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민사조정절차시 조정취하로 종료되는 경우
누가 변호사보수를 부담하는지에 대하여
- 대법원 2022. 10. 14.자 2020마7330 결정
도종호 변호사
1. 기초적인 사실관계
가. 배경사실
피신청인(이하 ‘A사’라고만 함)은 2018. 10. 29. 신청인(B사)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에 신청인이 피신청인의 프로그램을 불법 복제하여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의 지급을 구하는 조정신청을 하였습니다(조정신청시 손해배상청구액은 900만원이었습니다).
신청인은 2018. 11. 15. 변호사 C를 위 조정사건의 대리인으로 선임하였는데, 피신청인 A사가 2019. 1. 17. 제1회 조정기일 이후인 2019. 1. 24. 조정신청을 취하함으로써 대상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이후 신청인은 피신청인 A사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에 대법원 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규칙에 따라 소송비용확정신청을 하였습니다.
나. 1심 및 2심의 경과
위와 같은 신청인의 신청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인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은 절차비용은 피신청인 A사가 부담하고, 대상 사건에 관하여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상환하여야 할 절차비용액이 605,583원(= 변호사보수 600,000원 + 확정신청 비용 5,583원)임을 확정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피신청인 A사가 항고를 하였고 제2심 법원인 수원지방법원은 ① 대상 사건이 조정신청의 취하로 종결된 점, ② 대상 사건에서 신청인의 대리인은 사전에 진술서 등을 제출하여 조정절차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거나 증거를 제출한 바 없고 2019. 1. 17. 제1회 조정기일에 1회 출석하여 합의금의 조건 등에 관하여 구두로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대상 사건은 2019. 1. 17. 제1회 조정기일이 진행된 직후인 2019. 1. 24. 취하로 종결되었고 추가로 조정기일이 속행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보수 규칙 제3조에 따라 산정된 금액인 90만 원의 2/3를 변호사보수로 상환하도록 하는 것은 조정절차의 경과와 기간, 사건의 성질과 난이도, 규칙에 의해 산정한 보수액의 규모, 변호사가들인 노력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공정이나 형평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신청인 A사가 신청인에게 상환하여야 할 변호사 보수를 30만 원(= 90만원×1/3)으로 감액하였습니다.
다. 대법원의 판단 (피신청인 A사의 재항고 기각)
위와 같은 수원지방법원 결정에 대하여 피신청인 A사는 재항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신청인 A사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민사조정법 제38조는 민사소송법의 일부 조항만을 열거하여 준용하도록 정하는 한편, 같은 법 제39조는 "민사조정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비송사건절차법(이하 ‘비송절차법’이라고만 함) 제1편(제15조는 제외한다)을 준용한다"라고 정고 있으나 민사조정법에서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일부 조항과 비송절차법 제1편의 규정만으로는 민사조정절차 전반을 규율하는 데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민사조정법 제38조는 준용할 수 있는 민사소송법 조항을 열거하고 있으나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볼 근거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규율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열거된 민사소송법 조항 외의 다른 조항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민사조정사건은 상대방을 예정하지 않고 비대심적 구조를 취하는 전형적인 비송사건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민사조정법은 당사자의 절차비용 지출이 수반되는 조정절차가 진행되다가 신청인이 조정신청을 취하하여 조정절차가 종료된 경우 절차비용 부담의 재판과 절차비용액 확정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사조정법 제39조에 따라 민사조정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비송절차법 제1편의 규정을 준용할 수 있으나, 비송절차법 제24조(비용의 부담), 같은 법 제25조(비용에 관한 재판), 같은 법 제26조(관계인에 대한 비용 부담 명령)는 비대심적 구조를 취하는 전형적인 비송사건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조항만으로는 전형적인 비송사건과 구별되는 민사조정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반영하여 규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민사조정사건이 신청의 취하로 종료된 경우 민사소송법을 유추적용해 절차비용의 액수를 정하고 이를 부담하다고 하면서 변호사보수를 절차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민사조정절차의 성격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면서 피신청인 A사의 재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4. 시사점
소송과정에서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조정절차의 간이함, 소송절차의 번잡성 및 특히 본 건과 같은 소프트웨어 무단사용을 주장하는 경우 혹은 다수 당사자가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본안소송이 아닌 조정절차를 통하여 상대방의 항변 등을 확인한 다음 승소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 조정절차를 취하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민사조정법의 경우 조정신청을 취하하는 경우 소송비용부담, 특히 변호사보수 산입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없어 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이용하여 조정신청을 한 후 조정신청을 취하하면 상대방은 불필요한 변호사보수를 지급하게 되어 손해를 입게 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민사조정절차에 있어서도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절차에 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여 민사조정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향후 조정신청이 있는 경우 신청인이 조정신청을 취하하더라도 대법원 규칙에 따라 일정한 금액은 변호사보수를 소송비용으로 산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대법원 결정에 따라 분명해졌으므로, 조정신청에 대하여도 적극적으로 변호사선임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