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 구성원 : 김광중 변호사
1. 생고뱅코리아홀딩스 사건 2심 승소 (원고들 대리)
주식병합과 단주(端株·1주 미만의 주식) 처리를 통해 소액주주를 몰아내는 이른바 '스퀴즈아웃(Squeeze Out)' 관행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위법한 단주처리 방식으로 소액주주 주식을 헐값에 매수하는 행태는 위법하다는 고등법원 판결로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서울고법 민사18-1부는 최근 생고뱅코리아홀딩스(옛 한국유리공업) 소액주주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2023나2049630). 재판부는 생고뱅이 원고들에게 120만~8610만 원씩 총 2억159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2. 법원 허가 없이 비상장주식 헐값에 단주처리
국내 1호 유리 제조업체였던 생고뱅코리아홀딩스는 2018년 자진상장폐지 신청을 해 같은 해 연말 상장폐지됐습니다. 이후 생고뱅은 자기주식 매입을 계속했고 2019년 말 소액주주들의 주식 비율은 1.37%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어 생고뱅은 2020년 각각 100 대 1 비율의 강제유상소각과 주식병합을 통해 자사 주식 1만 주를 1주로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100주 미만 단위의 소액주주 주식은 단주 처리방식으로 강제 매각됐으며 해당 주식들은 생고뱅이 취득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원고들을 비롯한 모든 소액주주는 주식을 완전히 상실했고 생고뱅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0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됐습니다.
생고뱅이 원고들에게 지급한 단주 대금은 '1주당 457만 원'이었습니다. 회사의 순자산가치 4721억여 원(2020년 12월 말 기준)을 회계법인이 산정한 결과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인 10만 주로 나눈 결과였습니다. 원고들이 주장한 적정한 단주 대금은 '1주당 582만 원'이었습니다. 생고뱅이 지급한 대금보다 120만 원 많은 금액입니다.
원고들 측은 재판에서 생고뱅이 경매 외의 방법으로 단주를 처리해 자기주식을 취득했으므로 상법 규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았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법 제443조 제1항은 단주처리 방법에 대해 △상장 주식은 거래소를 통해 매각해야 하고 △비상장 주식일 경우 원칙적으로 경매해야 하지만 경매 외의 방법으로 매각할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들 측은 또 생고뱅이 주식 1주당 순자산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주식가치를 축소시켜 소액주주들 몫의 회사 가치가 모두 대주주에게 이전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만들어 그만큼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생고뱅이 순자산의 가치를 산정하면서 분자에는 자기주식(2만2000주)을 넣지 않고 분모에 '자기주식을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를 넣음으로써 산정 결과를 왜곡시켰다는 것입니다.
반면 생고뱅 측은 "'단주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한 상법 제341조의2에 따라 원고들의 단주를 자기 주식으로 취득한 것이므로 법원 허가를 받을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3. 서울고법 "주주 평등 원칙과 소액주주 보호이념 반해"
1심은 "법원의 허가 없이 원고들의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한 절차 자체는 위법하나, 그 결과로 인해 원고들에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생고뱅의 자기주식 취득 절차가 위법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원고들에게 실질적 손해가 발생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법 제443조 제1항은) 법원 허가에 의해 단주가 매각되도록 규정한 것은 회사가 단주를 임의 매각할 때 매각대금이 공정하지 않게 산정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주 평등의 원칙을 기하고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고뱅은 비상장법인이므로 원고들의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그러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회계법인의 주식가치 평가에 따라 산정된 순자산가치를 기초로 하며 자기주식을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 그대로 나눠 1주당 주식을 산출하게 되면 단주를 보유한 주와 단주를 보유하지 않은 주주 사이에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어렵고 소액주주 보호이념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부당하다"며 "단주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에 회사에 귀속된 순자산가치가 계속 지위를 유지하며 남아있는 주주의 몫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의 불합리한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초 단주를 처리할 시점에 피고의 순자산가치에 자기주식의 가치를 추가로 합산한 후, 이를 발행주식 총수로 나누거나, 피고의 순자산가치를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기주식을 제외한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1주당 주식가치를 산정함으로써 자기주식의 존재를 분자인 순자산가치의 관점과 분모인 주식 수의 관점 모두에 일관성 있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4. 이 사건 판결의 의미
단주처리 방식으로 축출된 소액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기주식 취득 방식으로 단주처리를 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는 잘못된 실무와 자기주식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부를 부당하게 이전 받아온 대주주의 행태에 대해 법원이 명확하게 위법성을 확인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