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전고등법원(청주) 2022. 12. 7. 선고 202250254 판결

 

봉하진 변호사

 

1. 들어가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위법성에 대한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292343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둘러싼 여러 판결들을 내놓고 있으나, 현재까지 대부분의 하급심 판례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하여는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경향입니다. 대상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판결입니다.

 

2. 사안의 개요

 

구 고령자고용법(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3. 5. 22.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게 되었습니다(개정 고령자고용법 부칙 제1호에 따라 공공기관인 피고는 2016. 1. 1.부터 시행).

 

피고는 당초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58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고, 이에 피고는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대신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임금 피크제의 적용 대상 근로자, 적용 기간 등에 관하여 합의하였습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58세부터 60세 까지의 정년 전 3년간 임금지급률이 감소하였습니다. 다만,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제도에서 원고들이 정년인 58세에 1년간 지급받았을 임금 총액을 100%로 보았을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하에서는 58세부터 60세까지 3년간 220%(= 90% + 70% + 60%)를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3. 대전고등법원의 판단

 

원고들은 취업규칙으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개별적 동의를 받지 못하면 그 부분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이므로 기존의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원고들로부터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임금을 삭감한 것으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 합계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대전고등법원은 아래의 법리와 사정들을 근거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3.11. 선고 2018255488 판결 참조).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1.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1. 개정된 법률에서는 정년연장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임금체계의 개편까지 함께 규정하고 있는 바, 개정된 법률을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정년 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연장된 정년 전의 임금 삭감은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정년연장 및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정년 전 3년간 임금지급률이 감소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58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존에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제도에서 원고들이 정년인 58세에 1년간 지급받았을 임금 총액을 100%로 보았을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하에서는 58세부터 60세까지 3년간 220%(= 90% + 70% + 60%)를 지급받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1.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보직 임용에서 제외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업무 강도를 경감해 주었다.

 

  1. 원고들이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5.26. 선고 2017292343)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으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도입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이는 위 정년 연장이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1.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동조합의 적법한 동의를 받았으므로 유효하며,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개별적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원고들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4. 시사점

 

최근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2008. 6. 10.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과 동일하게 61세로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성과연급제(소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1항이 금지하고 있는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임금피크제가 유효하기 위한 네 가지 요소를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292343 판결).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대상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직접적으로 판단한 판결은 아니지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