921 판결

 

봉하진 변호사

 

1. 들어가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소위재직조건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인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시 이후 다수의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이 재직조건이 있는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정기상여금의 경우 취업규칙 등에 재직조건 등이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규정 자체를 무효로 보거나(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2025282 판결) 효력을 제한하여 해석(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303417 판결,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238053 판결 등)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최근 판례의 경향과 같이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로 보아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2. 사안의 개요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및 급여규정은 상여금을 급여 체계에 포함시키면서, ‘상여금은 년 750%를 지급하되, 2, 4, 6, 8, 10, 12월말에 각 100%, 설날, 추석, 하기휴가시에 각 50%를 지급한다.’고 정하였으며, 피고 회사는 2015. 12. 31. 취업규칙인 급여규정을 개정하면서상여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였고, 이에 따라 회사는 상여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급여규정에서경영성과 및 근무성적에 따라 (상여금)의 지급률과 지급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은 급여규정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인사고과 내지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금액에 차등을 두지 않았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래의 사정들을 근거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및 통상임금성을 인정하였습니다.

 

  1. 경영성과 및 근무성적에 따라 (상여금)의 지급률과 지급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정한 급여규정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업적, 성과 등에 관계없이 사전에 확정된 금액이 정기적으로 분할지급된다.

 

  1. 이와 같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지급실태에 전체 임금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단순히 복리후생적·은혜적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그 지급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이는 근로의 대가를 수개월간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에 불과하다.

 

  1. 그렇다면 그날그날의 근로제공으로 인하여 그 몫의 임금이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그 지급에 관한 조건을 부가하여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근로제공의 대가로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반하고,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으로서 동법 제15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하므로, 개정 급여규정 제39조제2항에도 불구하고,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 퇴직일까지의 근로일수에 비례하여 일할계산하여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 법원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임금규정에서 소위재직조건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확정된 정기상여금이 분할지급되는 점, 전체 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조건은 무효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4. 시사점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소위재직조건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인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사전에 확정된 정기상여금이 분할지급되는 점, 전체 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상여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한 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한 임금규정(재직조건)이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직조건 자체를 무효로 판결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던 세아베스틸 사건(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2025282 판결) 이후 위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사건 번호 2019204876)에 계류되어 있는 동안 대상판결을 비롯한 하급심 판결들이재직조건이 있는 임금은 고정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기존의 대법원 법리를 설시하면서도 재직조건을 무효라고 판단하는 등 법리 설시와 적용이 정돈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세아베스틸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재직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법리가 정리될 것으로 보이며, 만약 재직조건의 무효를 선언한 서울고등법원의 해석을 대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다수의 통상임금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바, 이 사건의 판단을 유의하여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