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취소에 대한 공법적 고찰
- 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
작성자 : 신기훈 변호사
Ⅰ.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규정과 함께 형사 절차상 영장주의, 즉 적법절차의 원칙(Due Process of Law)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적법절차 원칙은 단순히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준으로 기능하면서 모든 국가작용, 특히 입법 및 행정작용 전반에 대하여 그 근거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는지를 가늠하는 규범적 잣대로 적용됩니다. 나아가 행정작용 영역에서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구체화한 개별법률로써 행정절차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Ⅱ. 처분 사유의 추가·변경
처분 사유의 추가·변경이란 행정청이 처분 당시 이미 존재하였으나 처분이유로 명시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법적 근거를, 항고소송이 계속 중인 과정에서 처분의 적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완·수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립하는 두 가지 공법적 가치가 있는데, 하나는 행정청의 조속한 적법성 확보를 통한 행정의 효율성이고, 다른 하나는 원고에게 보장되어야 할 절차적 방어권입니다. 이러한 공법적 가치 간 비교형량의 결과, 처분 사유 추가·변경의 객관적 한계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요건으로 설정됩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98조 및 형사소송규칙 제142조에 근거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요건으로 공소장 변경을 허용하는 제도와 유사한 측면을 가집니다. 결국 처분 사유의 추가·변경 제도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행정소송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 사례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당사자인 원고의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Ⅲ. 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의 핵심 내용
본 판결은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 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음을 고려하면,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 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 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할 때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 사유가 기존의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처분 상대방으로서는 처분청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하는 처분 사유까지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써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처분 상대방의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 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합니다.
Ⅳ. 판결의 의미
1. 적법절차원칙 내에서의 행정효율성 존중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하였으나,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행정청은 당초 처분 사유에 대한 인용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추가 또는 변경하고자 하는 사유를 근거로 새로운 처분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정청의 재처분은 재판부의 기속력(행정소송법 제30조)에 부합하므로 적법한 처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고는 인용판결 후 다시 거부처분을 수용해야 하고, 행정청은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별도의 처분을 다시 진행해야 하므로 행정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원고가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할 때는 절차상 방어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바, 적법절차의 원칙이 준수됨과 동시에 행정의 효율성도 확보될 수 있습니다.
2. 적극적 석명권을 통한 적법절차원칙의 존중
만약 당사자가 명시적 동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행정의 효율성만을 이유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한다면, 이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처분 상대방에게 처분 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지를 주장할 것인지, 또는 추가·변경된 거부처분 사유의 실체적 타당성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인지를 명확히 진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아울러, 재판부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처분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이를 심리·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결정하는 것은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을 것입니다.
Ⅴ. 결론
본 판결은,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 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이유가 행정처분 상대방의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하고,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며, 나아가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전제합니다. 다만, 항고소송 과정에서 처분청이 기존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추가·변경하더라도, 처분 상대방이 그 추가·변경된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법원이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할 때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처분 상대방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제시된 처분 사유에 대하여 동일한 소송절차 내에서 함께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적절한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오히려 처분 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