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26504 판결

작성자 :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원고는 2019. 10. 31. 피고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1회용 스틱형 전자담배인 'C 1회용 스틱'(이하 '이 사건 물건'이라고만 함)을 공급받아 국내에서 독점판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C 1회용 스틱 총판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위 계약의 계약기간(1년) 내인 2020. 7. 25. 원고와 피고는 위 계약과 비슷한 내용의 'C 1회용 스틱 총판계약'을 다시 체결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만 함).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물품대금으로 2020. 6.경 55,000,000원을, 2020. 7. 27.경 55,000,000원을 지급하였습니다(합계 110,000,000원). 그리고 피고는 그 무렵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물건 20,000개를 원고에게 인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물건 중 일부에 하자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는 하자담보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근거로 이 사건 하자있는 물건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13,046,000원(=2,372개×5,500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의 감정결과 그 하자의 태양 등에 비추어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물건의 구조, 수리에 필요한 비용, 기간 등에 비추어 수리의 실익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이와 같은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은 원고청구를 모두 인용하였고, 항소심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면서 피고가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은 날 이후로써 원고가 구하는 2020. 8.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2021. 5. 10.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 2. 1. 선고 2023나50394 판결). 이에 피고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 중 지연손해금 부분을 인용하여 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자판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고, 계약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부담하는 원상회복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민법 제548조 제1항, 제549조, 제536조 제1항 참조)고 하면서, 쌍무계약에서 쌍방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일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상대방 채무의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고, 이와 같은 효과는 이행지체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반드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4604, 54611 판결 등 참조)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② 민법 제548조 제2항은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반환하는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는바, 위 이자의 반환은 원상회복의무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일종의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반환의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은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 있어서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에 관한 특별규정이므로, 위 이자에는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2000다16275, 16282 판결 참조)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본 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고의 매매대금 반환의무는 원고의 하자물건 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고, 원고가 위 인도의무의 이행제공에 관한 주장·증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를 상대로 위 인도의무의 이행과 상환으로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이상, 피고는 매매대금 반환의무의 이행지체책임을 지지 아니하므로, 일종의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위 매매대금에 대한 이자에는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하자물건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위 매매대금 13,046,000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지급받은 날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0. 8.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상법이 정한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자판을 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촉법’이라고만 함) 제3조에 따른 법정이율은 연 12%로 상당히 높은 이율입니다. 이에 금전청구소송의 상대방(일반적으로 피고)이 전부패소하는 경우에는 고리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하여야 합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①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심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선고할 경우,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그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訴狀)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書面)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부터는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251조에 규정된 소(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채무자에게 그 이행의무가 있음을 선언하는 사실심(事實審)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抗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타당한 범위에서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소촉법 제3조의 입법 취지에 대하여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가 제기되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게 가중된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물림으로써 채무불이행 상태가 계속되거나 소송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21다232331 판결)”라고 판시하여 채무불이행상태를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반환하는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하여야 한다고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바, 위 이자의 반환은 원상회복의무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일종의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반환의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소촉법상 법정이율적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본 건의 경우에도 양자의 채권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고, 원고가 이행제공에 대하여 이를 증명하지 않은 이상 이는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소촉법 적용을 배제한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비추어 보면 동시이행관계에서 소촉법상 지연손해금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행의 제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