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PEF 업무집행사원(GP)의 선관주의의무 내용에 관한 판례
- 서울고등법원 2022나2019892
이유진 변호사
배경 사실관계
당사자들
A사: 화장품 제조업체로, 인기 화장품을 제조하여 B사에 납품함.
피고들: A사에 투자하기 위하여 설립된 이 사건 PEF(사모투자전문회사)의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General Partner, GP).
원고들: 이 사건 PEF에 출자금을 납입한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 LP).
기초 사실관계
A사는 화장품 제조업체로, B사와 물품공급계약(명칭은 ‘OEM’계약)을 체결하고 인기 화장품(이 사건 화장품)을 제조하여 B사에 공급해왔습니다. B사에 납품하는 이 사건 화장품 관련 매출이 A사 매출의 약 75%이상을 차지하였습니다.
피고들은 이 사건 PEF(사모투자전문회사)의 무한책임사원 겸 공동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A사에 투자하기 위하여 이 사건 PEF(사모투자전문회사) 및 이 사건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이 사건 SPC는 A사 주주들로부터 A사 주식 전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로부터 받은 출자금 등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주식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거래가 종결되었습니다.
그런데 투자 직후부터 A사의 실적이 악화되고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여 원고들이 출자한 금액으로 수익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특히, 투자 이후 A사의 주요 매출처인 B사가 자체 공장을 신설하여 해당 인기 화장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B사와의 거래가 중단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이 이 사건 투자의 핵심적인 사항에 관하여 피고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에 대하여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출자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주요 쟁점
이 사건에서는 PEF의 업무집행사원(GP)이 유한책임사원(LP)에게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내용 및 그 판단이 주로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상판결에서는 PEF를 설립 · 운용하는 자(이하 ‘PEF 설립·운용자’)의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투자권유단계의 주의의무 및 투자실행단계의 주의의무)의 내용, PEF 설립·운용자가 투자대상에 중대한 투자위험이 있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정황을 발견한 경우 취할 조치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판시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내용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① 피고들이 A사에 대한 투자 시 핵심 리스크에 해당하는 B사와의 거래 지속 여부 관하여 원고들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였고, ② 거래종결 직후 매도인들의 기존 설명과 달리 핵심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즉시 주식매매계약의 해제, 주식매매대금의 반환, 매도인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매도인들의 책임재산에 대한 보전처분 등 원고들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며, ③ 자본시장법상 보고의무 및 표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 사모투자전문회사 설립 이전인 투자권유단계에서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의무 내지 설명의무는 인정되지 않고 사법상 일반법리에 따른 보호의무 내지 주의의무가 문제될 뿐이고, ⓑ 사모투자전문회사 설립 이후인 투자운용단계에서는 업무집행사원의 유한책임사원에 대한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가 인정될 수 있으나, 본 사안에서는 피고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존재하지 않고,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41887(원고 전부 패소)
피고들이 투자권유단계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PEF의 법적 형태, 관련 법령의 해석, LP의 자격 요건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PEF의 유한책임사원으로서 투자에 참여하려는 원고들에게 피고들이 제공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사모투자전문회사에 의한 집합투자에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수반되는 것이므로, 집합투자의 본질상 일체의 위험요소를 배제시켜 주거나 모든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고, 투자권유단계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ㆍ운용자가 생산 및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정보는 투자대상과 투자방법 및 투자회수구조 등의 중요한 사항, 즉 해당 투자에 내재하는 원본상실위험, 수익률감소의 시장위험, 투자의 구조 등과 관련된 위험 등이라고 보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사모투자전문회사 내지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유한책임사원은 투자전문성이나 투자정보취득능력 등이 일반 투자자보다 우월하고, 원본상실위험이나 손실가능성 등 투자위험에 대하여 스스로 조사하여 판단한 후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원고들 역시 부실투자 위험을 걸러낼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 투자정보의 분석능력,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 등도 가지고 있었고,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제공한 투자제안서, 법률실사보고서 및 재무실사보고서에는 투자대상과 투자방법 및 투자회수구조 등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위 자료들에 부정확한 표현이 사용되었다거나 허위의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을 뿐더러, 원고들은 자체적으로 A회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위험을 분석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도 내부적인 투자심의 과정에서 이 사건 화장품의 유통이나 상표권 관련 리스크, A회사의 지속적인 매출 상승이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인지하고서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고들이 투자운용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매도인들을 상대로 손해 회복을 위한 합의 및 민사 소제기(이후 취하됨) 등을 하였던 점, 이는 A사의 유동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조치로 볼 수 있는 점 등에서, 이 사건 핵심 리스크를 인식하고도 원고들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투자운용 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보고의무 등 위반 여부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A회사 관련 리스크(화장품 레시피권 보유 여부, B사의 공장 신축 여부 등)를 인식한 이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 사항에 관하여 보고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피고들이 이 사건 투자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심(대상판결)의 판단: 원고들 청구 금액의 각 1/2씩을 인용함
