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실제 계약체결자의 이름에 ‘외 ○인’을 부가하는
형태의 계약에서 계약당사자의 특정
-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2다247422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피고 A, B, C는 건물을 신축분양하기 위하여 토지를 1/3씩 매수한 공유자드인바, 원고는 2017. 4.경 피고 A, B, C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원고는 2017. 12. 경 피고 A만을 도급인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공사도급계약서는 2017. 4.로 작성일자가 소급되었고 위 계약서에 따라 건축주가 피고 A, B, C에서 피고 A로만으로 하는 건축관계자 변경신고가 행정관청에 제출되었습니다.
이후 피고 A는 이 사건 건물 완공 무렵인 2018. 7. 경 피고 B, C 및 나머지 피고들(피고 A를 제외하면 피고는 총 16명입니다)에게 이 사건 건무의 전유부분 일부를 매도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한편 원고와 피고 A는 2018. 7.경 작성일자를 2018. 5. 1.로 소급한 변경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변경도급계약서에는 도급인이 피고 A 외 16인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그 옆에는 피고 A의 인영만 있을 뿐이고 나머지 피고의 이름이나 인영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작성된 변경도급계약서가 관할 관청에 제출되었고 2018. 7.경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가 피고 A에서 피고 전원으로 변경하는 건축관계자 변경신고가 제출되었습니다. 이후 공사도급계약에 기한 공사대금 일부가 미지급되자 원고는 피고 전원에 대하여 미지급 공사대금(약 27억6천만원)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1심과 항소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은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전주지방법원 2018가합3440, 제1심은 피고들이 원고에게 약 26억1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및 피고들이 모두 항소하였는바, 항소심은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미지급공사대금으로 약 22억 4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2022. 6. 9. 선고 2021나10574 판결).
구체적으로 항소심은 피고 A가 나머지 피고들의 위임을 받아 나머지 피고들을 대리하여 원고와 변경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나머지 피고들도 변경도급계약의 공동도급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도 피고 A와 공동하여 미지급 공사대금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들이 모두 상고를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 A의 상고를 기각하고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를 인용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피고 A의 상고이유는 실제 합의한 공사계약금액은 도급계약서에 기재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라는 주장이었는바, 이 부분에 대한 피고 A의 상고는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 계약의 성질, 내용, 체결 경위 및 계약 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당사자를 결정하고,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912 판결 등 참조)라는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 실제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가 자신의 이름은 특정하여 기재하되 불특정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약서상 당사자를 표시한 경우(즉, 실제 계약체결자의 이름에 ‘외 ○인’을 부가하는 형태), 그 계약서 자체에서 당사자로 특정할 수 있거나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특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는 당사자만 계약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계약당사자가 되면 계약으로 발생하는 권리ㆍ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것이고, 때로는 강행규정 등 법률상 제한규정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탈법적 의도에 따른 법률효과가 부여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위 특별한 사정의 인정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변경도급계약서에는 피고 A 외에 공동도급인 명의를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 있는 기재가 없고, 피고 A 또는 나머지 피고들이 원고에게 공동도급인 추가를 알리거나 나머지 피고들의 공동도급인 지위를 주장한 흔적이 없고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원고가 나머지 피고들에게 공사대금의 지급을 요청하였다는 등 원고가 나머지 피고들을 공동도급인으로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는 객관적인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나머지 피고들에게 위 변경도급계약의 도급인 지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원심은 피고 A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건축주가 됨으로써 도급계약의 도급인으로서 책임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사로 변경도급계약서 작성 권한을 피고 16에게 위임하였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나머지 피고들이 각자 분양받은 전유부분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 목적으로 건축법상 건축주가 된다고 해서 도급계약의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에 대하여 공사대금 지급의무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을 일부씩 분양받은 나머지 피고들이 분양자에게 부담할 각자의 분양대금 외에 신축 공사 도급계약의 도급인으로서 집합건물 전체의 공사대금을 부담할 법률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근거로 들고 그들이 대신에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약정이나 그 밖에 공사대금을 부담할 합리적 이유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나머지 피고들이 공사계약상 도급인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의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그 외에 대법원은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A에게 그들을 대리하여 공동도급인이 되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위임장 등이 작성되었다는 사정도 없는 점 등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실무상 실제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가 자신의 이름은 특정하여 기재하되 불특정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약서상 당사자를 표시한 경우(즉, 실제 계약체결자의 이름에 ‘외 ○인’을 부가하는 형태)가 종종 있습니다. 이 사건과 같은 공사도급계약뿐만 아니라 매매나 임대차계약 등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계약형태인바, 이와 같은 계약서 형식에서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차후 실제 계약체결자의 이름에 ‘외 ○인’을 부가하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나머지 계약당사자의 날인을 받거나 위임장 등을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실제 계약을 체결한 자 외에 나머지 자들에 대하여도 계약의 효력이 미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