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내려갈 때 보이더라.’ 어느 시인의 싯구절이다. 법정 판사석에 있다가 내려와 변호사로서 변론을 해보면서 느꼈다고 한다. 검찰, 변호사, 판사석에 있다가 피고인, 피의자로서 수사, 재판을 받으면서도 마찬가지란다.

승진에 눈이 멀어 일선 사건현장 수사를 기피하고 기획, 특별수사, 정보 등 승진하기 편한 곳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려오면 자신이 쫓던 승진, 윗자리가 얼마나 허무하고 무상한지를 안다.

법관, 검사가 되기 위해 어렵게 학원 등을 다니면서 로스쿨 등에 진학,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법관, 검사가 된다. 변호사를 거쳐 되기도 하는데 대형 로펌 등을 선호한다.

법전, 판례, 법률서적 속에 파묻혀 지낸다. 법관, 검사가 되어서도 사건기록에 파묻혀 지낸다. 현장보다는 법정, 검사실에서 사건기록에 파묻혀 지낸다. 기록에 있는 기재내용이 전부 사건의 실체는 아니다. ‘조서를 꾸민다’라는 말처럼 기록도 꾸며질 수 있다. 반드시 현장을 나가 확인을 하여야 한다.

사건 관계자에 대한 심문도 마찬가지다. 내가 심문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사건현장에 나가 관계자로부터 경청을 하여야 한다. 사건현장에 대하여 섣부른 선입견, 확증편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 늘 세심하게 듣고 살펴보아야 한다. 탐문, 추적, 감식은 사건 실체의 기본자세라고 했다.

CCTV도 음성내용도 없다. 단편적인 것이다. 필자가 법정 증거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목록을 보면 대부분 조서, 수사보고서가 대부분이다. 현장검증(재현)이 거의 없었다. 경찰에서 수집한 증거가 검찰, 공판검사, 법정 현출 과정에서 오염될 소지도 있었다.

조사과정을 녹화한다고 하지만 법정에서 녹화내용을 현출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수사에 면죄부를 주는 식이다.

법 이전에 사실규명이 먼저이고, 사실규명은 경청, 현장 확인이 우선이다. 로스쿨, 연수원 교육과정에서 현장확인, 경청방법을 배워야 한다. 실제 사건사고 관련하여 어떻게 사실을 규명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건사고 기록은 로스쿨, 연수원 교육에서 교육, 연구교재로 활용하지 않는다.

세월호, 천안함, 이태원, 화성연쇄살인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 특검이 이루어져도 사건기록 관련 제대로 된 백서가 없다. 조선 시대, 로마원로원 시대 수사와 재판은 사실규명에 주력했다고 한다. ‘신주무원록’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조선시대 검시 관련 책이었다고 한다.

로마원로원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사람 사이의 갈등조정 재판을 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법정, 수사과정에서 변론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물정,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들이 재판을 하기보다는 속칭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사람, 수재들이 수사와 재판을 한다. 듣기보다는 자신의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수사심문과정에서 심문내용을 보면 진실규명 차원보다는 수사관 자신이 생각한 확증편향식 질문을 한다. 심지어 법률의견도 묻는다.

법정에서는 판례 위주로 재판을 한다. 사건마다 다 다른데 판례 위주로 판결을 한다. AI를 활용하면 쉽게 판례 검색을 통해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건마다 사람마다 다 발생, 동기, 환경이 다르다. 얼마 전 속칭 브로커의 유혹에 빠져 돈을 받고 사건수사정보를 넘겨준 경찰관을 변론했다.

조사과정에서 안색이 변했다. 위험할 수 있었다. 조사 후 목숨을 끊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가족들이 혐의사실을 알게 되어 가족도 걱정이다.

대기발령에 따른 신분도 보장이 안 되었다. 파면, 징계, 확정판결까지 시간이 3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동안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이 겪을 마음고생도 심하였다.

필자는 변론 시 조사내용을 기재하기 보다는 조사받는 사람의 안색을 살핀다. 그리고 조사 후 위로를 한다. 조사 관련 관련자 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잘 들어주어야 한다. 안심시켜줘야 한다. 변호사 선임비용부터 걱정하는 의뢰인도 있다.

사람부터 살려놓고 보자고 한다. 돈은 나중 문제라고 한다. 돈이 없으면 나중에 돈 생기면 달라고 한다.

로스쿨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화, 소통, 경청, 사건 관계자 위로, 위안 방법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로스쿨, 수사관, 법관, 검찰 교육에 심리학, 상담학 관련 교육과 실습이 있었으면 한다.

미국 워싱턴시 소아과 교육임상과목에 6개월간 소아아동과 스킨쉽, 관찰을 하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아픔,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 표정과 촉진을 통해 마음을 읽어야 한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내려갈 때 보이더라. 오늘 이 싯구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