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가설자재 임대차계약 해지 후

가설자재 점유∙사용에 따른 법률관계

-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296165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1. 甲은 대한민국으로부터 도급받은 숙소 신축 시설공사 중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乙에게 하도급 주었습니다.

     

  2. 丙은 가설자재 판매 및 임대업자로서, 乙과 체결한 가설자재 임대차계약에 따라 공사현장에 가설자재를 임대하였습니다.

     

  3. 이후 乙은 공사를 중단하였고, 甲은 乙과의 하도급계약을 해지하고 공사현장을 인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시공하였는데, 乙은 그 무렵 丙으로부터 임차한 가설자재에 대한 사용권한을 甲에게 양도하였습니다. 다만, 그에 관하여 丙의 동의는 없었습니다.

     

  4. 丙은 甲에 대하여 가설자재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가설자재 인도청구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원심(인천지방법원 2022. 10. 28. 선고 202156704 판결), ① 甲과 乙의 합의에 따라 甲이 이 사건 가설자재의 사용권한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丙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였고, ② 丙이 乙에게 임대한 이 사건 가설자재는 甲이 乙로부터 구매한 것들과 함께 섞여 사용되어 丙 소유의 가설자재가 특정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丙의 가설자재 인도청구 및 이를 전제로 하는 대상청구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296165 판결)

     

    . 부당이득반환청구 관련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게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그 밖의 다른 사유로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지 않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여전히 차임청구권을 가지므로,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한도 내에서는 제3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차임상당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61032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48200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면서, 丙의 ① 임대차계약이 존속될 때까지의 甲에 대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배척하였고(원심이 타당하다고 판단), ② 임대차계약 종료 후의 甲에 대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는 甲이 양도양수 합의에서 乙로부터 丙의 가설자재에 관한 권리를 양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인 丙의 동의가 없는 이상 甲은 그 합의로써 임대인인 丙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② 임대차계약 종료 후의 丙의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하여, ‘丙이 가설자재의 미반환과 관련하여 乙을 상대로 임대차계약 종료로 인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乙의 채무와 甲의 채무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할 경우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원고가 실제로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한 이상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건의 행사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하였습니다.

     

    . 가설자재 인도청구 관련

     

    대법원은, ‘이 사건 가설자재는 일정한 재질, 규격을 갖추고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개성이 중시되는 물건이 아니라 종류물 내지 대체물로 볼 수 있고, 그 품목에 따라 규격과 수량으로 특정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중략)… 甲이 점유를 취득한 가설자재는 성질상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거래되는 물품으로서 곧바로 판매되어 환가될 수 있다. 甲이 자신의 점유 취득 이후 가설자재의 멸실, 혼화 등을 이유로 丙의 소유나 甲의 점유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자료 등의 뒷받침 없이 일방적인 진술 등에만 터 잡아 丙의 소유나 甲의 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뜻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甲은 가설자재들을 화순군 소재 회사에 보관하였다가 甲의 여러 공장으로 분산하여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甲의 지배영역 내에서 구체적인 보관장소만 변경하였을 뿐, 점유를 상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설자재 인도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의

     

    임대차계약이 존속하고 있을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차임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임차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 임대목적물의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된 경우, 임대인은 차임청구권이 없게 되므로, 임대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법리에서 볼 때에, 위 대법원 판시는 지극히 타당한 법리를 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임대목적물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임대인의 동의 없이(무단으로) 3자에게 점유를 이전하여 줄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임대목적물 미반환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고, 임대목적물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하는 제3자 역시 임대인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하게 될 것인데, 위 대법원 판시는 임차인의 위 손해배상채무와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가설자재와 같이 일정한 재질, 규격을 갖추고 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의 경우 특정종류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그와 같은 특정종류물에 관하여 점유자가 일정량을 소비해 버린 경우라고 하더라도, 점유자의 점유를 쉽게 부인해서는 안 되고, 소유자의 소유 역시 쉽게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시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