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의 범위에 관하여
-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56231 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작성자 : 이상도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가. 제1대상판결(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56231 판결)의 개요
A사는 2000. 10. 23. 설립되어 상시 약 9,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조선업을 영위하는 법인입니다.
B 노동조합은 2001. 2. 8. 금속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으며, B 노동조합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B 조합 하청 지회’)에는 원고 회사와 후행도장, 탑재, 발판, 조립, 선행의장 등 선박 제조 공정과 관련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한 22개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약 4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B 노동조합의 A사 지회에는 A사 소속 근로자 약 4,7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이하‘B 조합 원청 지회’).
B 노동조합은 2022. 4. 22. A사에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④ 노동안전, ⑤ 취업방해 금지’의 5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A사는 B 노동조합의 조합원과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고,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나. 제2 대상판결(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의 개요
甲사는 1964. 10. 10. 설립되어 상시 약 11,3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제조업(제철, 제강, 압연, 주조, 단조, 강관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며, 甲사는 당진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포항공장, 순천공장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乙 노동조합은 2001. 2. 8. 금속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으며, 乙 노동조합의 충남지부 △△제철비정규직지회(이하 ‘乙 조합 하청 지회’)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甲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40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약 3,7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乙 노동조합의 충남지부 △△제철지회에는 甲사 소속 근로자 중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약 4,3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이하 ‘乙 조합 원청 지회’).
乙 노동조합은 2021. 7. 9. 甲사에 ‘△△제철 비정규직지회 2021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 요구안 제출 및 단체교섭 요청건’이라는 제목의 공문 발송을 통해 ‘① 산업안전보건, ② 차별시정, ③ 직접고용 원칙 및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④ 자회사 채용 중단’의 4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2.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쟁점
제1대상판결과 제2대상판결의 쟁점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이 원청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원청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로서 하청 소속 근로자들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나.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제1대상판결과 제2대상판결 모두에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3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 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의 취지 참조).”는 법리를 설시한 후, 제1대상판결과 제2대상판결 모두에서 원청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A사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하청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를 이유로 원청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원청 노동조합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원청 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 원청과 단체교섭이 가능하다고 보게 되면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넘어서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되어 현행 노동조합법에 위반되는 등으로 현행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하여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므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의 유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노동조합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동일한 교섭단위 내에서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게 과도한 교섭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절차적 장치로 보아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근로자 측의 조직 형태가 복수인 경우 사용자 측의 대응 가능성과 교섭 효율성을 고려한 절차 규정이지, 단체교섭권 자체를 제한하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이유로 하여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위에 있는 자와의 교섭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서 단체교섭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등의 이유로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시사점
제1대상판결과 제2대상판결은 제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고, 나아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판결로 보입니다. 또한, 제1대상판결과 제2대상판결 외에도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의 범위가 쟁점이 된 사건 다수 있으며, 특히 CJ대한통운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에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춰볼 때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의 범위에 관한 분쟁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실무에서는 제1대상판결과 제2대상판결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 CJ대한통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고,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의 범위 확대에 대하여 대비해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