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패스트 무비(영화 요약 영상) 올린 유튜버에
손해배상 인정한 최초의 일본 판결
황예영 변호사
1. 패스트 무비(fast movie)란?
MZ세대들이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짧고 간결한 영상, 쇼츠(shorts)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90분~120분에 이르는 영화는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패스트 무비(fast movie)입니다. 패스트 무비는 한 편의 영화를 10분 내외로 요약해 해설∙소개하는 영상을 말합니다. 유튜브에서 검색되는 ‘결말 포함 영화 리뷰’ 영상도 패스트 무비에 속할 것입니다. 패스트 무비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단시간에 많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풍조에도 부합합니다.
그런데, 패스트 무비는 영화의 영상 일부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결말이 포함된 영화 리뷰 영상은 영화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영화 제작사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2. 패스트 무비 손해배상 사건의 배경
일본 유튜버 3명은 일본의 13개 영화제작사의 영화 54편(데스 노트, 용의자 X의 헌신 등)을 영화제작사의 허락 없이 패스트 무비로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였습니다. 이들은 2020년 4월부터 1년 동안 약 700만 엔(약 6700만 원)의 광고 수입을 얻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였습니다. 일본 센다이지방법원은 2021. 11. 16. 피고인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일본에서 패스트 무비 업로드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이후 위 13개의 영화제작사들은 위 피고인들 중 2명을 상대로 도쿄지방법원에 총 5억 엔(약 48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패스트 무비 손해배상 판결 - 東京地判 令和4年11月17日 令和4年(ワ)第12062号 判決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들이 원고들의 저작권 중 번안권(우리 저작권법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해 일부청구로서 5억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공모하여 각 영화를 편집해 약 2시간의 작품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10~15분 정도의 각 동영상(이하 '본건 각 동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의 번안권을 침해한 후, 본건 각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원고들의 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본건 각 동영상은 유튜브 이용자에 의해 1000만회 이상 스트리밍 재생되었고, 피고들은 최소 700만 엔의 광고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손해액 산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이용자가 유튜브에서 본건 각 영화를 스트리밍 방법으로 대여하는 경우 영화 1편당 약 400엔(약 3800원)의 대여료를 지불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플랫폼 수수료(30%)를 공제한 다음, 본건 각 동영상이 본건 각 영화의 전체를 업로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작권의 행사에 대해 받아야 하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일본 저작권법 제114조 제3항)은 1회 재생당 200엔(약 1900원) 이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재생수를 곱하면, 그 금액은 원고가 일부청구로서 구하는 손해액 이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사실에 대해 당사자 간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들이 원고들의 번안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손해액에 관한 판단
법원은 ‘유튜브 이용자가 스트리밍 형식으로 영화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대여료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저작권자는 해당 대여료로부터 저작권 행사에 대해 받아야 하는 대가를 얻을 것을 예정하고 있다. 본건에서 원고들이 본건 각 영화에 관한 저작권 행사로 받아야 하는 금액 상당액은, 유튜브에서 본건 각 영화를 시청하는 경우의 대여료를 고려하여 정하는 금액에 본건 각 영상의 유튜브 재생수를 곱하여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유튜브에서 본건 각 영화의 대여료는 한 편당 400엔 이상인 점, 그 중 30%가 유튜브 플랫폼 수수료에 충당되는 점, 본건 각 동영상은 약 2시간 분량의 각 영화를 10~15분 정도로 편집한 것이지만 영화 전체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편집된 것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본건 침해행위에 의해 얻은 광고수익이 700만 엔 정도인 것을 감안해도, 저작권의 행사에 대해 받아야 할 금액 상당액은 원고들의 주장대로 본건 각 동영상의 재생수 1회당 200엔으로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따른 손해액을 인정하였고, 그 일부청구로서 원고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을 인용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패스트 무비를 업로드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최초의 일본 판결입니다. 손해배상액이 총 48억 원에 달하고, 13개의 영화제작사들이 공동으로 대응하여 손해배상을 이끌어 낸 사례입니다. 본 사건에서 쟁점이 된 손해액 산정방법은 유사한 침해 사건에서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사건 이전에 선고된 형사판결도 패스트 무비 업로드 행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최초의 일본 판결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나라도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화 리뷰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결말 포함 영화 리뷰 영상은 영화제작사들의 수익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아직 패스트 무비에 관한 판결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패스트 무비 사건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일본 판결은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영화 리뷰 영상들은 영화의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제작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영상들 중에는 복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 많습니다. 또한 원저작물인 영화를 요약하고 편집하므로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표된 저작물의 경우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저작권법 제28조). 따라서 영화 비평 등을 목적으로, 영상의 내용 중 영화의 비평∙해설이 주된 내용이고, 원저작물인 영화를 양적∙질적으로 종속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 침해의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리뷰 영상들 중에는 비평 등의 목적보다는 광고 수익 등 영리를 목적으로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고, 영화 중 반드시 인용이 필요한 부분만을 종속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영화의 영상을 그대로 이용하여 영화를 요약, 정리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공정한 인용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영화 리뷰 영상들은 많은 경우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일본 판결은 우리 나라의 영화 리뷰 영상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