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로서 고령자 판단 시점
김장식 변호사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4호에서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이 기간제근로자의 사용을 제한하면서도 고령자에 대해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규정을 두는 것은 다른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경우 및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뚜렷하게 짧은 단시간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과 동일하게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기간제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입법일 것인데, 법이 정한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돼 예전보다 다수의 고령자가 취업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만 55세에 달한 근로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관련된 문제들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부분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 예외 사유인 고령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시점에 관한 점이다.
2. 고령자고용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
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의 하나로 단순히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는 '고령자'를 "인구와 취업자의 구성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사람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는 55세 이상인 사람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인 것이다.
나. 위와 같은 법령 체계의 해석상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로서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계약체결 시에 판단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계약의 성립 시로부터 새로운 권리의무가 형성돼 가는 이상 달리 판단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문제에 있어서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게 볼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러한 판단기준으로는 두 가지 견해가 주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앞에서와 동일하게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체결 시점(계약 체결 시)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시점(무기계약 간주 시)이 될 것이다.
다. 이러한 문제가 소송의 쟁점이 되었던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행정법원 2011. 12. 2. 선고 2011구합30694 판결(불교대학원대학 사건)을 소개할 수 있다. 해당 사건 원고는 2008. 10. 1. 계약직 근로자로 대학에 입사해 업무를 담당하던 중 2011. 2. 28. 근로계약이 만료됐다. 최초 작성된 2008. 10. 13.자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을 2008. 10. 1.부터 2009. 3. 말까지로 정했고, 2009. 1. 2. 갱신한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을 2009. 1. 1.부터 2011. 2.말까지로 정했다. 그리고 원고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는 고령자(55세 이상)가 되는 시점은 2010. 3. 11.이었다. 사용자인 대학은 2010. 12. 29. 원고에게 휴가통보를 하면서 2011. 2. 28.자로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재임용 거부 통지를 했고, 원고는 계약기간 만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라.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가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로서 55세 이상의 고령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반면에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고령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했는데, 그 판시 내용을 살펴보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는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 제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는 만 55세 이상인 사람을 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계약을 최초로 체결할 당시 근로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 또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할 당시 근로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기존 근로기간이 2년 이하인 경우에 비로소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 단서에 해당되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른 무기근로자로의 전환이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문언에 부합할 뿐 아니라 기간제근로자의 보호라는 기간제법의 입법목적에도 합치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참가인이 2008. 10. 1.부터 2년을 초과하여 원고를 사용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원고가 참가인과 체결한 두 번째 근로계약 기간 중인 2010. 3. 10.에 비로소 만 55세가 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최초 계약 시와 두 번째 갱신계약 당시 만 55세가 되지 않았던 원고의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무기근로자로 전환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즉 계약체결 시에는 55세 이상의 고령자에 해당하지 않았으므로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은 상급심들에서도 계속해서 유지됐는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 7. 18. 선고 2011누45056 판결은 특별한 이유의 설시 없이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2023. 5. 23. 선고 2012두18967 판결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된다. 다만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는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제4호는 고령자고용촉진법(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법명이 변경되었다) 제2조 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원심이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계약기간 중에 비로소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고령자가 된 원고에 대해서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4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바. 앞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위 1심 법원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계약 체결 또는 계약 갱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인데, 그와 같은 판단의 법리적인 타당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로서 고령자에 대한 근로계약을 허용하는 문제와 법률효과로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는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법률 요건에 따라 효과를 부여할지 여부는 그 요건이 완성되는 시점에 판단돼야 할 것이므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효력(무기근로자로의 전환)이 발생하는지 여부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시점에 55세 이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마지막으로 계약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반드시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해당 사안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판단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반대하려는 사용자는 55세에 근접한 근로자와의 근로계약 체결을 아예 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것처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시점에 55세 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는 더 타당한 결론이라고 본다.
사. 반면에 대법원 판결이 1심 법원의 판단과 동일하게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55세 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대법원은 계약기간 중에 비로소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고령자가 된 원고에 대해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4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는 그와 같은 판결의 결과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보일 뿐이고 고령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까지 반드시 계약체결 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보는데, 이는 법정 정년이 60세로 변경돼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로서 고령자는 55세로 규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3. 나가며
결국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경우에 있어서 55세 이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바로 그와 같은 법률 효과가 발생하는 시점의 나이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규정으로서 나이는 60세로 변경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