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 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왜 안 되는 것인가
도종호 변호사, 유청엽 변호사
1. P2E게임과 가상자산 - 무한돌파 삼국지
2021년 하반기 경 게임을 하면 게임 내에서 코인을 받을 수 있고 이 코인을 가상화폐로 바꾼 다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이하 ‘무돌삼국지’라고만 함)라는 게임에서 운영한 방식[1]인데, 내용은 간단합니다. 무돌 삼국지에서 일일 퀘스트를 깨면 게임 내 가상자산인 무돌 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비용을 투입(이른바 ‘현질’)하지 않아도 7~9 레벨 정도만 달성하면 10분에서 15분만에 일일 퀘스트를 모두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여기서 얻은 무돌 코인은 클레이스왑에서 제공하는 유동성 풀을 통해 그라운드X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얻은 클레이는 빗썸과 코인원 등 가상화폐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었습니다.
무돌삼국지의 입소문이 돌기 시작한 2021. 12. 초순 경에는 일일퀘스트 보상으로 무돌코인 100개를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환전하면 5000원 내지 1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결정 취소 예정통보 및 일일퀘스트 보상 감소로 하루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이 500원 내지 800원정도로 급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P2E방식의 게임은 국내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가상자산을 바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돌파삼국지처럼 게임 내에서 얻은 일종의 아이템을 가상자산으로 변경하고 그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 국내법상 허용이 되는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2. P2E게임에 대한 기대감과 난관
P2E게임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국내 게임회사인 위메이드에서 서비스하는 미르4 글로벌 버전이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면 게임 내에서 나오는 자원인 흑철을 토큰으로 바꿀 수 있고, 이 토큰을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암호화폐인 위믹스(WEMIX, 위믹스는 업비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였으나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에 의해 거래 정지 및 상장폐지가 되었습니다)로 환전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위메이드의 시스템에 대하여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2만원 전후였던 위메이드의 주가는 2021년 7월경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2021년 11월경에는 약 20만원까지 주가가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경영진의 위믹스 미공시 매도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여 위믹스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되었고 위메이드의 주가도 크게 하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정치권에서도 위믹스 코인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3. P2E게임은 왜 우리나라에서 금지되는 것인가
핵심은 P2E게임은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제공되지 못하는 게임형태입니다. 구체적으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라고만 함) 제21조는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제작,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다른 법률의 규정 또는 게임산업법에 의하여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기기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경우 등급분류를 거부하여 게임의 유통이나 제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게임산업법 제28조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준수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2호의 2에서는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ㆍ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정하고 있고 3호에서는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정하는 한편, 동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ㆍ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게임이 게임산업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하여 P2E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무돌삼국지 개발유통사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행정소송제기 및 법원의 청구기각 판결
무돌삼국지에 대하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021. 12.경 등급분류 결정취소를 하였고 이에 운영사는 위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9398, 89480). 한편 위 등급분류 결정취소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신청도 하였으나 2022. 1. 14. 집행정지신청은 기각되었고 이에 따라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L이라는 대체수단(코인 등 지급기능이 없는 방식)으로 게임서비스를 계속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운영사의 등급분류결정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1. 31. 선고 2021구합89398, 89480(병합) 판결, 위 판결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게임의 일일퀘스트 등으로 제공되는 무돌코인을 다시 코인지갑과 연동시킨 다음 클래이튼 플랫폼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다른 코인으로 스왑시킨 후 현금화시키는 것이 게임산업법 제2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헌법재판소가 ‘게임물을 이용한 결과물로 게임물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재화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재산상 이익이 되는 것‘을 경품으로 본 점, 대법원도 “게임의 결과물인 점수가 재산상 가치로 화체되고 환가성을 지니도록 한 이 사건 쿠폰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손님들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되는 경품 등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점(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6214 판결) 등을 종합하면 환가성, 거래가능성의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재화 또는 이와 유사한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경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산업법의 입법취지 및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종합하면 경품 등의 제공이 곧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법원은 게임내에서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하였으며 특히 무돌삼국지에서 제공하는 아이템의 경우 일반적인 게임아이템과 달리 결국 환가를 통하여 시장에서의 유통 및 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돌코인을 제거한 게임을 다시 제공하고 있는 점, 무돌삼국지는 발매 당시부터 P2E게임으로 홍보된 점, 게임사의 주장과 같이 사행성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무돌코인은 가상자산의 가치변동 등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이는 사행성게임물의 신종 형태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무돌삼국지는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위 판결은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5. 향후 국내에서의 P2E게임의 유통가능성
위 무돌삼국지 사건 판결은 P2E 게임물, 특히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게임물의 게임산업법 위반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결로, 향후 P2E 게임 규제 입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딩 케이스라고 할 것입니다.
위 판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는 게임내에서 제공하는 경품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고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 사행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는 점은 P2E게임의 유통의 가능성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즉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는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앞으로도 P2E게임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편 2022년 10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게임산업법의 개정을 전제로 P2E 게임물들의 허용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게임법으로 불가한 부분이 있으니 게임법 개정 될 때 전면적으로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2]),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P2E 게임은 신성장 동력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사행성 유발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라고 하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P2E게임을 신성장으로 보고 있다”라고 하고 있는 점, 2023. 1.경 국회에서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의 경품제공금지조항을 개정하여 게임물의 경품제공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P2E게임의 출시가능성을 반드시 낮게만 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최근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문제 등으로 인하여 게임산업법 개정안의 통과를 낙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P2E게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세계적으로 P2E게임이 유행하고 있고 게임산업을 규제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신성장 동력으로 본다면 규제일변도로 나아가기보다는 적절한 해법을 찾아 또 다른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판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게임산업법의 규제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