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특고의 손해배상청구권

 

봉하진 변호사

 

1. 들어가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사용자의 사업에 상시적으로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포괄적인 지휘·감독을 받음에도 형식적으로 독립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회색지대 고용'이 존재합니다. 고용형태의 다변화, 인력의 외주화 및 비정규직화 흐름에 따라 종래의 표준고용에서 벗어난 비전형 고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형 고용에 종사하는 사람을 특수형태고용종사자, 특수고용직근로자 등 소위 '특고'라고 부릅니다.

 

우리 노동법과 판례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각 법마다 근로자 개념을 달리 규정하고, 각 법이 정의하는 근로자성의 허들(Hurdle)을 넘지 못할 경우 해당 노동법을 전혀 적용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고의 경우 일부 직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범위에 제한적으로 포함돼 있으나, 대부분은 어떠한 법에서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각종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돼 있습니다. 설령 하나의 노동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다른 노동법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근로기준법의 목적)' '노동3권을 보장을 통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노동조합법의 목적)'이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대개 근로기준법이 규율하는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에서, 대표적인 특고 중 하나이자 현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만 인정받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받지 못한 카마스터(자동차 판매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판매원)가 노동조합에 가입 및 활동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당한 사안에서(이하 '이 사건 계약해지'), 사실상 부당해고와 다름없는 행위를 한 사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을 다룬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사건의 배경 : 카마스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및 대리점주의 부당노동행위 인정

 

2015~2016년경 현대·기아자동차 판매대리점 소속 카마스터들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각 대리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판매대리점주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는 카마스터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탈퇴를 거부하는 자에 대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에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주들의 탈퇴 종용 행위와 계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대리점주의 위와 같은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해 대리점주에게 카마스터들에 대한 복직을 명했습니다.

 

대리점주들은 카마스터는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당노동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대리점주가 카마스터를 지휘·감독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고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주와 전속적·지속적으로 자동차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카마스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및 대리점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33712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33828 판결,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41256 판결).

 

3. 카마스터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및 경과

 

. 대리점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

 

카마스터들(원고들)은 자신들을 부당노동행위로 계약해지한 대리점주(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해지는 원고들이 대리점에서 업무를 계속하면서 판매수당 등의 보수를 지급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 내지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므로, 그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1심을 판단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원고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한 이 사건 계약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한 위 부당노동행위는 원고들이 카마스터로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판매수당 등 상당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 해당할 뿐만 아니라, 계약해지의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를 한 것이므로 채무불이행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손해발생의 기간과 관련해, 원고들은 이 사건 계약해지가 없었더라면 원고들이 이 사건 대리점에서 계속해 카마스터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판매수당 등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할 일실수입의 범위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이 사건 계약해지를 한 날부터 원고들이 이 사건 대리점에 각 복직하는 날까지의 기간에 대한 수입 상당액이라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18. 선고 2019가합52538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0. 16. 선고 2019가합518907 판결).

 

. 서울고등법원 및 대법원 판결

 

2심을 판단한 서울고등법원도 피고가 원고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한 이 사건 계약해지는 불법행위 내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재산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2심 법원의 판단은 1심 법원과 달랐습니다. 1심 판결이 손해발생의 기간을 복직 시까지로 인정한 반면, 2심에서는 계약해지 당시 원고별로 체결해 2년 단위로 갱신하고 있던 자동차판매용역계약기간 만료일까지로 한정했습니다. 그 이유로 ①(카마스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부당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발생 기간은 위임계약서상 계약기간에 한정되며, ②계약해지가 부당노동행위로서 무효가 된다 하더라도 계약갱신 거절의 의사표시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는 점(대법원 1988. 6. 14. 선고 88다카1827 판결)을 들었습니다. 원고들은 계약해지 이후 6년 넘게 복직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2심 판결이 계약기간 만료일까지로 손해발생 기간을 한정함으로써 복직 시까지로 손해발생 기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비해 손해배상액이 대폭 감축됐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 2. 16. 선고 2020200871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2. 16. 선고 20202038707 판결).

 

원고들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2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225804 판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226043 판결).

 

4. 부당해고의 경우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전부 지급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

 

대법원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할 경우 민법 제538조 제1항의 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에 해당하며, 근로자는 회사에 계속 근로했을 경우 그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고 부당해고가 부당노동행위 등에 해당할 경우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 13282 판결 등). 이때 해고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입니다. 이처럼 대법원이 부당해고 사안에서 해고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해고기간 동안 계속 근로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다른 수입을 얻을 기회를 포기했고,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해 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근로를 제공하고 수입을 얻어 생계를 영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용·종속 관계에서 발생 가능한 사안에 관해 근로자는 사용자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에 있는 이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특고의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로 계약해지된 경우 계약해지가 없었다면 계속 근로하며 받을 수 있는 수입 전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그렇다면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고라 하더라도, 최소한 근로관계의 전속성, 지속성,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인정된다면(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부당한 계약해지를 당했을 경우 부당해고에 준해 '부당한 계약해지가 없었다면 계속 근로하며 받을 수 있는 수입 전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로제공의 형태가 다양화된 사회 현실 및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판례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입니다.

 

해당 사안에서도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주와 근로계약이 아닌 자동차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지만, 노동위원회와 각급 법원은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과 대리점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습니다. 이는 특고인 카마스터 또한 보통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누리며 노무를 제공하고 삶을 영위해나갈 권리를 인정한 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판결은 원고들이 부당하게 계약해지를 당했더라도 손해발생 기간은 용역계약 만료일에 한정된다고 판단함으로써, 원고들이 수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것의 빛이 바래게 됐습니다. 대리점주는 복직을 명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서 원고들의 복직을 미루고 있었는데, 이 사건 판결로 인해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일정 금액으로 확정돼 복직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판결에 따라 카마스터를 비롯한 특고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도 우려스럽습니다. 사업주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는 특고에 대해 계약기간이 임박한 시점에 계약해지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사업장에서 퇴출시키고,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더라도 경미한 손해배상액만 지급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대법원이 카마스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취지, 대리점주의 부당노동행위 제재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제명령의 목적 등을 고려했을 때, 카마스터들이 대리점주로부터 부당하게 계약해지 당해 손해가 발생한 해당 사안에서 부당계약해지 이후 복직 시까지 받을 수 있었던 수입 상당액을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했어야 함이 타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