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된 경우 종전 간주근로시간 합의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2다291153 판결
작성자 : 최미정 공인노무사
1. 사안의 개요
가. 피고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합명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격일제 근무를 한 근로자들이다.
나. 2008.3.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10.7.1.부터 피고가 소재한 진주시 지역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었다.
다. 피고가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분회(이하 ‘이 사건 분회’라 한다)와 체결한 2009년 임금협정에서는 1일 근무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4시간의 연장근로 및 그중 1시간의 야간근로’를 합한 총 12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다(이하 연장근로, 야간근로에 관한 부분만을 ‘이 사건 약정근로시간 합의’라고 한다).
라. 피고는 이 사건 분회와 2010년, 2015년, 2018년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 3시간 30분, 2시간으로 순차적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
마. 2010년 임금협정은 기존 연장근로수당 및 야간근로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승무수당Ⅰ로 명칭을 변경하여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승무수당Ⅰ을 지급하였는데, 이는 기존의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의 명칭을 변경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들이 근무일수마다 소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하여 4시간의 연장근로 및 그중 1시간의 야간근로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에게 위 각 시간을 기준으로 한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관련 법리
근무형태나 근무환경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노사 간에 실제의 연장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정 시간을 연장근로시간으로 간주하기로 합의(이하 ‘간주근로시간 합의’라 한다)하였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합의한 시간에 미달함을 이유로 근로시간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다81523 판결 참조).
그러나 그와 같은 합의가 없는 경우, 사용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연장근로시간에 한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때 실제 연장근로시간은 연장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하는 근로자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이는 연장근로시간과 중복되는 야간근로시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근로자와 사용자가 종전 단체협약에서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하는 외에 간주근로시간 합의를 하였으나, 그 후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하고 연장근로시간에 관하여 약정하지 않은 경우,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전 단체협약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택시운전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하 ‘비교대상 임금’이라 한다)에 소정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한 임금 외의 임금은 포함되지 않는다[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 구 최저임금법 시행령(2018.12.31. 대통령령 제29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최저임금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5조의2 단서 제1호(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의3 제1호도 이와 같다)]. 여기서 ‘소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및 1일 8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을 뜻한다(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8호, 제50조). 이러한 최저임금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1주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거나 1일의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부분인 연장근로시간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간(이하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이라 한다)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4.7.25. 선고 2023다223744, 223751 판결 참조). 이는 1일 근무하고 그다음 날 쉬는 격일제 근무 형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은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에 대응하여 지급되는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고정급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에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최저임금법 제6조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 하더라도, 최저임금법 제6조제3항에 따라 무효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인 소정근로시간 등에 관한 부분에 한정된다. 노사가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이 아닌 연장근로시간에 관하여 종전 단체협약의 간주근로시간 합의를 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종전 단체협약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승무수당Ⅰ을 지급하게 된 경위만을 들어 원고들이 근무일수별로 4시간씩의 연장근로 및 그중 1시간씩의 야간근로를 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피고는 원고들에게 승무수당Ⅰ을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이 아니라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볼 소지가 크다.
1) 2009년 임금협정 중 이 사건 약정근로시간 합의는 1일 기준근로시간인 8시간의 근로 외에 4시간의 연장근로 및 그 중 1시간의 야간근로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합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피고는 2010년, 2015년, 2018년 각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하여만 합의하였을 뿐, 연장근로시간, 야간근로시간에 관하여는 약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이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기준근로시간 초과 부분에 대한 이 사건 약정근로시간 합의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2010년 이후에는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원고들로서는 실제 연장근로시간과 야간근로시간을 증명하여야 한다.
2) 2010년 임금협정은 기존 연장근로수당 및 야간근로수당을 승무수당Ⅰ로 명칭을 변경하여 지급한다고 정하는 한편 승무수당Ⅰ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고는 2010년 임금협정 이후 근로자들에게 승무수당Ⅰ을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단축 합의에 따른 통상임금 액수의 변동과 무관하게 근무일수마다 9,100원씩의 고정된 액수로 지급하였다. 원고들도 승무수당Ⅰ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최저임금의 차액을 청구하고 있다.
5.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로시간 약정 및 최저임금 산입임금 범위와 관련하여, ①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하더라도 종전 단체협약상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그대로 존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② 따라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청구하는 근로자가 실제 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 ③ 또한 승무수당Ⅰ과 같이 노사가 최저임금 산입 임금으로 명시적으로 합의하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실제 연장·야간근로시간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시간 임금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즉, 이 판결은 택시운전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특례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최저임금 보장의 핵심은 소정근로시간에 대응하는 고정급 확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연장·야간근로에 관한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사후에 별도로 유지·갱신되지 않았다면, 그 효력을 당연히 인정할 수 없으며, 이 경우 사용자는 실제 근로시간에 대해서만 법정수당을 지급하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판결은 근로시간 합의와 최저임금 산입임금의 구조적 관계를 정리하고, 간주근로시간 합의의 존속 여부 및 연장근로수당 청구에 있어 근로자의 증명책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