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접근금지중 가정폭력신고 아내 살해한
남편 사건 관련 소고
박상융 변호사
가정폭력행사 관련 접근이 금지된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남편이 구속되었다. 숨진 아내는 6차례에 걸쳐 가정폭력을 당했다. 남편과 함께 있는 아이들이 걱정된다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남편과 아내를 분리조치한 후 남편을 특수상해로 입건하면서 법원의 승인을 받아 아내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아놓았다. 아내에게도 스마트워치까지 지급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내를 찾아가서 살해하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법, 제도, 매뉴얼, 처벌이 약해서일까?
지구대, 파출소의 신고사건 중 거의 반 이상이 가정폭력 관련 신고사건이다. 필자가 서장 재직시 야간 신고접수사건 중 반 이상이 가정폭력 사건이었음에 비해 현장에서 구속되거나 체포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거의 현지종산(현지해산)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 가보면 이미 폭력행사가 종료되거나 아내 등 피해자들이 가족인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잘못 신고한 것이라고 말을 한다. 거기에 더해 가해자인 남편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인적사항만 확인하고 귀서한다.
한편, 가해자인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질환, 실직, 알코올중독 등에 빠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피해자들이 오히려 집을 떠나 피신을 한다. 이를 위해 속칭 쉼터도 있다. 문제는 이런 쉼터까지 가해자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해자는 지구대에 찾아와서 피해자인 부인의 소재를 말하라고 윽박까지 지른다.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단지 심적인 안정감만 줄 뿐이다. 접근금지조치도 가해자의 접근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경찰관이 일일이 피해자를 경호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피해자지원센터가 경찰, 검찰, 지자체, 시민단체에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거의 주지 못한다. 피해자보호지원도 경찰서의 경우 여성청소년과에서 하다가 청문감사관실로 옮겼다가 이제는 수사지원팀으로 옮겼다고 한다. 피해자보호지원 절차도 복잡하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당사자는 정신적으로 공포에 떠는 데도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별도로 고소장을 작성하여 수사과에 접수하라는 무책임한 말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여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체포, 구금을 시켜야 한다.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현행범체포 등을 통해 구금시켜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여야 한다.
쉼터에 경찰관을 파견하여 가해자가 쉼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현지종산, 해산으로 종결되는 가정폭력 신고사건을 면밀하게 추적, 분석하여 보복신고로 인한 재발을 차단하여야 한다.
아울러, 법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가해자를 감시하려면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하여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여야 한다.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별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자발찌 부착요건도 쉽게 전환하여야 한다.
아울러, 입건부터 수사, 법원의 결정까지 발생 후 최대 7일을 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현행 경찰, 검찰, 법원까지 장기 최대 1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가정보호 사건으로 송치하면 결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가해자의 보복으로부터 피해자 보호가 어렵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해당 배우자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정폭력은 이혼 등 가사사건과 연계되는 점을 감안하여 이혼 등 법률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24시간 연계하고 각 권역별 상담치료센터를 설립,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 상담치료센터뿐 아니라 가정폭력 사건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은 나중에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 동거인 개념도 포함시켜야 한다.
피해자가 왜 집을 나와서 도피하고 가해자는 버젓이 집에서 버티는 현재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