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수탁보증인이 사전구상 청구 시

주채무자의 담보제공 청구권 관련 대법원 판결

-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0283578 구상금 판결

 

한동훈 변호사

 

1. 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이하 수탁보증인”)의 경우, 수탁보증인이 주채무를 소멸하게 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①수탁보증인이 과실없이 채권자에게 변제할 재판을 받은 때, ②주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 채권자가 파산재단에 가입하지 아니한 때, ③채무의 이행기가 확정되지 않고 그 최장기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 보증계약 후 5년을 경과한 때, ④채무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주채무자에 대하여 미리 구상권(이하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42조 제1).

 

이와 같은 사전구상권은 수탁보증인에게만 인정되는 것으로서, 수탁보증인이 사전구상권을 행사하여 주채무자가 수탁보증인에게 배상하는 경우, 주채무자는 자기를 면책하게 하거나 자기에게 담보를 제공할 것을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443조 전단), 또는 배상할 금액을 공탁하거나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인을 면책하게 함으로써 그 배상의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43조 후단).

 

대법원은 민법 제443조 전단에서 정하는, 수탁보증인이 주채무자에게 사전구상을 청구할 경우 주채무자의 담보제공 청구권과 관련하여, 주채무자는 수탁보증인의 담보제공이 있을 때까지 사전구상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181245 판결 참조), 이번 판결을 통해서 이러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

 

. 사실관계 및 소송경과

 

피고는 지리산새마을금고, 현대캐피탈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금원을 대출받았고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던 자로서, 이와 같은 피고의 대출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였습니다.

 

피고의 채권자들인 지리산새마을금고, 현대캐피탈 주식회사 등은 원고에 대하여 보증채무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이러한 청구와 신청을 전부 인용하는 판결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민법 제44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서 피고에 대하여 보증채무의 사전구상금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민법 제443조 전단 내용에 따라 원고에게 담보제공청구를 하면서 원고가 담보를 제공할 때까지 사전구상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이에 대하여, 수탁보증인의 민법 제443조 전단에 따른 담보제공의무는 주채무자가 사전구상금을 지급한 이후에 비로소 발생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담보제공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사전구상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수탁보증인의 민법 제443조 전단에 따른 담보제공의무는 주채무자가 사전구상금을 지급한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 같이, 주채무자는 수탁보증인이 민법 제442에 정한 바에 따라 주채무자에게 사전구상의무 이행을 구하면 민법 제433를 근거로 수탁보증인에게 담보의 제공을 구할 수 있고, 그러한 담보제공이 있을 때까지 사전구상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시사항을 재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1다81245 판결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74703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사전구상금 청구에 대해서 피고는 민법 제443 전단에 근거하여 담보를 제공할 것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구상금액에 상당한 담보를 제공할 때까지 사전구상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담보제공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구상금액에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원고의 담보 제공과 동시에 피고의 사전구상금 지급을 이행할 것을 명하거나 원고가 피고의 담보제공청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원고의 사전구상금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은 피고의 민법 제443 전단의 담보제공청구권이 피고가 사전 구상의무를 이행한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피고가 담보제공청구권으로 원고의 사전구상금 청구에 대한 이행을 거절하지 못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443 전단의 담보제공청구권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의

 

본 대법원 판결은 민법 제443조 전단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증인의 담보제공청구권을, 주채무자가 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행사에 응하여 사전구상금을 지급하기 전에 발생하는 것(주채무자의 이행거절권)으로 판단한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민법 제443조 전단에서 보증인의 담보제공청구권과 함께 규정하고 있는 주채무자의 면책청구권은 주채무자가 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 행사에 응하여 사전구상금을 지급한경우에 발생하는 것이고, 민법 제443조 전단은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주채무자가 보증인에게 배상하는 경우에주채무자는 자기를 면책하게 하거나 자기에게 담보를 제공할 것을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라고 정하고 있어, 주채무자가 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 행사에 응하여 사전구상금을 일단 지급한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다수설의 입장은 주채무자의 면책청구권과는 달리 주채무자의 담보제공청구권에 대해서는 주채무자에게 이행거절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편 ㉯소수설은 주채무자가 담보제공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탁보증인에게 사전구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이행거절권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소수설은 주채무자에게 이행거절권을 인정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민법 제443조 전단의 문언 해석에 반하고, 주채무자가 사전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아직 수탁보증인의 수임인으로서 채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런 상황에서 수탁보증인의 담보제공의무가 생겼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주채무자로서는 수탁보증인이 사전구상금을 주채무의 면책에 사용하지 않을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민법 제443조 후단에서 정하고 있는 공탁, 담보 제공 등으로써 사전구상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설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다수설, 즉 주채무자의 담보제공청구권에 대해서 주채무자에게 이행거절권을 인정하는 입장임을 재확인한 것인데, 민법 제443조 전단의 문언 은 주채무자가 사전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담보제공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점, 민법 제443조 전단의 취지가 수탁보증인에 대한 사전구상의무를 부담하는 주채무자의 보호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판례 및 다수설의 입장이 일견 타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