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4다315527(본소), 2024다315534(반소) 판결

작성자 : 도종호 변호사

1. 기초적인 사실관계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함)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함)에게 리스 홀드(Lease Hold: 부동산의 부지는 말레이시아국 소재 조호르주 정부의 소유이고, 그로부터 99년간 부지를 임차하고 30년 연장 가능한 권리와 함께 건물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을 의미함) 방식으로 분양된 말레이시아 소재 부동산을 매도한 후 원고를 상대로 말레이시아 법원에 잔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즉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말레이시아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승소를 한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원고가 이 사건 본소를 우리나라 법원에 제기하여 매매대금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구하자, 피고가 반소를 제기하여 대상 부동산 이전과 상환으로 나머지 잔금의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이와 같은 원고의 청구 및 피고의 반소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피고의 반소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한편,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본소청구는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23. 8. 10. 선고 2021가합51715(본소), 2023가합51139(반소) 판결].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를 하였는바, 항소심은 원고의 본소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한편,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반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1. 7. 선고 2023나13921(본소), 2023나13938(반소) 판결].

구체적으로 항소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계약과 달리 이 사건 부동산 중 주택 건물의 소유권과 그 부지의 장기 임차권을 매매계약의 목적물로 하는 특수한 매매계약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부동산 소유권 등 이전의무와 원고의 잔금지급의무가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 B이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 등 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선행소송인 말레이시아국 판결은 원고가 피고에게 잔금을 지급할 것을 명한 점에 비추어 말레이시아국법상 이 사건 부동산 소유권 등 이전의무와 잔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국 판결이 있음에도 우리나라 법원이 판결로 원고에게 잔금 지급을 명할 경우 잔금이 국내 및 말레이시아국에서 중복 지급될 위험도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반소청구를 기각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원고 및 피고가 모두 항소를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소멸시효에 관한 피고의 상고를 인용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원고의 상고는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의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4764 판결 등 참조), 이는 외국법원에서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요건을 갖춘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우리나라 법원에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도 같다는 입장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요건으로 ‘상호보증이 있거나 대한민국과 그 외국법원이 속하는 국가에 있어 확정재판 등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상호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하여 승인요건을 비교하여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 조약이 체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으며, 해당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같은 종류의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74213 판결 등 참조)고 보았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외국재판의 승인요건이 충족되었는지에 관하여는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말레이시아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반소로 위 판결에서 인용된 범위 내의 매매계약 잔금 중 일부를 다시 청구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법원의 확정판결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의 요건을 구비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반소가 위 말레이시아 법원 판결로 인해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한 것은 아닌지를 심리하였어야 하고, 피고가 원고의 동시이행항변을 수용하여 무조건의 이행청구를 동시이행의 청구로 질적으로 축소한 것은 청구의 감축이 되므로, 설령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초한 원고의 잔금 지급의무와 피고의 부동산 소유권 등 이전의무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원고의 잔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면 감축된 반소 청구의 범위 내에서 부동산 소유권 등 이전과 상환으로 나머지 잔금의 지급을 명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4. 시사점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인과의 거래 및 내국인간 해외거래 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외국법원에서 받은 판결의 효력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우리나라 법원에서 받은 판결이 해외에서 승인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많은 분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217조에서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 그 적용에 관하여는 당사자간 많은 다툼이 있는 상황입니다.

본 대법원 판결의 경우 민사소송법 제217조에서 정하고 있는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고, 특히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넓게 해석하여 외국재판의 승인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외국재판과 중복되게 국내에서 재판을 하여 그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상호 모순이 발생하는 경우 다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 비추어 본다면 세계화에 발맞춘 중요한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