1심과는 달리, 2심에서는 피고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을 인정하였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의 내용
사모투자전문회사의 무한책임사원 겸 업무집행사원 등은 PEF 설립 · 운용자로서 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한 투자에 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제공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투자대상과 투자방법 및 투자회수구조 등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여 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의무(투자권유단계의 주의의무)가 있고,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설립 이후에도 투자대상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까지 투자대상에 중대한 투자위험이 있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경우 유한책임사원에게 이를 고지하고, 위와 같은 정황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정보를 제공하며, 그러한 조사를 거친 뒤에도 투자위험에 관한 정보가 불명확하거나 불충분한 경우 유한책임사원에게 그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알려야 할 의무(투자실행단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투자권유단계의 주의의무와 투자실행단계의 주의의무를 통틀어 PEF 설립 · 운용자가 부담하는 거래종결전 주의의무로 인정하였습니다.
피고들의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 위반 여부
이 사건 PEF의 설립ㆍ운용자인 피고들은 A회사에 관한 중대한 투자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정황을 발견하고도, 이 사건 PEF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하여 합리적인 조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거래종결 전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들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체결 및 거래종결 전에 ① B사와의 레시피권 분쟁이나 B사의 자체 공장 신축 이슈 등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을 원고들을 비롯한 유한책임사원들에게 알리고 이를 조사하였어야 함에도 이메일 수신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② 화장품의 레시피권 귀속에 대하여 충분히 조사도 하지 아니한 채 투자를 진행한 점에서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한편, 매도인들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에 ‘A회사가 이 사건 화장품의 레시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진술 및 보증 조항이 있고 위 진술 및 보증이 허위이거나 부정확한 경우 매도인들이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만연히 매도인들의 진술 및 보증을 신뢰하고 이 사건 투자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화장품의 레시피권 귀속 주체나 분쟁 유무에 관하여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주식매매계약서의 진술 및 보증 조항만으로 피고들의 주의의무 위반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피고들의 인과관계 부존재 주장 및 면책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들은 ‘A회사의 매출이 하락한 것은 중국 사드(THAAD) 보복, B사의 덤핑 판매 등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동물성 원료 사용 크림의 전반적인 인기 하락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고, 외부 요인으로 인한 B사의 실적 침체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건 PEF 정관에서 업무집행사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관련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들에게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PEF 설립 이후의 자산운용단계에서 중과실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2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고, 나아가 피고들의 이 사건 PEF의 설립ㆍ운용자로서의 지위, 투자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이 중과실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다만, ① 원고들의 지위와 능력, ② 피고들이 거래종결 후 A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였고, 그에 따라 A회사의 영업이익도 다소나마 회복된 점, ③ 원고들의 손해 확대에는 중국 당국의 규제 등 외부적 요인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업무집행사원 등 PEF의 설립ㆍ운용 주체가 출자자(전문투자자)인 유한책임사원 등을 모집하여 투자를 이행하는 경우에, 업무집행사원이 유한책임사원에 대하여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를 구체화한 판례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PEF의 업무집행사원은 투자대상업체에 대한 투자위험이 발견될 경우, 이를 유한책임사원에게 고지하고, 해당 위험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확인 등을 이행하고, 확인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입니다.
PEF 업무집행사원의 선관주의의무 내용이 적극적으로 해석된 점을 고려하여, 실무적으로 PEF뿐 아니라 벤처투자조합이나 개인투자조합의 경우에도, 업무집행사원(또는 업무집행조합원)은 투자권유 단계에서 투자자(유한책임사원 또는 업무집행조합원)에게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여 제공해야 할 것이고, 투자실행 단계에서 투자에 영향을 미칠 만한 투자위험 상황을 알게 될 경우 해당 정황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알리는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1심 판결과 2심 판결의 판단이 정 반대로 나뉘어졌던 점에서 원고들과 같은 전문투자자에 대한 선관주의의무를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