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불법적으로 점유를 개시하여 건물의 경비∙관리업무를 수행하던 現 점유자를 쫓아낸 경우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되는지
-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5940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백화점 공사의 시행사에 대하여 PF 대출을 한 금융기관이 A회사에게 PF대출채권(신탁계약상 1순위 우선수익자 지위 포함)을 양도하였고, A회사는 공사 현장 부동산 소유자인 신탁회사(수탁자)로부터 1순위 우선수익자로서 건축물의 관리권을 위탁까지 받아 위 공사현장을 점유·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B회사는 위 시행사로부터 위 백화점 공사 사업권을 양수한 후, 위 공사현장에서 A회사가 유지하고 있던 점유를 침탈하여 점유를 확보하였습니다. 그 후 B회사는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집단민원현장 경비원배치 허가 등을 받아 경비원을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 65일 간 B회사가 위 공사현장을 점유·관리하였습니다.
이에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등은 위 공사현장에 대한 점유를 재탈환하기 위하여 용역직원 80~100여명을 동원하여 쇠파이프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채 위 공사현장에 들어가 경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B회사 측 직원들을 외부로 끌어내어 위 공사현장을 탈환ㆍ점거하였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특수건조물침입 및 업무방해죄, 특수상해죄 등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1심과 항소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특수상해죄는 무죄, 특수건조물침입 및 업무방해죄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면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는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28. 선고 2020노2577 판결).
구체적으로 항소심은 피해자들 측이 불법적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을 점거하였지만 관할 경찰서로부터 집단민원현장 경비원배치신고 및 관련 허가를 받아 약 65일간 경비원을 상주시키면서 점유ㆍ관리하여 온 상황에서 피고인이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이 사건 공사현장 및 건조물에 침입한 이상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고, 피해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 및 건조물을 관리하는 업무는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서 피고인이 그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수건조물침입의 점과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관리자가 건조물을 관리할 법률상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관리자가 건조물을 사실상 점유ㆍ관리하는 경우라면 설령 정당한 권원이 없는 사법상 불법점유이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점유를 풀지 않는 한 그에 따른 사실상 평온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사법상 권리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4875 판결 등 참조)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건조물침입죄의 경우 불법점유자에 의한 점유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평온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면 권리자라도 정당한 절차 없이 함부로 침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때 사실상 평온을 누리고 있었는지는 건조물에 대한 점유 개시의 경위뿐만 아니라 점유 기간 및 현황,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ㆍ관리 상태 등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불법적인 점유라고 하더라도 점유의 기간, 관리상태, 점유의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사실상 평온을 누리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비록 피해자들이 불법적으로 점유를 개시하기는 하였으나 사실상 평온을 누리고 있었고 그 업무 역시 비록 적법하거나 유효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보호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건조물침입죄 및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유치권이나 시공권 확보 등을 위하여 공사장에 대하여 점유를 하고 이를 빼앗기 위하여 이른바 용역을 동원하여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있습니다. 특히 불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다음 점유를 계속하는 자에 대하여 다시 점유를 빼앗으려고 시도하는 경우(즉 점유를 회복하려는 시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의 경우에도 정당한 권리를 가진 자가 공사현장에 대한 점유를 빼앗기고 이를 되찾기 위한 과정에서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받은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처럼 불법적인 방법으로 점유를 회복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며 이 경우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점유를 침탈당한 측의 입장에서는 대법원에서 말한 정당한 절차인 민사절차 등으로 진행할 경우(예를 들어 인도청구의 소 등) 적어도 1심판결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그 기간 동안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이로 말할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형사처벌과 경제적 손실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경제적 손실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경우 이와 같은 사안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억울하게 점유를 침탈당한 사람이 그 점유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절차적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