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칼럼] 음주소란사건 변론 단상

 

박상융 변호사

 

잠 자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대부분 음주단속, 교통법규 위반, 음주소란 폭행사건이라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전화가 계속 울려 확인해보니, 휴대폰 문자에 수갑이 채워져라고 되어 있다. 전화를 걸어보니 경찰서 형사팀이란다.

 

택시를 타고 집 근처까지 왔는데 택시비를 내지 않아 택시기사가 신고했고, 지구대에서 연행, 다시 경찰서 형사당직팀으로 신병이 인계되었다. 지불하지 않은 택시비가 25천원이란다.

 

만취상태에서 택시를 탔는데 집에 도착하고도 인사불성이어서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이다.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에서 하차하지도 않고 택시비도 지불하지 않으니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파출소 직원이 잘 타일러서 가족에게 연락, 택시비를 지불하고 집으로 가도록 하면 좋은데 무임승차 사기라는 혐의로 경찰서 형사팀에 신병을 인계한 것 같다. 신병인계 과정에서 경찰에 소리를 치고 몸도 가누지 못하고 무작정 집에 혼자 가겠다고 하니 경찰이 손에 수갑을 채운 것 같다. 수갑을 채운 상태라 수갑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버티니 손목이 아프고 그러다 보니 경찰서에서도 고함을 지른다.

 

그런 가운데 휴대폰으로 변호사인 나에게 전화로 경찰서로 와달라고 한 것이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형사가 신병보증서를 작성한 후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한다. 그런데, 나 또한 집 주소도 모르고 당사자도 집 주소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집에 연락하면 가족에게 걱정을 끼칠 것 같아서인 것 같다.

 

겨우 달래서 집까지 데려다주고 부인에게 인계하였다. 형사에게 범죄혐의점을 물어보니 사기혐의라고 한다. 택시비 25천원을 지불하지 않아 사기라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에는 이 사람 지갑에 카드도 있고 현금도 있어 충분히 택시비를 지불할 능력도 되고 의사도 있다고 했다. 다만, 당시 너무 만취한 상태였고 택시에서 하차, 파출소, 지구대로 인계되고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다 보니 당황해서 수갑에서 벗어나려고 소리를 지른 것 같았다.

 

무임승차의 경우 애초부터 승차비를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없어야 사기죄가 성립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단지 택시탑승과 하차시에 만취상태여서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 사기죄의 택시비 편취 의사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택시비를 지불하고 택시기사에게 사죄하면 사건이 종결될 것이다. 무임승차라면 굳이 사기죄로 형사입건하고 검찰송치하는 것보다는 경범죄처벌법상 무임승차로 하여 즉결심판에 회부하면 된다.

 

문답식 조서도 작성할 필요가 없다. 굳이 지구대, 파출소에서 형사당직팀으로 신병을 인계할 필요도 없다.

 

요즘같이 밤에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오고 길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만취한 사람을 집에 혼자 귀가하도록 하는 경우 자칫 길에 미끄러져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경찰서든 지구대, 파출소든 만취소란자를 대기하도록 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즉결심판보호실이 있어 보호실에 유치, 다음날 즉결법정에 출두시켜 벌금, 구류 및 유치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했다.

 

그런데 영장없는 구금은 불법이라는 판결에 따라 즉결보호실이 없어지다 보니 만취소란자를 경찰서에 대기시킬 공간이 없다. 주취자안정실(보호실)도 만들었지만 법적 근거도 없고 오히려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경찰서 형사당직팀에 신병을 인계하게 된다. 만취한 상태에서는 문답식 조서를 받기도 어렵다. 만취한 상태에서 받은 조서 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최초 연행시부터 경찰서 형사당직팀 인계까지의 신병확보 근거도 모호하다. 현행범체포, 임의동행이라고 하지만 체포보고서, 동행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내용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체포, 동행과정에서 미란다원칙 등 권리고지도 만취자가 과연 이해할 만한 정신상태에 있는지도 모호하다.

 

그 과정에서 제압의 편의를 위해 수갑을 강제로 채우다 손목에 상처가 나서 직권남용, 독직폭행, 불법체포의 누명을 경찰관이 덮어쓸 가능성도 있다. 체포, 동행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언과 저항(멱살을 잡거나 밀치는 행위)하여 공무집행방해죄로 추가로 형사입건되기도 한다.

 

문제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추가로 입건송치하려면 경찰관의 당시 연행, 체포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인지에 대한 입증을 경찰관이 제대로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당시 동행, 체포 경찰관의 목격자술서, 녹취록, 녹화영상도 필요하다. 더불어 피해자로서 문답식 조서 작성도 필요하다.

 

그런데, 사건기록 검토과정에서 보면 이러한 입증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일단 파출소, 지구대는 신병만 경찰서에 인계한 것으로 자신들의 임무는 종료하려고 한다. 경찰서 형사당직팀도 현장조사를 하지 않다 보니 지구대, 파출소의 보고서에 의존하여 문답식 조서를 작성만 하고 무조건 검찰에 송치한다.

 

이 사건의 경우, 택시비가 25천원 소액이고 택시비를 지불할 의사와 능력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건은 굳이 형사입건할 필요도 없다. 피해자인 택시기사의 계좌 확인을 통해 택시비를 계좌로 입금해주면 된다.

 

그런데, 택시비처리와 형사입건은 별개라고 하면서 택시비처리는 민사소송을 통해 처리하라고 하는 경찰관도 있다. 경찰의 민사불개입 원칙에 의거하여 택시비는 민사소송을 통해 받으라는 것이다. 택시기사가 민사소송을 하려면 택시비를 안 낸 사람의 주소지 등 인적사항을 알아야 하고, 이런 정보들은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알아야 한다. 더불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소장 송달, 인지대 납부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

 

굳이 25천원이라는 소액을 받기 위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경우에는 택시기사의 피해자 조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택시기사는 택시비도 받지 못하고 피해조서 작성도 해야 되고 피해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형사조정제도를 경찰단계에서 도입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경찰송치후 합의가 중요한 사건의 경우 형사조정제도를 통해 사건을 종결한다. 경찰도 이런 무임승차, 무전취식 사건, 또는 경미한 폭행, 절도, 사기 사건의 경우 형사조정제도를 통해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무조건 조서작성, 형사입건, 송치보다는 형사조정을 통한 불입건 종결, 입건유예 조치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경찰서장 재직시 이러한 제도를 통해 경미한 사건의 전과자 양산을 차단하고 수사의 효율성을 통한 수사력의 낭비를 막았다. 신속한 사건처리,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 도출도 유도했다. 즉결심판 회부를 통해 신속성을 도모했다.

 

이러한 것은 경찰서 형사팀까지 올 필요도 없이 지구대, 파출소 단계에서 처리하면 된다. 아울러, 주취소란자의 처리를 위한 즉결보호실의 설치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엄동설한, 보호자와 연락이 안 되는 주취소란자의 경우 제대로 보호할 시설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