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 가부

-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299976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건의 쟁점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561조는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본절의 규정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부담부증여에도 민법 제3편 제2장 제2(554조부터 제562조까지)의 증여에 관한 일반 조항들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부담부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299976 판결 참조).

 

그러나,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도 민법 제555조에 의한 해제, 즉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라는 이유로 해제가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299976 판결).

 

  1. 부담부증여계약이 체결된 경우 민법 제561조에 따라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민법 제559조 제2항에 따라 증여자는 그 부담의 한도에서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지는데, 이처럼 민법에서는 부담부증여에 부담 없는 증여와 구별되는 성격이 있음을 고려하여 계약의 이행과 소멸 과정에서 증여자와 수증자의 공평을 특별히 도모하고 있는 점,

     

  2. 민법 제558조는 제555조에 따라 증여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지지 못한다고 정하고, 부담부증여에서는 이미 이행한 부담 역시 제558조에서의 이미 이행한 부분에 포함되는바,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하였음에도 증여자가 증여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법 제555조에 따라 부담부증여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고 본다면, 증여자가 아무런 노력 없이 수증자의 부담 이행에 따른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점,

     

  3. 민법 제555조에서 말하는 해제는 일종의 특수한 철회로서 민법 제543조 이하에서 규정한 본래 의미의 해제와는 다르고(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1755 판결 등 참조), 그 사유가 증여계약 체결 당시 이미 존재했다는 측면에서 수증자의 망은행위 등을 이유로 한 민법 제556조에 따른 해제, 증여자의 재산상태변경을 이유로 한 민법 제557조에 따른 해제와도 다르므로,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의 채무불이행이나 각 당사자의 사정변경이 없고 오히려 수증자가 증여자의 증여 의사를 신뢰하여 계약 본지에 따른 부담 이행을 완료한 상태임에도 증여자가 민법 제555조에 따른 특수한 철회를 통해 손쉽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게 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점,

     

  4. 민법 제555조에서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 있는데(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등 참조), 부담부증여의 경우 부담 없는 증여와 달리 증여자의 재산의 수여뿐만 아니라 수증자의 부담 이행까지 의사표시의 내용이 되므로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거나 증여 의사가 불분명할 가능성이 많지 아니하고,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한 점 등입니다.

     

    3. 판결의 의의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대법원 판시와 같이 민법 제555조에 의한 해제, 즉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임을 이유로 한 해제(실질적으로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수증자가 그 부담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임을 이유로 한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