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부당한 가압류(과잉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및 그에 대한 책임제한

-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242935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 회사와 원고 직원이 피고의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원고 회사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물품대금채권 중 청구금액 51 200원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였는바, 1심은 피고에게 원고가 41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하였고, 위 가압류결정에 대한 이의사건에서는 41억원의 범위 내에서만 가압류결정을 인가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 3,000만원만 인정이 되었고 위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소송의 판결이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이에 비밀침해를 한 자인 원고가 비밀침해를 당한 피고를 상대로 부당한 가압류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

 

2. 1심과 항소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21364). 이에 원고는 항소하였는바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으로 523,391,152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5. 28 선고 20182068927 판결. 원고는 피고에게 895,010,287[1]의 손해배상을 구하였습니다).

 

항소심은 본안소송에서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된 금액을 초과하여 가압류집행된 부분은 부당한 보전집행에 해당하고, 이 경우 집행채권자인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되므로, 가압류신청 당시 피고가 자신이 주장하는 채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이 인정되어 위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피고는 부당한 가압류집행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가압류신청 당시 피고가 본안소송에서 확정된 손해배상채권액을 넘어 초과 가압류한 부분 상당의 손해배상채권까지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과실 추정은 번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의 차이가 생긴 대상ㆍ판단요소들의 성격, 판단의 난이도, 관련 소송의 경과, 관련 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지게 된 경위, 쌍방 당사자의 관여 및 책임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여 원고의 청구 중 일부만을 인용하였습니다. 이에 원고와 피고는 모두 상고를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따라 집행되지만, 이는 실체법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따라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보전처분의 집행 후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집행채권자는 보전처분의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2. 9. 25. 선고 928453 판결,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34764 판결 등 참조). 또한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에서 진정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액을 주장하여 그 가액대로 가압류 결정이 된 후 본안소송에서 피보전권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부분의 범위 내에서는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3757 판결 등 참조)고도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107662 판결 등 참조),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달라진 경위와 대상, 해당 판단 요소들의 사실적·법률적 성격, 판단의 난이도, 당사자의 인식과 검토 여부 등 관여 정도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채권자에게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여 과잉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제한될 수 있다고 한 항소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상대방인 채무자가 자신의 의무를 부정하는 경우 그의 의무를 확정하는 판결을 선고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채무자는 장래 채권자가 강제집행할 예정이던 자신의 재산을 은닉, 훼손, 낭비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면 채권자는 승소판결을 선고받고도 실제 강제집행에서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거나 강제집행을 통하여 별다른 만족을 얻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는 바 강제집행이 그 목적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 상태로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도가 가압류 등 보전처분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보전처분의 경우 잠정성, 신속성, 밀행성 등의 특징이 있는 바 필연적으로 본안판결로 확정되는 채권액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법원은 가압류 채권자에 대하여 그 가압류에 따른 담보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고 그 담보는 가압류로 인하여 채무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그 손해배상에 대한 담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악의적으로 채무자에게 타격을 입히고자 하거나 사실상의 압박수단으로 가압류를 활용하는 경우가 아닌 실질적으로 채무자의 재산보전을 위하여 가압류를 하는 경우에도 본안 판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가압류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 전액을 배상하는 것이 오히려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상당인과관계나 기여율의 판단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인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만 보전처분과 본안소송에서 판단의 차이가 생긴 대상, 판단에 참작하는 요소들의 성격, 판단의 난이도와 판단이 달라진 경위, 관련 소송의 경과, 쌍방 당사자들의 관여 정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는 판결을 하였는바, 이와 같은 판결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를 조화롭게 해석한 타당한 판결이라고 판단됩니다.

 



[1] 가압류금액에서 정당한 피보전채권액의 차액에 대하여 가압류된 기간 동안 민법상 이율 5%를 곱한 금액에서 공탁이자를 제한 금액에 위자료 약 2,100만원을 더한 금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