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임대차기간을 ‘영구’로 정한 임대차계약의 효력
-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09045 판결
최슬기 변호사
사실관계 및 원심의 판단
甲은 乙을 상대로, (i) 주위적으로, 2013. 2. 27. 乙로부터 안동시 A임야(이하 ‘이 사건 토지’)를 매매대금 6,000,000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乙에게 위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ii) 예비적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차임을 6,000,000원, 임대차 기간을 2013. 2. 27.부터 무기한으로 하는 영구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설령 위 영구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민법 제138조의 무효행위의 전환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100년이 임대차계약으로 전환되었으므로, 임차권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였습니다.
위 청구에 대하여 원심(대구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1나327169 판결)은, 甲과 乙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甲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고, 나아가 甲의 예비적 청구 또한 기각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설시하였습니다.
甲과 乙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임대차기간을 무기한으로 하는 영구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구임대차계약의 체결은 임차권이 채권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乙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사용·수익 권능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 결국 처분 권능만 남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187조의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하고 당사자가 그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으나(민법 제138조), 이 사건의 경우 甲과 乙이 위 영구임대차계약의 무효를 알았더라면 임대차기간을 100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임대차기간을 ‘영구’로 설정한 임대차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 중 예비적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구 민법(2016. 1. 6. 법률 제13710호로 삭제되기 전의 것) 제651조에서는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 및 식목, 채염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를 제외한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3. 12. 26. 위 조항의 입법취지가 불명확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바(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11헌바234 전원재판부 결정), 결국 민법 제619조에서 처분능력, 권한 없는 자의 단기임대차의 경우에만 임대차기간의 최장기를 제한하는 규정만 있을 뿐, 민법상 임대차기간이 영구인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불허하는 규정은 없는 점,
소유자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으나, 특정인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는 것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닌 점,
임대차기간이 영구인 임대차계약을 인정할 실제의 필요성도 있고, 이러한 임대차계약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사정변경에 의한 차임증감청구권이나 계약 해지 등으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임차인에 대한 관계에서만 사용·수익권이 제한되는 외에 임대인의 소유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임대차기간을 영구로 정한 약정은 이를 무효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허용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특히 영구임대라는 취지는, 임대인이 차임지급 지체 등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임차인이 임대차관계의 유지를 원하는 동안 임대차계약이 존속되도록 이를 보장하여 주는 의미로, 위와 같은 임대차기간의 보장은 임대인에게는 의무가 되나 임차인에게는 권리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임차인으로서는 언제라도 그 권리를 포기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임대차계약은 임차인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가 되는 점(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64438 판결 참조) 등입니다.
판결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임대차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한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651조 제1항이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 조항을 위헌이라 판시한 바 있습니다.
거래관계는 법령에 위반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간 자유로운 의사합치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본 대법원 판결은 사적 자치 및 계약자유의 원칙을 존중한 바람직한 판결이라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